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기술이 예전에 비해 월등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카메라는 인간의 눈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다이나믹 레인지(Dynamic Range)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다이나믹 레인지는 최대 16스탑(stop)까지 가능하지만 DSLR 카메라는 5~7스탑이 최대로서 특히 일출이나 일몰 등의 역광 촬영시에는 육안과 비교했을 때 극심한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사람의 눈으로는 명부(밝은 부분)와 암부(어두운 부분)의 노출차이가 아무리 나더라도 세세한 부분까지 구분이 가능하지만, 카메라는 측광을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서 노출차이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이런 현상은 일출이나 일몰 등 노출차이가 많이 나는 풍경사진을 담을 때 특히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서 밝은 하늘 쪽에 측광을 해서 촬영을 하게 되면 암부는 극단적인 노출언더상태가 되어 디테일이 사라져 버리고, 어두운 땅 쪽에 측광을 해서 촬영을 하게 되면 이번엔 하늘 쪽이 노출오버가 되어 하이라이트가 생기게 된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땅 쪽에 측광을 해서 촬영을 하게 되니, 하늘부분에 강렬한 하이라이트가 생겼고 구름의 디테일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포토샵에서 스포로이드를 이용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찍어보면 RGB가 255,255,255로 완전한 '화이트홀'이 생겨버려 보정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렇듯 역광의 풍경사진 촬영에서는 카메라의 측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확연하게 다른 결과물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부와 암부의 노출편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일출이나 일몰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사진전문가가 촬영하더라도 극단적인 노출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요즘 새로 나오는 DSLR은 이런 노출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카메라 안에 내장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서 나오고 있다. 캐논의 '하이라이트톤 우선 또는 ALO'기능과 니콘의 'D라이팅' 기능, 소니의 'DRO'기능이 바로 그것인데, 그나마 구형바디(캐논 EOS 5D)를 사용하는 내겐 그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노출차이로 인해 생긴 명부의 하일라이트-이런 기본도 안되어 있는 사진은 사진이 아니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 노출편차를 줄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그라데이션 ND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일출이나 일몰 등 역광의 풍경사진을 촬영할 경우, 렌즈 앞쪽에 아답터를 설치하고 사각의 그라데이션 ND 필터만 끼우면 되기 때문에 사용방법도 아주 쉽고 간편하다.
그라데이션 ND필터는 특정부분의 노출을 억제시켜서 이미지 전반의 노출을 조정하는데 아주 유용한 필터인데 한 번 살펴보면 금방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만약 위의 사진처럼 노출편차가 큰 날씨에 그라데이션 ND필터를 끼우고 사진을 찍게 될 경우,
하늘부분의 노출오버를 조정해서 사진 전체에 적당한 노출을 주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감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내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그라데이션 ND필터는 코킨사에서 나온 ND4, ND8 필터다. 그림을 잘 보시면 이해하겠지만, 위쪽은 약간 불투명의 검은색이 칠해져 있고 아랫쪽은 투명하다. 노출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두 개의 필터를 각기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되는데 ND4는 2^2승 즉 2스탑의 노출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고 ND8은 2^3승 즉 3스탑의 노출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ND4나 ND8의 사용용도는 비슷하다. 두 개 모두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경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수평선이나 지평선 등 선이 뚜렷한 곳에 사용하면 좋다. ND8은 태양이 뜨기 직전, 명암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릴 때 주로 사용하고 ND4는 태양이 뜨고 나서 어느 정도 명암의 차이가 없어질 때 사용하면 유효하다. ND8은 어두운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명암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상황에서 촬영할 경우 HDR처럼 그림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단점(?)도 있기 때문에 두 개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분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단, 여느 필터처럼 태양빛이 강렬할 때 사용하면 고스트나 플레어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때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그라데이션 ND필터를 장착하고 촬영을 할 경우엔 반드시 삼각대를 이용해서 촬영하는 게 좋다. 적어도 3스탑까지 노출을 억제하기 때문에 셔터스피드가 확연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셔터스피드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으로 촬영하게 되면 거의 흔들린 사진만 찍어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풍경사진을 정말 잘 찍고 싶다면, 가능한 한 손으로 들고 찍는 것보다는 삼각대를 활용하는 게 좋다. 그만큼 풍경사진에서의 삼각대 활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흔들린 100장의 사진보다는 흔들리지 않는 제대로 된 한 장의 풍경사진이 그만큼 값어치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찍는 사진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일출 사진을 찍을 경우에라도...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바다의 수평선과 수평을 맞추도록 하자.
<추신>
흐리거나 밋밋한 날에도 화려한 노을느낌이 날 수 있는 아젠타색의 색조필터를 사용하거나,
푸른하늘을 더 푸르게 만들 수도 있는 색조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데,
나는 색이 들어가 있는 색조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색조필터를 사용할 경우 지나치게 가미된 인공적인 색감 때문에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세간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HDR기법이 바로 그것.
High Dynamic Range의 약자로 한국말로 풀이하자면,
'이미지의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에서 빛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크게 확장시키는 기술의 집합체'라는 어려운 말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서 이미지의 노출차이를 인위적인 보정법으로 줄여서 마치 그림이나 그래픽같이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하는 것인데, 사진 한 장만으로는 노출차이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카메라의 노출 브라케팅을 이용해서 각기 노출이 다른 3장의 사진을 촬영한 뒤, HDR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가장 적당하고 이상적인 노출값이 세팅된 사진을 뽑게 되는데 이런 기법을 'HDR 보정 기법'이라고 한다. 즉, 촬영시에는 반드시 HDR보정을 염두에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노출언더, 정상노출, 노출오버 등 3장의 사진을 노출 브라케팅을 이용해서 촬영하면 된다.
포토샵 CS3부터 HDR 작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포토메트릭스라는 HDR전용프르그램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작동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출처;여행사진가 김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