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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약초·나물 삶은 물 버리지 마세요

영지니 2017. 12. 10. 21:40


가을텃밭. 봄 텃밭과 달리 자라는 게 영 시원찮다면, 주변에서 구한 재료로 보약을 만들어 뿌려주는 건 어떨까. @농민신문DB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 재료를 먼저 삶은 다음 요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식재료 삶은 물을 대부분 버리는데, 이 물을 잘 활용하면 좋은 거름이 된다.

콩 삶은 물에는 인산·질소 등의 단백질 성분이 있어 농작물이 잘 크도록 돕는다.

또 약초 삶은 물이나 고사리 삶은 물은 농작물이 병해충이나 이상기후에 잘 견디도록 해준다.  

콩 삶은 물은 땅속 미생물의 좋은 먹이



콩 삶은 물에는 농작물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녹아 있다. @농민신문 DB 

                                         
건강을 위해 밥에 잡곡을 섞어 먹는 집이 많다.
이중 콩·팥처럼 단단한 잡곡은 한번 삶은 다음 쌀과 섞어 밥을 짓는다.
이때 잡곡 삶은 물을 천연농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어 미생물의 활동력을 높이는 것이다.

부엽토(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흙) 속의 토착미생물, 구청·동 주민센터나 대형마트·인터넷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는 EM(유용미생물)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들어 있다.
이 미생물의 수와 활성을 높일수록 텃밭에 뿌렸을 때 토양과 농작물이 건강해진다.

미생물 수를 늘리려면 미생물의 먹이를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데, 설탕이나 당밀을 많이 쓴다.
그 대신 국산 콩을 갈아서 넣거나 콩 삶은 물을 넣어도 미생물 발효가 잘 된다.
어차피 콩을 삶고 나면 버릴 물이기에 비용도 들지 않는다.

날짜가 지난 두유도 비슷한 효를 낸다.
두유 속에 첨가물이 적을수록 미생물과 섞었을 때 잘 발효된다.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는 두유라면 미생물 발효에 쓰기 보다는 물과 희석해서 텃밭 토양에 바로 뿌려주는 게 낫다

                        
약초 찌꺼기 삶은 물, 텃밭 작물에겐 보약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한약을 지어 먹거나 몸에 좋은 약초를 직접 끓여 마시곤 한다.

이때 충분히 우려먹은 약초를 한 번 더 삶으면 텃밭작물용 보약이 된다.

호박즙이나 각종 과일즙을 만드는 건강원에 부탁해 칡이나 한방약초 찌꺼기를 가져와 써도 된다.



김장배추·무는 속까지 잘 여물어야 한다. 그만큼 재배기간 영양공급이 중요하다. @농민신문DB


만들 때는 큰 통에 재료를 넣고 물을 5배 정도 넣어 중간 불에서 2~3시간 정도 삶는다.

이미 여러 차례 우려낸 재료이므로 삶을 때 물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텃밭작물을 심고 한 달이 넘었다면, 약초 물을 희석하지 않고 작물에 엽면시비(농작물의 잎·줄기 부분에 뿌리는 것)하면 된다.

일주일~열흘 간격으로 뿌리면 병이나 해충 피해를 막고, 텃밭작물 맛이 좋아지는데 도움이 된다.

충분히 식힌 물을 내열플라스틱 통에 넣고 밀봉하면 내년 봄 텃밭에도 쓸 수 있다.

장기 보관할 때에는 약초를 종류별로 따로 삶아서 담아둬야 변질이 적다.

뿌릴 때 필요한 만큼 섞으면 된다.

고사리 삶은 물, 진딧물 등 해충 해결사



고사리 삶은 물은 인체에는 해롭지 않지만, 농작물에 뿌리면 진딧물 등 미세해충을 없애준다. @농민신문 DB 



잡곡·약초·나물 삶은 물 버리지 마세요


                                       
나물 삶은 물도 쓸모가 있다. 추석 차례 상에 올리는 고사리가 특히 그렇다.
고사리 삶은 물은 일종의 독초액으로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한다.
진딧물은 물론이고 이보다 더 작은 해충이 농작물에 피해 입히는 것을 예방해준다.
텃밭에 심은 잎채소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면 고사리 삶은 물을 뿌려줄 때다.
고사리 삶은 물은 전문농가들도 친환경 농사에 많이 활용한다.

만들 때는 보통 고사리나물을 할 때처럼 통에 고사리와 3~5배 정도 되는 물을 넣고 삶는다.
이 물을 50~100배 정도로 희석해서 텃밭작물에 엽면시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