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헬스] 조금 열나면 해열제보다 휴식
왜 사람은 체온이 꼭 섭씨 37도를 유지해야 할까. 체온이 더 높거나 낮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면 ‘체온 공부’를 하는 것이 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사람은 포유류로 분류되듯 항온동물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활동하기 위해선 따뜻한 온도가 항상 필요하다는 뜻. 37도는 바로 세포가 살기 위해 화학반응(대사)을 일으키는 데 가장 적합한 온도 조건이다.
따라서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는 더우면 땀을 내고, 추우면 근육을 떨게 해 적정 체온을 유지하도록 무진 애를 쓴다.
체온의 변화는 인체 생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체온(정확하게 심부체온)이 떨어지면 졸리고, 만사가 귀찮을 정도로 움직이고 싶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아침에 막 눈을 떴을 때 체험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온이 회복되면 비로소 우리 몸은 활동을 개시한다. 머리도 맑아지고, 의욕도 생긴다. 이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공급원인 아침식사다.
감기와 같이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을 받아도 체온이 올라간다. 외부에서 적군이 침입을 하면 먼저 몸 안의 대식세포(백혈구와 같은 면역세포)가 먹어서 처리한다. 이때 대식세포에선 인터페론이나 인터루킨과 같은 발열물질이 분비된다. 이 발열물질이 체온조절 중추에 작용해 우리 몸의 온도를 섭씨 38∼39도까지 끌어올리는 것.
온도가 올라가면 두 가지 이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하나는 에너지 대사가 높아져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또 다른 하나는 체온 상승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발열은 곧 인체가 질병과 싸우는 중요한 무기인 것이다. 따라서 열이 오른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쓰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체온을 반드시 내려야 할 때도 있다. 몸의 온도가 41도를 넘기면 뇌 기능이 손상을 입거나, 세포의 주요 성분인 단백질이 변해 생명이 위험해진다. 특히 어린 아이나 노인은 경련이나 탈수로 목숨을 잃는 수가 있으므로 고열에 유의해야 한다.
집안에 체온계를 갖추는 것은 비상 상비약만큼이나 중요하다. 손으로 이마를 짚는 방법보다는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체온을 측정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발열이라면 무턱대고 해열제를 쓰기보다 먼저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3∼4일이면 땀이 나면서 자연히 열이 소실된다. 다만 닷새 이상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으면 체력 소모와 함께 합병증(폐렴 등) 또는 다른 감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으로 신속히 달려가야 한다.
고종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