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나무와효능

노각나무

영지니 2008. 1. 27. 06:41

 

온갖 간질환 치료하는 노각나무

노자산은 한려수도에 흩어진 많은 섬들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산이다.

꼭대기에 오르면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쪽빛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세상에 섬처럼 완전하게 아름답고 시적이며 낭만적인 것이 또 어디에 있으랴.

이 곳에 오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된다.

노자산에 오르면 낭만적인 황홀감과 아름다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저물녘에 바위 꼭대기에 앉아 한산도, 비진도, 선유도, 미륵도, 사량도 등 이름을 아는 섬들을 손꼽아 헤어보거나, 가본적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남해의 뭇 섬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하늘에 주먹만한 별들이 솟아날 때까지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남녘의 겨울은 북녘의 봄과 같다.

얼지 않은 땅에는 보리와 푸성귀들이 자라고 동백나무며 사철나무며 돈나무, 후박나무 같은 것들이 사철 푸른 잎을 달고 있어서 도무지 겨울 같지가 않다.

엄동설한 일년 중 가장 추운 계절이지만 이곳은 남녘 햇살이 봄볕처럼 따사롭다.


노자산에는 노각나무, 예덕나무, 마삭줄, 가시나무, 사철나무, 보리장나무, 꾸지뽕나무 같은 추운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약나무들이 많다.

산 아래쪽에는 털머위나 인동, 광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와 같은 상록성 식물들이 울창하다.

노자산을 천천히 걸어 오르면서 약초를 관찰했다.

노자산에는 특히 노각나무가 많다. 노각나무는 차나무과에 딸린 중간키나무로 세속을 초월한 도인의 품위가 있는 나무이다.

잎은 시원스럽게 널찍하고 여름철에 좋은 향기가 나는 큼직한 흰 꽃이 핀다.

배롱나무나 모과나무를 닮은 껍질이 아름다워서 요즈음 정원수로도 인기가 있고 나뭇결이 아름답고 빛깔이 고와서 가구나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나무에 신비로운 약성이 감추어져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떤 본초학 책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노각나무는 간염이나 간경화증, 지방간과 같은 여러 종류의 간질환과 손발마비, 관절염 등에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는 약나무다.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도 탁월하고 알코올 중독, 농약 중독, 중금속 중독을 풀어주는 작용도 뛰어나다.

산에서 넘어져 발을 삐었거나 다쳤을 때 노각나무 껍질을 짓찧어 붙인 다음 노각나무 껍질이나 잔가지를 달여서 먹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 통증이 없어지고 부은 것이 내린다.


내가 어렸을 적에 경북 금릉군 수도산에 약초를 캐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그 분은 노각나무를 위주로 하고 인동덩굴, 오갈피, 만삼, 옻나무, 마가목과 같은 몇 가지 약초를 보태어 달여서 황달이나 간경화증, 위장병, 신경통 등 어지간한 병은 말끔하게 고치곤 하셨다.


그 분은 늘 노각나무를 달인 물을 병에 담아 갖고 다니면서 음료수 처럼 마시곤 하셨는데, 그것을 마시면 뼈가 튼튼해져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뼈를 다치지 않고,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며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는 법이 없다고 하셨다. 노각나무의 효력 때문이었는지 그 분은 과연 백살이 넘도록 건강하게 사시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노각나무를 달여서 먹어 보았다.

달짝지근한 맛이 있어 먹기가 괜찮았다.

노각나무는 고로쇠나무나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처럼 수액을 받아 마실 수 있다.

 

이른 봄철 잎 트기 전에 나뭇가지를 꺾거나 나무에 상처를 내면 달콤한 맛이 나는 수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오래 전에 지리산 한신 계곡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크게 자란 노각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작은 가지 하나를 꺾었더니 수액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입을 대고 정신없이 받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수액을 그릇에 받아서 마시면 여러 간질환과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노각나무는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보다 수액이 훨씬 많이 나오고 맛도 좋다.

그런데도 이 나무의 수액을 받아 마시는 풍습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노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특산 식물이란 우리나라 말고는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자라지 않는 식물이란 뜻이다. 

잘만 활용하면 관상용으로도 세계적인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한국토종약초연구소 회장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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