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열매가 肝을 되살린다
암은 물론 흔한 감기에서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정복은 요원해보인다.
바이러스성 간염과 간암 치료분야에서도 의학자들은 아직 겸손하다.
항바이러스제, 항암요법이 계속 발전해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완치나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유럽의 자연의학은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보다 인체 면역력을 높여 질병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주는 우회 전략을 쓴다.
베를린에 있는 하벨회에 병원은 의료기관이라기보다 휴양지 같다.
호수를 끼고 산책할 수 있는 숲속 오솔길이 한 시간 이상 펼쳐진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결핵병원으로 명성을 얻은 이 병원은 요즘 간염. 간암 환자로 더 붐빈다.
인기의 비결은 현대의학의 치료에 한계를 느낀 환자들이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만난 60대 초반의 간염환자 게르트 샤드는 "다른 병원에서 인터페론을 맞았지만 효과도 없고, 고열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려 이곳을 찾았다"며 "치료효과는 기다려야겠지만 요즘 잠이 잘 오고, 식욕이 되살아났다"고 활짝 웃었다.
신성한 식물' 미슬토=간질환 치료의 핵심은 미슬토(겨우살이) 추출물이다.
환자들은 주 2~3회 복부 피부 밑에 미슬토 주사를 맞는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어 의사가 처방하면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놓기도 한다.
미슬토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선 대중적인 의약품이다.
1926년부터 임상에 활용돼 오다 연구논문이 쏟아지면서 80년대 후반부터 대중화됐다.
미슬토는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다년생 식물. 사시사철 늘 푸르고, 겨울이면 꽃과 열매를 맺어 이곳에선 신성한 식물로 여긴다.
미슬토의 속성은 숙주에 들러붙어 번식하는 종양과 같다.
따라서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으로 고친다(Like cures likes)'는 동종요법 개념에 들어맞는다.
미슬토에는 1천7백여 성분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중 대표적인 성분이 암을 억제하는 렉틴과 비스코톡신, 그리고 다당류 등이다.
미슬토 효과는 세포 독성. 면역 조절. 항종양 기능으로 구분한다.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지 2년 된 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치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페론 치료 성적인 40~50%와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없다는 게 큰 차이다.
2년 치료 후 환자의 80% 이상에게서 나타나는 피로. 복부 통증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고 응답한 것도 고무적인 결과다.
일부 환자에게선 간 기능을 나타내는 효소인 GOT. GPT가 치료 시작 전보다 3분의 1 이상 떨어졌고, 일부에선 간염 바이러스가 없어졌다.
병원장인 하랄드 마테스(소화기내과)박사는 "미슬토로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동종요법 약물인 헤파토도론과 솔라눔을 매일 복용시켜 간 조직의 신진대사를 개선, 간세포 재생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미슬토 치료의 최대 장점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끔 멍울. 붉은 반점 등 피부 반응이 나타나지만 대개 일시적이다.
간암 환자의 생존율, 삶의 질 높인다=하벨회에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카타리나 브루크만(50.여)은 "15년간 암과 싸우고 있지만 요즘도 매일 6km쯤 걷고 등산. 요리. 정원 일. 쇼핑을 무리 없이 해낸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 병원 내과과장 마티아스 기르케 박사는 "치료효과와 함께 환자의 컨디션을 좋게 해 식욕과 체중을 회복시키고 숙면을 취하게 한다.
또 피로와 우울감을 덜어주며, 진통제 없이 통증을 70% 이상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벨회에 병원
의료진은 최근 간암 환자 18명에게 미슬토를 간암 부위에 주 1~3회 직접 주사한 결과, 이 중 14명에게서 암 크기를 현저히 줄이는 개가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18~80세 환자들의 치료 전 암 크기는 1~12㎝였다.
미슬토 주사 후 6개월.1년.2년 생존율은 각각 1백%.78%.54%. 또 환자들의 삶의 질도 70% 이상 개선됐다.
"현재 미슬토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라며
"항암제 치료를 중단한 환자
항암제 부작용이 심한 환자
항암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병용 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슬토란, 우리나라에서 겨우살이로 불려
하얀 앵두처럼 생긴 겨우살이 열매를 새가 먹고 있다.
미슬토는 다른 나무에 붙어 살면서 겨울에 꽃과 열매를 맺는 독특한 기생 상록수다.
뿌리가 없는 대신 가지가 숙주나무에 붙어 유기물질과 수분을 공급받는다.
새가 번식을 돕는다.
끈끈한 점액질이 있는 열매가 새의 발에 묻어 다른 나무로 옮겨간다.
지구상에 1천4백여종 이상 존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겨우살이로 불린다.
한방에선 상기생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
약효는 기생하는 나무, 채취 시기.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약효가 높은 미슬토는 서양 물푸레나무에서 채취한 것으로 열매에 암 억제 성분이 가장 많다.
국내에는 보령제약(상품명 헬릭소)과 한국 아브노바(아브노바)가 수입해 팔고 있으며, 가천의대 길병원. 포천 중문의대 차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활용 중이다.
"체르노빌 어린이 치료 효험 피로, 두통 등 절반으로 감소"
하벨회에 병원 하랄드 마테스(45)원장은 독일에서 미슬토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의사다.
외래를 찾는 간염 환자는 물론 1백80병상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환자에게 미슬토를 주사한다.
미슬토는 언제부터 사용했나.
"1917년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미슬토의 치료 효과를 주장했다.
이후 스위스 여의사 이타 베그만 박사가 26년부터 임상에 활용했다."
미슬토가 유용하다는 근거는.
"독일에서만 1천5백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대표적인 것이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관련 논문이다.
유럽의 과학자들은 방사능 노출로 면역체계가 파괴된 어린이 30명을 대상으로 미슬토의 면역 증강 효과를 조사했다.
미슬토를 주 2회 3주간 주사했더니 종양의 성장. 전이를 억제하는 NK(자연살해)세포 활성이 두 배나 높아졌다.
반면 피로. 발한. 두통. 뼈 통증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원리는 무엇인가.
"미슬토의 각종 활성 성분이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활성화해 인체 저항력을 높인다.
NK세포와 백혈구 수도 증가한다.
이들 성분 중 항암 활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단백질인 렉틴이다.
렉틴은 암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 세포 내부로 들어가 암세포의 활성을 저지한다."
항암제. 방사선 요법 등 기존 치료와 병행해도 무방한지.
"물론이다.
함께 쓰면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크게 줄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한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미슬토를 쓰면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한다.
엔돌핀 분비를 촉진해 통증을 줄여주기도 한다."
외국 환자들도 이곳을 찾아오나.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나라의 환자들이 방문한다.
간암 환자가 가장 많고 유방암. 폐암 환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