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잡아채 끌고가고 주리 틀고">
기사입력 2008-04-28 07:01 | 최종수정 2008-04-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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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장은 이렇게" | 기산 풍속화로 보는 조선의 형벌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요즘 범죄 혐의자 체포는 대체로 수갑을 이용하지만 TV 드라마를 보면 조선사회에서 이런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오랏줄이다. 한데 100년 전 주로 외국인들에게 조선의 각종 일상을 그려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풍속화에서는 이 장면에서 '상투'가 나온다.
| "머리 끄덩이 잡고" | 구한말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스왈른이란 사람이 수집해 미국으로 가져갔다가 그 후손이 최근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한 기산 풍속화 147점 중에는 형벌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작품 10점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두 장은 요즘의 경찰관 정도에 해당하는 사령(使令)이 범인을 체포, 구인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산이 직접 이 두 그림에 붙인 설명문은 '잡아딜이고'(잡아들이고)와 '잡아딜이는 사람'(잡아들이는 사람)이다. 두 장면 모두 사령이 범인의 상투를 한 손으로 잡아 챈 채 끌고가는 모습이다. 형벌을 주제로 한 또다른 그림에는 '조인회시허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그림은 형리 두 명이 결박한 죄인의 등 뒤에 북을 매달고는 북을 쳐 가면서 동네 곳곳을 끌고 다니는 장면을 담았다. 이처럼 북을 울리며 동네를 돌아다니며 죄인을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일을 '회술레'라고 했다. |
"주리는 이렇게" | 나머지 형벌을 주제로 한 기산의 풍속화는 주리를 틀거나 곤장을 치는 것과 같이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장면들이다. '권장(곤장)치고'라는 제목의 그림은 집장사령(執杖使令)이란 형리가 아랫도리를 내린 채 엎드린 죄인의 볼기를 곤장으로 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에 사용하는 곤장은 넓적한 버드나무라는 기록이 보이는데 기산의 그림에서도 실제 그런 면모를 보인다. 다만 한 사령이 곤장을 내리치는 순간 다른 사령 한 명이 죄인의 걷어 내린 바지를 다른 곤장으로 꾹 누름으로써 그 죄인이 요동치지 못하도록 막고 선 모습은 다소 이채롭다. 이 '권장치고'가 맨 땅에 죄인을 뉘고 행하는 형벌인데 비해 '태장치고'라는 제목의 다른 풍속화는 T자형 형틀에 죄인을 묶어 놓고 회초리를 사용한 점에서 '곤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쥴이틀고'(주리틀고)라는 그림을 보면 TV 사극을 통해 익숙해진 장면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죄인이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의 발목에다가 묶은 줄을 그 전면에 박아놓은 말뚝에다 다시 묶어 놓은 점이 그것이다. |
"태장은 이렇게" | 최병현 한국기독교박물관장은 "비단 형벌 외에도 기산 풍속화는 여러 분야에서 요긴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