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문제 생기면 장모가 이혼에 더 적극적... 인생 상담하며 사위와 좋은 관계 유지도 많아
사례1. 40대 초반의 ㄱ씨는 최근 회사를 명예퇴직하고 조그만 가게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 창업자금이 모자라 처가 도움을 받았는데 이것이 불화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가게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아내는 점점 '돈도 못 벌어오는 남편'을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긴장상황은 오래지 않아 부부싸움으로 번졌고 아내는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금방 생각을 고쳐먹고 돌아오겠지'라는 그의 기대는 헛된 꿈에 불과했다. 며칠 뒤 아내와 함께 찾아온 장모는 화해를 시키기는커녕 "내 딸을 이렇게 힘들게 할 거면 차라리 이혼하라"고 소리치며 그의 뺨까지 쳤다. 그는 울컥하는 마음에 다 정리하려고 했지만 아이들 생각에 어떻게든 이혼만은 피하려고 노력중이다.
사례2. 30대 중반의 회사원인 ㅇ씨는 직업 특성상 야근이 잦다. 그래서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내가 컴퓨터 채팅을 즐기는 것도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아내의 휴대폰에 낯선 전화번호 여러 개가 반복적으로 찍혀있는 걸 의아해하던 그는 추궁 끝에 아내가 10여명의 남성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됐다. 피가 끓어 올랐지만 가정은 지키고 싶어 아내를 타일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내의 비행을 함께 말려줄 것으로 믿었던 장모가 오히려 이혼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위자료까지 요구하는 장모 앞에서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내에 치 떨고 장모 압박에 이중고"
"사랑에 속고 돈에 운다."
아내의 배신에 치를 떨고 장모의 압박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요즘 남성들의 현주소이다. 경제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딸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사위들이 이혼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 남성의 전화(www.manhotline. or.kr)' 이옥이 소장은 "가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성과 친정부모가 이혼에 더 적극성을 띠는 것이 최근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여성의 사회활동이 왕성해지면서 그늘에 가려져있던 친정엄마의 역할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www.lawhome. or.kr) 조경애 상담위원은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3~4년 전부터"라면서 "아이를 적게 낳다보니 딸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진 탓에 이런 사례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장모-사위의 갈등은 기존의 시어머니-며느리의 갈등관계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우려한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옥선화 교수(한국가족학회 이사)는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뒷간과 처가는 멀어야 좋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가부장적인 관념이 지배하던 사회였기 때문에 장모-사위의 갈등은 고부갈등보다 더 긴장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장모-사위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팽배하던 시어머니-며느리의 갈등과 많은 부분 비슷하다. 아들을 낳지 못해 구박받거나 혼수가 적어 소박당하는 며느리들의 과거는 아내의 외도에 분노하고 경제력을 상실해 무시당하는 사위들의 현재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고부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못된 시어머니가 부각되듯이 장모-사위의 갈등에서는 드센 장모가 악역으로 비치는 것도 닮은 꼴이다. 그런 영향인지 상담에 응한 사위들은 장모를 냉혈한 가해자로 묘사한다.
한국 남성의 전화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친정 어머니는 이혼시키는 공장'이라는 제목의 글은 위기에 빠진 수많은 사위들의 피해의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글은 "딸은 단지 위로를 받고 싶어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것인데 친정엄마는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에 비춰 문제를 확대시키기만 한다"고 주장한다.
'아들 같은 사위'를 원하지만 정작 사위를 아들처럼 관대하게 대하지 않는 장모의 이중적인 태도를 문제삼는 사위도 있다.
시어머니-며느리 갈등과 매우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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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차인 ㅊ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부터 장모의 은근한 불평불만에 시달려야 했다. 중소기업 직원이라 비전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성격까지 문제삼아 남자답지 못하다고 트집을 잡던 그의 장모는 결국 직접 보따리를 싸서는 아내를 데려가 버렸다. ㅊ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처남에게는 아무말도 안하고 자신한테는 왜 그렇게 가혹하게 대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무난하게 처가살이를 하고 있는 사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한다. 홀로 된 장모를 모시고 3년째 살고 있는 ㄱ씨의 경우 자기 소유의 아파트가 있지만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처가살이를 결심했다. 처가살이라고 하지만 1층과 2층에 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장모가 때때로 아이도 봐주고 밑반찬도 나눠주는 등 맞벌이 부부의 고민을 덜어준다는 면에서는 대만족이지만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부부싸움을 해도 '적군 진영'에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때가 많다"며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언제 한번 크게 폭발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고백했다. 그의 이런 고민은 시댁에 살면서 잠재적인 고부갈등을 안고 사는 여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폭풍 전의 고요'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장모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위도 적지 않다. 올해 34살이 된 결혼 4년차 ㅇ씨는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한 큰처남의 혼사문제를 장모와 숙의중이다. 유난히 눈이 높아 웬만한 혼처는 거들떠도 안보는 아들 때문에 장모는 속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럴 때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장모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동시에 요즘 남성들의 생활패턴을 설명해 더 큰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하는 게 퇴근 후 그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일과다.
ㅇ씨가 처음부터 장모와 사이좋게 지낸 것은 아니다. 그는 결혼하면서 동갑내기 아내의 요구에 따라 처가 근처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아무래도 처가 가까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할 거란 나름대로의 계산도 있었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형편에 육아문제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부가 상의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도 꼭 친정엄마에게 확인하는 아내의 습관이 발단이 됐다. 아내는 그가 한 말은 흘려듣다가 똑같은 말을 친정엄마가 하면 그대로 믿고 따랐다. 그는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몇차례 '남편 말은 말 같지도 않느냐'고 화도 냈지만 곧 포기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장모나 처가 식구들을 원망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자칫하면 처가와 갈등을 빚게 될까봐 고민을 하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다. 아예 집안의 모든 문제를 장모에게 먼저 물어보는 '선수'를 쳤다. 한발짝 더 다가서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전술은 제대로 먹혔다. 장모는 대체로 그의 말에 동조했고 아내도 친정엄마가 긍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요즘은 동네 토박이로 살아온 장모를 아이들 교육문제나 주변 부동산 동향까지 제공하는 유용한 정보뱅크로 잘 활용하고 있다.
교육문제나 부동산 등 재테크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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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에 드러난 현상만으로 볼 때 장모는 '딸 가진 죄인'에서 부부갈등의 '최종 심판자'로 대변신중이다. 하지만 조경애 상담위원은 "모든 갈등의 책임을 장모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많은 남성들이 개방화됐다고 하지만 아직 보수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가에서 받는 데 익숙하고 또 좋아하지만 간섭은 아무리 합당한 것이라도 거부하는 사위의 이기적인 태도도 갈등의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지나치게 딸에게만 향하는 사랑이 사위인 자신에게도 미치도록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결말은 예고된 거나 다름없다.
옥선화 교수 역시 장모-사위 갈등을 어느 한쪽이 더 큰 힘을 발휘해 주도하는 일방적인 역학관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모-사위 갈등을 양성평등의 확산 과정에 나타나는 세대간 가치관의 충돌로 보아야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부모는 성인이 된 자녀를 '품 안에 자식'으로 여기지 말고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해야 하며 자녀는 더욱 더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갖고 생활해야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금 더 넓은 틀에서 장모-사위 갈등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정경영연구소(www.home21.co.kr) 강학중 소장은 "좁혀서 얘기하니까 고부갈등이나 장모-사위 갈등으로 표현될 뿐이지 근본은 어른이 된 자식과 부모의 문제"라고 풀이했다. 그는 "우리는 한번도 성인이 된 자식이 가정을 이룬 후의 부모 자식 관계설정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서툴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부모의 '관심'을 자식이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루 빨리 파악하고 서로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출처 : | 너와집나그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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