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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교정수술 혁명…"이제 돋보기도 벗는다"

영지니 2008. 1. 9. 18:17

 

시력 교정수술 혁명…"이제 돋보기도 벗는다"

美FDA, 근시성 노안 수술 최초 승인

 
▲ 시력교정술의 세계적 대가 오브라이언 박사가 '커스텀뷰 모노비전' 수술을 하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의 ‘바스컴 팔머 아이 인스티튜트(Bascom Palmer eye institute)’는 미국 내 안과병원 랭킹 1위(U.S. News & World Report). 이 병원 중앙 수술실에서 시력교정수술의 세계적 대가 테런스 오브라이언 박사가 돋보기를 벗어 던지려는 인류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눈부신 무영등(無影燈)아래 50세 제인 씨가 누워 있었고, 수술대 앞 모니터엔 각막을 깎아내는 레이저의 움직임이 현란했다. 수술은 한쪽 눈에 5분씩, 약 10분 만에 끝이 났다. 제인 씨는 “이제 정말 돋보기 없이 살 수 있는가”라고 신기해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7월, ‘에이엠오비식스(AMO/VISX)’사의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커스텀뷰 모노비전(CustomVue monovision)’ 수술을 근시성 노안환자의 노안교정수술로 승인했다. 원시성 노안환자나 백내장 환자가 아닌 근시성 노안환자를 대상으로 한 노안교정술이 FDA 승인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FDA에 보고된 이 수술의 효과는 ‘드라마틱’하다. 미국 시카고 ‘크라프 아이 인스티튜트(Kraff Eye Institute)’ 콜멘 크라프 박사팀이 45~55세 근시성 노안 환자 160명(296眼)에게 시술하고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87%가 4m 거리에서 1.0 이상, 85%가 60㎝ 거리에서 1.0 이상, 88%가 40㎝에서 1.0 이상의 시력을 갖게 됐다. 수술 한달 후 시력은 1.5 이상 76%, 1.0 이상 96%, 0.5 이상 100%였다. 이 수술로 95%가 돋보기를 벗었고, 97%가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 수술은 가까운 곳과 먼 곳이 동시에 잘 보이도록 환자의 눈을 짝짝이로 만드는 원리다. ‘주시안(主視眼·물체를 주로 보는 쪽의 눈)’은 먼 곳이 잘 보이도록 각막을 많이 깎고, 다른 쪽은 가까운 곳이 잘 보이도록 적게 깎으면 뇌가 양쪽 시각 정보의 차이를 조정해 결국 먼 곳과 가까운 곳이 모두 잘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지난 7월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이 수술을 받는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해, 현재 전체 시력교정수술의 약 20~30%가 이 수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선 박영순 아이러브안과가 대표적으로 40여명 정도를 실시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남성모병원, 건국대병원, 인천길병원, 누네병원, 이연안과, 새빛안과 등에서도 이 수술이 가능하다. 박영순 원장은 “승인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도 있었지만 수술 후 대부분 만족했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응권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돋보기를 쓰면 늙어보인다거나 건방져 보인다는 인식이 강한 나라에서는 돋보기를 벗기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러한 수술을 받는 이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이 수술은 노안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이지만 백내장이 있는 노안 환자는 레이저 수술보다는 레스토렌즈 삽입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테런스 오브라이언 박사 인터뷰

"수술환자의 87%가 4m 거리서 1.0시력"

“임상시험 허가를 받고 2년 전부터 커스텀뷰 모노비전 수술을 해왔는데, 환자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미국 마이애미밀러대학 바스컴 팔머 아이 인스티튜트의 테런스 오브라이언 박사는 “미국 FDA는 이 수술 후 야간운전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하지 여부를 집중 체크했는데, 야간 시뮬레이터 테스트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승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 눈을 가진 사람이 노안 수술을 할 때도 원시성 환자에게 시술하는 다초점렌즈수술보다 근시성 환자에게 시술하는 커스텀뷰 모노비전 수술이 결과가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카고·마이애미=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