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을 촬영할 때 노출에 대한 부분은 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왜 유독 새하얀 설경을 찍을 때는 노출값을 올려서 찍으라고 할까요? 그건 바로 카메라 때문입니다. 카메라는 사람처럼 사물을 선별해서 바라보는 능력이 없습니다. 카메라는 단지 피사체의 밝고 어두움에 따라서 노출값을 결정하는데요, 눈처럼 밝은 피사체에선 카메라에 탑재된 노출계가 반사된 눈의 밝은 빛만 인식해서 자동으로 빛의 세기를 줄여버립니다. 하얗게 표현되어야 할 눈이 칙칙한 회색으로 표현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렵다고요, 그럼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눈이 내린 다음 날, 햇살에 반짝이는 눈밭을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이 찡그려지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눈(雪)에 반사된 빛이 너무 강하다 보니 반사적으로 눈(眼)을 찡그리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쏟아지는 빛을 어떻게든 적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습니까. 카메라도 그런 원리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얀 색의 눈은 특히 빛을 받으면 반사율이 거의 90%에 달하기 때문에 카메라는 빛이 너무 강하다고 판단하고 유입되는 광량을 자동으로 감소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조리개 우선모드(AV)에서는 셔터속도를 빠르게 하고 셔터스피트 우선모드(TV)에서는 조리개를 조여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게 되므로 이른바 노출부족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이게 우리 눈으로 보면 칙칙한 회색으로 나타되는 것이지요.
당연히 새하얀 눈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노출값을 올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보통 카메라가 측정해주는 노출값보다 +1~2stop까지 올려서 촬영하라고 많이 나오는데요, 그건 상황에 따라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때 그때 촬영상황이 다르고 반사율도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찍을 때마다 LCD로 확인하면서 노출값을 결정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DSLR 카메라는 노출값을 보다 정교하게 1/3 stop씩 올릴 수 있으니 유용할 겁니다.
노출값을 너무 올리게 되면 화이트홀이 생길 확률이 높고, 흰 눈의 디테일이나 질감을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칙은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노출 모드는 전체의 노출을 평균적으로 측광하는 평균측광이 가장 좋습니다.
'밝을 때는 노출을 올리고, 어두울 때는 노출을 내려라'
- 노출의 기본
색감 대비
하얀 눈은 특히 원색을 돋보이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감의 대비는 강한 보색끼리 부딪힐 때 더욱 강렬하게 표현되는데요, 하얀 눈과 파란 하늘, 하얀 눈 속을 걷는 붉은 옷의 사람 등 대비되는 두 색감을 함께 담아서 사진을 보는 이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하게 하는 것이죠.
실제로 색감의 대비는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는데요, 현존하는 최고의 다큐사진 작가인 스티브 맥커리도 사진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색온도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하얀 눈과 대비가 될 수 있는 색상을 찾아서 함께 담으면 남들과는 또다른 느낌의 눈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상고대와 함께 푸른 하늘을 만났다면 극단적인 푸른 색을 표현하기 위해 PL필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햇살이 강해지는 한 낮엔 눈과 하늘 사이의 극심한 노출차이로 인해 조화로운 풍경을 담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이때 PL필터를 장착하므로서 노출차이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죠. 또 하늘은 더욱 파랗게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푸른색이 깃든 눈은 그 차가움을 더욱 돋보이게 표현합니다.
후보정
하얀 눈이나 상고대의 후보정은 하얀 색을 더욱 살리고 하얀 색 안에 든 다른 잡색은 제거하는 쪽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하얀 눈 속에 지나치게 다른 색감이 들어있을 경우, 의도적으로 잡색을 빼주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하얀 눈이나 상고대를 더욱 하얗고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때 눈의 밝기를 지나치게 올리면 주변의 다른 것들, 특히 하늘의 밝기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에 하얀 눈부분을 따로 선택해서 작업하거나, 채널과 커브, 레벨 등을 통해 하늘 부분의 밝기도 따로 조절해 주는 게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