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체 민간요법

영지니 2007. 3. 12. 20:14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체 민간요법

                                                       

 

민간요법은 민초(民草)들이 손쉬운 방법으로 질병을 이겨내기 위하여 오랜 경험을 통해 다듬어 온 전통의학의 한 갈래다. 그러므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친근하며 가장 손쉬운 질병치료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민간요법은 대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두 가지 약재만을 사용하므로 단방(單方) 또는 독방(獨方) 등으로 부르고 민간요법에서 쓰는 약은 조약, 민약, 민간약, 민속약 등으로 부른다. 

 

민간요법은 민중의 지혜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 만큼 체계적인 철학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가난하고 무식한 민초들 사이에서 생겨나 민초들 가운데 퍼져 있는 의학인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하찮은 것으로만 보이는 민간요법이 현대 의학이 손을 든 난치병을 쉽게 고쳐내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민중의술의 신비로움과 선조들의 독특한 의료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5천년 민간의 지혜가 스며 있는 민간요법은 과연 요즈음 난치병으로 쓰러져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얼마만큼이나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민간요법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민족이든지 고유의 질병치료법이 존재한다.

요즈음 다른 나라에서는 민간요법을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로 보고 대체의학이라 하여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타민족의 민간요법들이 현대의학의 힘에 밀려 빛을 잃고 있는 것에 견주어 동양권, 그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 나라의 민간요법은 날이 갈수록 그 치료효과의 탁월함이 입증되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의료지혜가 남달리 뛰어났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


민간요법은 ‘진리는 가깝고 평범한 곳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민간 요법에서 쓰는 약재는 하나같이 단순하고 소박하다.

작은 것에서 큰 지혜를 뽑아 올리려 했던 선조들이 남긴 유산은 엉성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지만 그 속에 적지 않은 활인묘방(活人妙方)이 숨쉬고 있다. 

 

주위에 흔한 풀이나 약초 따위를 이용한 민간요법의 처방 몇 가지를 알아보자. 


경기도 가평군에 사는 엄용수(56세) 씨는 약초도 캐고 산짐승도 잡으면서 한해의 반 이상을 산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그는 겨울 동안 멧돼지와 노루 같은 산짐승을 잡느라고 칼봉산과 명지산 등을 누비는 동안에 심한 동상에 걸린 적이 있다. 발가락이 얼어서 발톱이 빠지는 등 고생을 많이 했는데, 들기름 반 되에 한 시간씩 발을 담그기를 몇 차례 했더니 동상이 깨끗하게 나았다고 한다.

그는 많은 사람에 게 이 방법을 권해 동상환자 여러 사람을 고쳤다. 

또 그는 멧돼지 쓸개와 오소리 쓸개를 귀중하게 보관하여 두고 갖가지 질병에 두루두루 약으로 쓴다.

멧돼지 쓸개는 많이 얻어맞아서 맺힌 어혈을 푸는 데에 웅담과 견줄 만큼 효 과가 있고 오소리 쓸개는 임신중독이나 산후병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강원도 춘성군 서면에서 채소장사를 하는 신숙희 아주머니는 신경통과 관절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갖가지 양약과 한약을 무수히 먹었으나 잘 낫지 않던 것을 개똥술로 고쳤다.

개똥을 주워 프라이팬에 볶은 다음, 독한 술 속에 넣어 3개윌쯤 두면 개똥물이 노랗게 우러나는데 그 술을 천으로 걸러 소주잔으로 아침?저녁으로 한 잔씩 먹었더니 신통하게도 고질 신경통과 관절염이 나았다. 

 

서을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최덕기 씨는 어렸을 적에 ‘똥물’을 마시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흔히 보았다고 말한다.

이웃사람이 싸움을 하다가 죽을 만큼 얻어맞아 온 몸이 부어오르고 뼈가 여러 개 부러져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는 간신히 변소간 밑의 똥통으로 기어가 똥물을 한 바가지 퍼서 마시고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

그런 후 대여섯 시간만에 일어나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는데 3-4일 후에 멀쩡하게 일어나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똥은 어혈을 풀고 부러진 뼈를 회복시키는 데 특효가 있다고 주장하는 최덕기 씨는 ‘똥’으로 여러 사람의 골병과 어혈을 치료했으며 자신도 여러 번 똥을 먹어 보았다고 한다.

똥은 그냥 먹을 수 없으므로 프라이팬에 참기름으로 볶아서 가루를 내어 막걸리에 타서 먹는다.

냄새가 좀 나지만 먹을 만하다고 한다.

똥을 헝겊자루에 넣어 소주에 담가 하루쯤 두었다가 건져내고 그 술을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럴 때에는 생 마늘을 하나 씹어먹고 나서 마시면 비위가 덜 상한다고 한다.  

 

설악산 남쪽 점봉산에서 평생 약초를 캐고 산짐승을 잡으며 살아온 이상호 씨는 설악산이나 울릉도에 흔한 ‘명이’라는 마늘 비슷한 풀이 살결을 희고 부드럽게 해 주는 데 제일이라고 한다.

명이는 높은 산에만 나는 고산식물로 벌레가 생기는 일이 없으며 뿌리채 뽑아서 방안에 두면 며칠 동안 방안에 향기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명이’를 많이 먹고 또 그것을 달인 물로 늘 세수를 하는데 얼굴에 기미가 없어지고 살결에 윤기가 흐르게 되었다고 자랑한다.

실제로 그의 아내는 나이가 쉰 살이 넘었지만 살결이 고와서 30대 초반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충청북도 단양에 사는 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권하는 것을 거절하고 자연요법으로 고쳐 볼 결심을 했다.

산미나리와 굼벵이, 그리고 청석 위에서 자란 돌나물 등을 4개월 동안 먹었더니 간암이 없어졌다.

 

한때 서울 신설동에서 천연약초와 민간약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약국을 경영하기도 했던 최모 약사는 대체요법 전문가로 이름이 나 있다.

그는 자신이 약사이면서도 일체 양약은 쓰지 않고 민간약만을 처방한다. 한약도 거의 쓰지 않는다.

민간약이야말로 자연과 가장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약 을 여러 방법으로 법제하고 환이나 가루약 등으로 조제해서 처방한다.

최 약사가 민간요법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들어본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이기수(48세)씨는 심장에 열이 많고 몸이 쇠약하여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해열제를 자주 먹고 다리가 떨려 육교를 오르내리지 못했다.

식은땀이 많이 나서 옷이 흠뻑 젖기도 예사여서 이러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여길 지경이었다.

한약이건 양약을 가리지 않고 약을 무수히 먹었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던 것을 도마뱀 가루를 위주로 한 민간약을 1달쯤 먹 고 완전히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대전에 있는 어떤 절의 주지스님은 몸이 쇠약하여 앉아 있기도 힘이 들고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기만 하면 온몸의 뼈마디가 쑤셔 죽을 지경이었다.

보약을 무수히 먹었으나 차도가 없었다.

역시 도마뱀 가루약을 한 달쯤 먹고 나자 완전히 좋아져 비오는 날에도 몸이 쑤시고 아프지 않게 되었다. 

 

최 약사는 민간요법에 깊은 관심을 갖고 호박으로 피부가 고와지고 잔주름이 없어지는 약, 두꺼비 기름으로 치질과 치루를 고치는 약 등을 개발하였고 유황을 법제하여 신경통 관절염 고혈압 저혈압 간경화 간염 갖가지 피부질병 등을 치료하기도 한다. 

 

경상북도 상주의 윤모 씨는 숨은 민간의사이다.

그는 주변에서 위장병, 피부병, 골절, 신경통 등의 질병으로 찾아오는 환자에 게 흔한 풀, 숯가루, 돌이끼 따위를 처방하고 아픈 부위를 꾹꾹 누르거나 손바닥으로 치면서 이상한 주문을 외기도 한다.

그는 한의학이나 현대의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신을 모으면 병을 고칠 수 있는 영감이 주어진다고 한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모씨의 4세 된 아들이 갑자기 목이 붓고 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여러 군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낫지를 않았다.

그러던 중에 이웃에 사는 할머니로부터 독사의 배를 갈라 햇볕에 말 린 다음 그것을 구워 가루 내어 목구멍에 불어넣어 주면 낫는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했더니 세 번만에 거짓말같이 나았다고 한다. 

 

경기도 가평군의 깊은 산 속에서 흑염소를 먹이며 사는 한 할머니는 심한 요통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엄나무 줄기를 한 짐 잘라다가 달여서 오래 먹었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 

 

이와 같은 민간요법의 활용사례를 보면 질병을 치료하는 지혜는 도처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체질과 전통 속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이 위대한 민간의 지혜는 국가의료 관계자나 의사들한테 ‘조잡한 속설’이나 ‘허무맹랑한 웃음거리’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약의 현대화’를 ‘의약의 서양화’로 해석하는 우리 나라 의학계의 서글픈 현 실이 민족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 북한에서는 우리와는 반대로 민간의학을 적극 육성하여 민간요법에 담긴 지혜를 캐내어 현대화하는 데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을 번역하면서 자기 나라 약재의 성분과 약리실험 결과를 덧붙이는 작업을 하여 왔고, 전문의학자 수천 명을 민간의학 연구와 계승에 동원시키는 등 민간의학을 발전시키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인삼, 녹용, 웅담, 사향, 뽕잎, 당귀, 지렁이 따위를 주사약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을 만큼 민간요법을 현대화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는데 여러 난치병 치료에 서양의술보다 탁윌한 효과를 내 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간요법은 민초들 사이에서 발생하여 민중의 사랑을 받아온 의술이다. 물론 민간 요법 가운데는 그 효과가 신통치 않은 것이나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요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요법 가운데는 현대의술보다 훨씬 탁월한 지혜가 숨어 있기도 한 것이다.


민간요법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약재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많은 민중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의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갖가지 공해독으로 암, 백혈병, 당뇨병 등 난치병은 늘어만 가는데 아직 이러한 질병들을 고칠 수 있는 의료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든 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한약재까지 농약과 화공약품에 오염되어 약이 아니라 독이 되어 병을 고치려다가 오히려 병이 더 심화되기 일쑤인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 민간요법은 공해로 인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법으로 연구 발전시킬 가치가 매우 크다.

민간의학이야말로 겨레의 토종지혜가 깃들어 있는 진짜배기 민족의학이다. 민간요법을 오늘에 되살려 현대화하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 시급한 일이라 하겠다.

 

 

1992년에 쓴 글을 2005, 5, 15일에 싣다. 운림.

 

 


 
운림(wun123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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