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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남매 해냈다” 세계1위 꺾고 12년만에 정상탈환

영지니 2008. 11. 24. 22:37

 

 

“셔틀콕 남매 해냈다” 세계1위 꺾고 12년만에 정상탈환


《누나는 동생보다 약간 컸다. 7세나 많은 누나는 동생을 다독거리며 강호들을 격파했다. 처음 손발을 맞춘 지 1년 5개월 만에 이들은 최정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누나는 “동생이 잘 따른다”고 했고, 동생은 “누나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결국 이들은 세계 랭킹 1위까지 꺾고 한국 배드민턴 12년 만의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일곱살 차이 연상연하 ‘영호남 환상조합’ 손발 맞춘지 1년5개월만에 무서운 성장 이효정 銀아쉬움 털고, 이용대 최연소 金

한국 금 - 은 - 동 하나씩… 복식 강국 확인


 

 

○ 셔틀콕으로 맺어진 남매

베테랑’ 이효정(27)과 ‘무서운 신예’ 이용대(20·이상 삼성전기)는 지난해 3월 독일 오픈을 준비하며 처음 손발을 맞췄다. 베이징 올림픽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효정은 처음에는 걱정이 컸다. 그전까지 보통 두세 살 어린 남자 선수들이 파트너였지만 이용대와는 무려 7세나 차이나기 때문. 하지만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활발한 성격의 이용대가 “누나, 누나” 하며 워낙 잘 따랐기 때문. 이효정은 “용대랑 오히려 더 편해졌다. 이런저런 플레이를 그냥 편하게 주문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누나가 앞에서 워낙 네트 플레이를 잘해주기 때문에 나는 뒤에서 때리기만 하면 된다”며 “힘든 일을 다해주는 누나랑 호흡을 맞추는 나는 행운아”라며 웃는다.


이들의 위력은 금방 나왔다. 처음 출전한 독일 오픈에서 우승했고, 올 1월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탔다.


이용대는 정교함을, 이효정은 파워를 앞세워 서로 조화도 맞다. 181cm의 이효정이 네트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받아치고, 뒤에 있는 이용대(180cm)가 탄력을 이용해 강력한 스매싱을 날린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이 고향인 이용대와 부산에서 자란 이효정은 ‘영호남 커플’이기도 하다. 혼합복식에서 남자 선수가 연상일 경우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심하다는 게 통설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의 김동문(33)-나경민(32) 조가 그랬다. 하지만 이 ‘7세 연상 연하’ 커플은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 별이 되다

세계 랭킹 10위인 이들은 상위권 랭커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국 랭킹 1위 노바 위디안토-릴리야나(인도네시아) 조까지 여유 있게 누르며 최정상에 섰다.


승리가 확정되자 이용대는 코트에 누워 양손을 불끈 쥐고 포효를 했고, 이효정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겁게 포옹했다.


올림픽 첫 출전인 이용대는 국내 남자 배드민턴 사상 최연소(19세 11개월)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기존은 시범종목이었던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박주봉이 기록한 만 23세.


잘생긴 외모의 이용대는 누나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이용대는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점차 인기가 늘어나더라. 이제 금메달을 땄으니 더 많아지지 않겠나. 여자 친구는 없는데 금메달을 땄으니 생길 것 같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다. 또 “효정이 누나와 오래 호흡을 맞췄으면 오히려 싸웠을 것 같다. 짧게 기간 준비를 했던 게 좋은 상태를 만들어 줬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용대는 “우승 후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신 어머니”라고 말했다.


이효정은 이경원(28·삼성전기)과 짝을 이뤄 출전한 여자복식 은메달의 아쉬움을 이번 금메달로 말끔히 털어냈다. 이효정은 “우승 후 부모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배드민턴 마지막 날에 금메달을 추가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대회 금 1, 은 1, 동메달 1개의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이용대-이효정 콤비 외에 여자복식에서 이경원(28·성전기)-이효정 조가 은메달을, 남자복식에서 이재진(25·밀양시청)-황지만(24·강남구청) 조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복식에서 모두 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복식 강국’의 면모를 이어갔다.


베이징=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