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별산야초

여러가지약나무

영지니 2008. 1. 26. 22:05



해동 여러 산 중에 웅장하기는 두류산이고 청절하기는 금강산이며 기이한 명승지는 박연폭포와 가야산 골짜기다.

그러나 단정하면서도 엄숙하고 밝으면서도 깨끗하여 비록 작기는 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청량산이다.”


신재 주세붕이 기행문 <청량산록>에서 청량산을 예찬한 말이다.

그보다 여섯 살 아래이며 동방의 주자로 불리는 퇴계 이황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 사이에 숨어 있는 청량산은 주왕산, 마이산과 함께 우리 나라 3대 기악의 하나로 꼽히는 명산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성암질의 기이한 산봉우리와 층암 절벽이 첩첩이 쌓여 있고, 낙락장송과 기화요초가 바위 틈에 무성하여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풍경을 이룬다.


이 산에는 장인봉 의상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금탑봉 축융봉 등의 36봉우리가 있고, 원효대 반야대 만월대 자비대 청풍대 송풍대 치원대 풍혈대 화암대 등 열 군데가 넘는 대가 있으며, 원효굴 의상굴 반야굴 방장굴 고운굴 금강굴 김생굴 감생굴 등 열 개가 넘는 동굴, 그리고 수십 개의 절터가 있다.


청량산에는 길이가 10리가 넘으며 수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어딘가에 있다고도 하고, 한여름에 솥뚜껑만한 얼음을 캐낼 수 있는 얼음굴이 있는가 하면, 마시기만 하면 만병이 낫는 약수가 묻혀 있다고도 하는 등 불가사의가 많다.


청량산 옆을 흐르는 낙동강 줄기에는 깊은 소가 몇 군데 있는데 관창리에 있는 한 소는 영덕에 있는 바다와 통했다는 얘기가 있다.


여러 해 전에 이 소 주변의 찻길에서 밤중에 물개 두 마리가 차에 치어 죽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잠수부를 동원하여 소 밑으로 들어갔더니 물 속 바위 밑으로 깊이와 크기를 알 수 없는 동굴이 있고, 바다에 사는 물개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더라는 얘기가 전한다.





보약의 으뜸이자 사약의 으뜸 초오

청량산은 경치가 수려할 뿐만 아니라 산삼이나 자초 같은 약초가 많아 약초꾼들이 많이 찾아오는 산이기도 하다.

대개 바위가 많은 산은 약초가 많이 자라지 않는 편이지만 청량산은 흙이 기름지고 토심이 깊어 약초와 산나물이 많다.

수십 년 전 청량산을 관통하는 찻길이 나기 전에는 오솔길 옆으로 머루와 다래 덩굴이 우거져 가을철이면 길 위에 머루, 다래, 오미자 같은 것들이 수북하게 떨어져 쌓여도 줍는 사람이 없었다.


청량산성이 있는 축융봉 골짜기를 더듬어 올라가며 약초를 관찰하기로 했다.

청량산에서 제일 흙이 많고 바위 절벽이 적어 다니기가 쉬운 골짜기다.

개울 옆으로 초오와 천남성, 앉은부채 같은 독초가 많고 해묵은 다래덩굴들이 길을 덮었다.


골짜기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만난 초오를 한 뿌리 캐서 반쯤을 먹었다.

금방 입 안이 얼얼하고 화끈해진다.

같이 간 일행들이 깜짝 놀란다.

초오는 옛날 임금이 죄를 지은 신하를 죽일 때 달여 먹이곤 한 독초가 아닌가.

그러나 초오는 독초이기도 하지만 몸을 따뜻하게 하고 힘이 나게 하는 데 좋은 약초이기도 하다.

신경통, 관절염, 중풍, 당뇨병, 냉증 등에도 효험이 크다.

초오를 많이 먹으면 중독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조금씩 먹으면 기운이 세지고 뱃속이 더워지며 위와 장, 간, 신장이 튼튼해진다.

산 속에서 무술 수련을 하거나 정신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초오를 캐서 조금씩 먹는다.

간혹 생식을 하는 사람들도 초오를 캐서 먹는다.

초오를 먹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세 뿌리쯤 먹는 사람도 있으나 보통 사람은 1/3~1/2 뿌리쯤 먹는 것이 안전하다.


산 속에서 허기져서 걸음을 걸을 수 없을 때 초오 한 뿌리를 캐서 절반이나 1/3쯤 날로 먹으면 곧 힘이 나서 한참 동안 더 걸을 수 있다.

초오는 당뇨병에도 효험이 크다.

초오 한 뿌리에 물 1말쯤 붓고 7되가 되게 달여서 식힌 다음 그 물을 하루에 1되씩 마신다.

초오 달인 물은 반드시 차갑게 식혀서 마셔야 한다.

뜨거울 때 마시면 중독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비만 오면 살아나는 장생불사초 부처손

길 옆 절벽에 부처손이 게딱지처럼 더덕더덕 붙어 있다.

부처손은 그 생태가 기이한 식물이다.

험한 절벽 흙 한 줌도 없는 바위에 붙어 자라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가물 때에는 잎이 오그라들어 죽어 있다가 비가 오기만 하면 금방 파랗게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천 년 동안 말라죽어 있던 것도 물을 뿌려 주기만 하면 30분도 안 되어 새파랗게 살아나니 이 식물한테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무 중에 오래 사는 것은 3,000년이나 5,000년을 사는 것이 있다고 하지만 부처손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천 년이 아니라 몇 만 년까지라도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니 무한정의 수명을 지녔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부처손을 다른 말로 장생불사초 또는 회양초라고 한다.

둘 다 영영 죽지 않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풀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권백, 또는 지측백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파랗게 살아 있을 때의 잎 모양이 측백나무를 닮았으며 말라죽었을 때의 모양이 마치 주먹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처손은 그 이름대로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과 같은 효력을 지닌 약초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며, 피나는 것을 멈추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독이 없고 오래 복용하면 병 없이 오래 살게 된다고 한다.

부처손은 특히 여성들한테 좋은 약초이다.

자궁출혈이나 생리불순, 생리통 등에 달여 먹으면 효험이 크고 치질이나 장출혈, 탈항, 피오줌 등에도 좋다.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여성이 자궁이 차서 임신이 되지 않는 데에도 효험이 크다.

만성간염, 간경화증, 신장결석, 정신분열증, 기관지염 등에도 좋고 갖가지 암에도 효과가 좋다.
부처손은 항암 효과가 가장 뛰어난 약초 중의 하나이다.

폐암, 피부암, 간암, 유방암, 자궁암, 위암, 장암 등에 효험이 있는데 정상세포는 손상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막는 데에도 좋다.

변산에 사는 친구의 아버지가 위암에 걸려서 병원에서 3개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라는 판정을 받고 나한테 문의를 했다. 나는 집 뒤에 흔한 부처손을 따서 달여 먹으라고 조언했다.

변산에는 어디를 가거나 바위에 부처손이 많다.

친구의 아버지는 부처손과 꾸지뽕나무, 광나무를 달여서 차처럼 마시기를 3개월 동안 했더니 몸이 매우 좋아졌다.

2개월 더 복용한 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보았더니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판정이 나왔다.


아마 청량산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약초는 부처손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험한 바위에 붙어 있으니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나뭇가지를 잡으며 바위를 타고 올라가서 손으로 잡아당겨 보았으나 잘 뽑히지 않았다.

괭이로 뿌리에 붙은 흙을 파내면서 잡아당기니 여러 포기가 한꺼번에 딸려 나온다.

마침 일행 중에 친척 한 사람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10kg쯤을 채취해서 주었다.

이렇게 좋은 암 치료약을 내버려 두고 수많은 암환자들이 고통받으며 죽어 가고 있는가….


청량산에는 놓아먹여서 거의 야생처럼 되어 버린 흑염소들이 많다.

흑염소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풀잎이나 나뭇잎을 뜯어먹지만 겨울철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이빨로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다가 층층나무를 몇 그루 만났는데 나무마다 염소들이 껍질을 벗겨 먹어 나무가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층층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나오는데 이 수액을 받아서 마시면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의 수액처럼 약간 단맛이 난다.

층층나무 수액에는 포도당, 과당, 비타민C 같은 영양분이 많고 망간과 아연 같은 미량 원소가 많이 들어 있다.

위장병, 신장질환, 신경통, 관절염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하여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






술독 푸는 호깨나무

개울가에서 직경 20cm쯤 되어 보이는 호깨나무를 만났다.

런데 아직 잎이 나오지 않았다.

죽은 것인 줄 알고 가지를 꺾어 보았더니 살아 있다.

호깨나무는 대추나무와 함께 잎이 제일 늦게 나오는 나무이다.

잔가지를 꺾어 코에 대면 은은한 향기가 난다.

호깨나무는 향이 매우 진한 나무다.

잎을 따서 솥에 넣고 끓이면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굵은 줄기는 그대로 두고 곁가지 몇 개를 잘랐다.

호깨나무는 알코올 중독을 푸는 데 불가사의하다고 할 만큼 뛰어난 효력이 있다.

산뽕나무 잎처럼 생긴 잎을 몇 개 따서 달여 먹고 나서 술을 마시면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아울러 호깨나무는 술로 인해서 망가진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력도 매우 뛰어나다.

청량산에는 수백 년 묵은 호깨나무가 꽤 여러 그루 있다.
호깨나무는 갈매나무과에 딸린 큰키나무다. 키는 15m 지름 1.5m까지 자란다.

잎 모양이 산뽕나무를 닮았다.

6~7월에 꽃이 피어 10~11월에 열매가 익는다.

열매의 모양이 특이하여 사람들의 눈을 끈다.

열매와 같이 붙은 과경이 마치 닭의 발이나 산호를 닮았으며, 따서 먹으면 달콤한 맛이 난다.

씨앗은 멧대추와 비슷하다.

백석목, 헛개나무, 목산호, 현포리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호깨나무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에서 나온 어떤 옛 의학책에도 적혀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여러 의학책에는 술독을 푸는 데 으뜸가는 약으로 적혀 있다.

호깨나무는 술독을 풀고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다.

호깨나무의 효능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옛날 어떤 사람이 호깨나무로 집을 수리하다가 실수로 나무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술이 곧 물이 되었다고 했으며, 어떤 사람이 30년 동안 술을 마셔서 중병에 걸려 다 죽게 되었으나 호깨나무 열매를 달여서 먹고 나았다고 하였고, 호깨나무를 집 안에 심어 두기만 해도 그 집안에서는 술이 익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술을 평생 동안 마셔 소갈병으로 다 죽게 되어 어떤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는데 호깨나무 열매를 달여 먹였더니 곧 나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실제로 호깨나무 열매나 잎, 잔가지 등을 달여서 마시면 술에 취한 사람이 금방 깨어나고 숙취가 없다.

술을 마시기 전에 호깨나무 차를 한 잔 마시면 술을 몇 배나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호깨나무는 술로 인해서 간이나 대장, 위, 뇌 같은 것이 나빠진 것을 치료하는 데 뛰어난 효능을 지닌 나무이다.

술로 인한 간염이나 지방간, 간경화증 등에 효험이 크고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 치질, 갖가지 염증, 식중독 등에도 효과가 있다.
축융봉 일대와 청량사로 올라가는 길 옆에 수백 년 된 것이 있고, 김생굴과 어풍대 근처에 작은 것이 몇 그루 있다.







오갈피나무와 생강나무

약초 관찰도 하고 조금씩 채취하기도 하면서 두 시간쯤 올라가니 옛날 마을이 있었던 듯한 데가 나왔다.

해묵은 배나무 몇 그루와 무너진 돌담이 있고 제멋대로 자란 뽕나무가 무성하다.

개울 옆으로 잎 모양이 산삼과 꼭닮은 오갈피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옛말에 다섯 수레의 황금을 한 포기의 오갈피나무와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갈피나무는 온몸을 튼튼하게 하는 보약으로 이름 높다.

오갈피나무를 오래 복용하면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고 높은 산이나 깊은 바다 속 같은 극한 환경 속에서 견디어 내는 힘이 몹시 세진다고 한다.

폐허가 된 집터에서 한 시간쯤 쉬면서 무릇, 나리, 마 같은 것을 몇 뿌리 채취했다.


거기서 10분쯤 골짜기를 따라 오르다가 길이 끊기는 바람에 가까워 보이는 산꼭대기로 무작정 비탈을 타고 올랐다.

몹시 가파랐다.

가파른 비탈에 찔레나무와 두릅나무 같은 가시나무들이 무성하여 몸 여기저기가 마구 긁혔다.

꼭대기 가까이까지 올라간 곳에서 더덕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행들이 모두 주변을 뒤져 더덕을 캤다.

잠깐 사이에 캐서 모은 더덕이 50여 뿌리나 되었다.

나중에 점심을 먹으면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향이 일품이었다.

모두들 더덕 잎 하나 버리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

더덕 잎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당귀 잎과 바디나물 잎, 생강나무 잎을 몇 장씩 따서 쌈을 싸서 먹어 보기도 했는데, 특히 생강나무의 톡 쏘는 듯한 맛이 일품이었다.

일행들이 모두 생강나무 잎을 쌈 재료로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했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철에 샛노랗게 피는 꽃도 좋지만 잎이나 잔가지를 달여서 차로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뼈와 근육이 튼튼해진다.

특히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나서 몸조리를 잘 못해서 생기는 병인 산후통에 특효가 있다.


곧 해산하고 나서 찬바람을 쐬거나 하여 온 몸이 쑤시고 시리고 저리고 아프며 손발이 시려 찬 물에 손을 담그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생강나무 잎이나 잔가지를 잘게 썰어 차로 끓여 마시면 얼마 안 가서 깨끗하게 낫는다.

한여름철에도 털옷을 입고 다닐 만큼 산후풍 증상이 심한 사람한테 생강나무를 먹도록 권했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 완전하게 나았다는 연락이 왔다.




'증상별산야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상별약초  (0) 2008.01.27
여러가지약초  (0) 2008.01.26
약초보약들  (0) 2008.01.23
혈액순환 돕는 산야초  (0) 2008.01.23
약초분류  (0) 200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