호랑나비 홀리는 특별한 향
경상도의 한 야산에 올랐다가 백선이 핀 한 무리를 보았다.
만지송(萬枝松)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고 아름다운 가지를 사방에 펼쳐내며 한 마을의 작은 산꼭대기에 올라 앉은 오래된 소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주 독특한 자태로, 느낌으로 자라고 있는 백선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백선을 보니 이젠 여름인가 싶었다.
풀이든 나무든 혹은 사람이든,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실제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고 좀 더 깊이 알았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터이다.
백선이 바로 그 경우가 아닐까?
백선이라고 하면 모두 버즘처럼 머리에 나는 별로 유쾌하고 깨끗하지 못한 병증을 생각하는 이가 많을 터이지만, 산자락에 피어나는 백선의 자태는 여간 곱지 않다.
반질한 잎새들도 적당히 줄지어 달려 한 포기를 이루고, 그 사이에서 올라온 자루에 달리는 여러 송이의 꽃들은 그 하나 하나가 너무 작지도 지나치게 크지도 않다.
꽃잎은 날갯짓하는 새처럼 자유로와 보이고 그 사이로 드러나는 길게 늘어진 수술들은 그럭저럭 꽃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감탄스러울 만큼 멋지다.
백선은 운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운향과에는 선점이 있어 향기를 분비하니 특히 생육이 왕성한 어린 식물체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과에 귤이나 탱자나무 혹은 산초나무 같은 향기처럼 특별하다.
그러나 상큼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냄새를 분비한다.
자신을 특별한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터인데, 유독 산호랑나비에게는 좋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백선은 바로 이 고운 나비의 숙주식물이기도 한 것이다.
백선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도 더러 있다.
여러 해전, 이 식물이 무더기로 출현했는데 처음 보는 무척 귀한 식물이라고 언론이 떠들썩 한 적이 있어서 아주 이상했었다.
흔치는 않아도 아주 귀한 식물도 아니고, 처음 발견된 것은 더 더욱 아니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이 식물의 별명에서 유래된 사건이었다.
백선은 뿌리가 아주 멋지게 잘 발달한다.
사람들은 산삼을 닮았다 하여 반기는데, 한술 더 떠 멋진 봉황을 닮았다 해 봉삼 또는 봉황삼이라고 부른다.
백선은 산삼의 일종이 아니라 산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식물이다.
백선은 약용 식물이기는 하지만 독이 있는 알칼로이드·사포닌·정유 등을 포함하여 한방에서는 황달,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 다른 약제와 함께 풍을 치료하는데 쓰이며 진통, 해독, 해열의 효과도 있으며 최근에는 알레르기성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성이 있는 까닭에 함부로 먹는 일은 위험한데, 한때 일부에서는 잘못 알고 아주 아주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소개되었으니 참으로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교수님 한 분이 백선이나, 사람이나, 제자나 깊이 알아서 실망하기 보다는 한 걸을 떨어져 바라볼 때가 좋은 경우가 많다고 하셨지만, 우리 산자락에 자라고 있는 여러 얼굴의 백선이 꼭 그런 경우 같다.
백선은 지금 우리가 자신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해주길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
깊지 않은 고향집 뒷산 즈음에서 백선 한 무리 만나는 일은 행복한 조우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봉황삼으로 불리는 백선,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등에 탁월한 효력
백선(白蘚)은 봉삼(鳳蔘) 또는 봉황삼(鳳凰蔘)
아무것도 모르는 한의사나 자칭 약초전문가들이 봉삼이 산삼을 능가하는 선약이며, 산삼보다 구하기 더 어려운 것이라고 떠들어대서 온 국민들이 봉삼이야말로 진짜 산삼보다 나은 영약이라고 믿게끔 되었다.
나는 요즘에도 봉삼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봉삼이 산삼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본디 봉삼이라는 이름은 일본인 가네무라(今村)가 쓴 인삼사(人蔘史)라는 책에 만주지방에 뿌리모양이 봉황을 닮은 삼이 있어서 봉삼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는데에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그 책에서는 인삼이나 산삼 중에 봉황을 닮은 것을 봉삼이라고 한다는 뜻이지 봉삼이라고 하는 식물이 따로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백선은 흔한 식물도 아니지만 그렇게 귀한 식물도 아니다.
백선은 뿌리껍질을 백선피라고 하여 흔히 피부병 치료약으로 쓰는데, 한약재 시장에 가면 600g을 2,000~3,000원이면 살 수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약초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귀하고 흔하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약효가 얼마만큼 뛰어난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백선 뿌리에 봉삼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비싸게 받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선 뿌리는 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 등에 탁월한 효력이 있는 약초이기 때문이다.
군대의 어느 한 장군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을 오래 하면서 온갖 좋다는 약을 다 먹어보고 이름난 병원을 골라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부하 중의 하나가 산삼보다 더 귀한 봉삼이라는 것을 구했다면서 백선 한 뿌리를 선물로 갖고 왔다.
(꽃잎은 5장이며 자주색의 줄무늬가 있다.
암술과 수술이 길어 꽃잎 밖으로 벋어 나온다) 맛이 몹시 써서 먹기가 고약했지만 날로 조금씩 먹어야 효과가 난다고 해서 날마다 조금씩 먹었더니 어느 사이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완전하게 나았으며 면역력이 강해져서 그 뒤로는 지금까지 감기에도 한 번 걸리지 않을만큼 몸이 건강해졌다.
그 뒤로 군대에 있는 여러 장군들과 지휘관들이 앞다투어 백선 뿌리를 구해정성들여먹었는데거의대부분상당한효과를본다.
한 아주머니는 간이 몹시 나빠서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백선 뿌리를 담가 만든 술 그러니까 봉삼주 한 병을 날마다 조금씩 마시고 완전하게 나았다.
이 밖에 백선 뿌리를 먹고 폐결핵이 나은 사람도 있고 위장병이 나은 사람도 있으며 천식, 관절염이 나은 사람이 있다.
백선은 여름철에 하얗게 피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관상용으로도 좋고 야생화 애호가들한테도 인기가 있다.
(글/ 약초연구가 최진규)
백선피에 관해서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백선피는 백선의 뿌리 껍질이다.
백양선(白羊蘚), 금작아초(金雀兒草)라고도 한다.
산초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 백선의 뿌리껍질을 말린것이다.
백선은 늦은봄부터 여름 사이에 뿌리를 캐서 물에 씻은 다음 목질부를 뽑아버리고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짜며 성질은 차다.
폐경, 대장경, 비경에 작용한다.
풍습을 없애고 열을 내리며 해독한다.
백선피달임액은 이담작용, 해열작용, 억균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풍한습비증, 황달, 대장염, 임증, 대하, 두드러기, 피부소양증, 옴, 버짐 등에 쓴다.
하루 6~12그램을 달이거나 가루내어 또는 환으로 만들어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달임 물로 씻는다.”
백선피에 관해서 <방약합편>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백선피는 성질차며 옴과 버짐 황달 임병 두루쓰는 약이지만 비증 또한 낫게 하네"
"수태음경, 수양명경에 작용한다.
오징어뼈, 도라지, 복령, 비해와 상오약이다.
풍비에 중요하게 쓰이는 약이다.
많은 의사들이 외과병에 흔히 쓴다.
(본초)" 백선피는 양의 냄새가 난다고 하여 백양선이라고 부른다.
뿌리껍질 달인액은 열내림에 효과가 있다.
사지불안, 중풍에 중요한 약이기도 하다.
퇴충, 간헐열, 머리아픔, 류머티즘, 척수신경근염, 뇌막염, 월경장애, 황달, 열내림약, 아픔멎이약, 거풍약, 진경약, 진정약, 오줌내기약으로 쓰며, 습진, 사상균성 피부질환, 태선, 악창, 고름집, 포경, 옴, 두드러기, 대머리, 여러 가지 꽃돋이 증에 뿌리를 달여서 바른다.
민간에서는 씨를 달여서 기침과 목구멍 카타르에 먹는다.
백선피 줄기인 전초도 달여서 가래를 삭이는데 쓴다.
전초를 달여서 무좀에 바르거나 담그면 낫는다.
꽃이 5월에서 6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 꽃이 핀다.
백선피를 캐내어 속의 딱딱한 심부를 빼낸 다음 햇볕에 말려서 잘 게 썰어서 사용한다.
(심을 버리고 쓰라고 하는 이유를 <방약합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심을 버리고 쓰면 답답한 증세가 생기지 않게 한다.")
1회에 2~5그램을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하거나 생뿌리를 짓찧어 붙이거나 달인 물로 환부를 닦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