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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보관된 한 장의 사진이 임시정부 역사 밝혔다

영지니 2019. 7. 14. 13:57




낯선 곳에 보관된 한 장의 사진이 임시정부 역사 밝혔다


광저우 임시정부 ‘동산백원’ 현존 사실 밝혀낸 강정애 씨…

한중우호카라반 대표단 만나


중국 광저우 시 월수구(옛 동산구) 휼고원로 12호(옛 주소 35호). ‘동산백원’이라 불리는 이 곳은 중일전쟁이 격화됐던 1938년 7월부터 9월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두 달간 체류했던 곳이다.

한때 멸실된 줄 알았던 이곳은 대만의 한 역사연구소에 보관돼 있던 한 장의 사진이 단서가 돼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 2월 중국 정부가 역사적인 건물에 부여하는 호칭인 민국건축물 지위를 받아 관리 중이지만, 민간인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곳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는 표지석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

12일 오후 중국 광저우 한 호텔에서 재중사학자 강정애 씨(61)가 외교부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저우=외교부공동취재단


2013년부터 2017년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광저우 임시정부 유적으로 발표하기까지 사라진 동산백원 찾기에 나섰던 재중사학자 강정애 씨(61)는 지난 12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중국 충칭에서 상하이까지 임시정부의 흔적을 답사하는 한중우호카라반 국민대표단 청년들을 만나 동산백원을 찾았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당시 임시정부는 초라한 하나의 피난민에 불과했다”며 갖은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26년을 지켜온 임시정부의 의미를 설명했다.

강씨가 광저우 총영사관과 함께 동산백원의 소재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휼고원로 31번지였던 중공 3차 전당대회터 자리가 일본군에 피폭돼 없어지고 난 뒤 임시정부가 있었다고 전해진 35번지도 없어졌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정돼왔다.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당시 양창수 총영사(현 주타이베이대한민국대표부 대표)와 상의해 강 씨는 중국과 대만 현지 전문기관에 의뢰한다.

그러다 대만의 연구소에서 보내준 동산백원의 사진이 현재 남아있는 건물의 입구 모습과 일치했고, 극적으로 동산백원의 현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우리정부는 2017년 3·1절을 기념해 동산백원을 찾은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세계일보

12일 오후 중국 광저우 시 월수구에서 촬영한 동산백원 사진.

이 곳은 현재 중국 정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민간인 주택으로 사용 중이다.

건물 앞에는 중국 정부가 보존 가치 있는 건물에 부여하는 지위인 ‘민국건축물’ 표지가 붙어있으나, 임시정부였다는 표식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광저우=외교부공동취재단


강씨는 이날 취재단과 따로 가진 간담회에서 “(영사관에서 일할 때) 동산백원이 광저우의 역사적 건물로 표지석이 세워질 것이고, 동산백원이 임시정부 유적지였다는 내용도 들어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생기면서 그 모든 일이 없었던 일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중 양국 관계가 다소 개선된 뒤에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대한민국 광저우 총영사관에서 근무했으며 2009년부터 약 10년간 1920∼30년대 중국 광저우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33명을 발굴하기도 한 그의 남편은 중국인이다.

강씨는 동산백원의 보존, 관리와 관련 “중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모두 알기 때문에 (선뜻)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씨는 “저희는 (동산백원을) 찾자마자 굉장히 흥분했다. 당장에라도 이것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랬는데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건축물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매매가 안된다”며 “동산백원을 임시정부 전시관으로 사용하면 참 좋겠지만 중국에서는 우리에게 선뜻 사용하라고 내어 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언젠가 건물의 주인이 나타나면 그 문제는 관리를 하기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산백원의 부동산 등기권과 소유권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 씨는 “우리 영사관에서는 계속 (임시정부였다는) 표지판이라도 하나 붙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언젠가는 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조금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저우=외교부공동취재단,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