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다슬기

영지니 2008. 2. 6. 08:47

    

다슬기

 

다슬기는 우리나라 냇물에 흔하다.

심산유곡의 깨끗한 냇물에서부터 강 호수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강 하구에 이르기까지 흐르는 물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서식한다.

이름도 많아서 고둥, 민물고동, 골뱅이, 고디, 소라, 달팽이 따위로 부르고 있으나 다슬기로 부르는  것이 옳다.

고둥은 연체동물 가운데서 나선모양의 껍데기를 가진 3백60종의 동물을 통틀어서 부르는 이름이고 소라는 바다에 사는 고둥 종류 전부를 이르는 말이다.

달팽이는 육지에 사는 연체동물을 말하는 것이고 골뱅이 고디 등은 고동의 사투리다.
   
온 나라 냇물에 지천으로 널렸으되...
다슬기는 우리나라에 2속 9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고둥류 가운데서 가장 작은 무리에 든다.

길이가 35mm 직경 15mm를 넘는 것이 드물다.

껍질에 나사층이 10층이나 되는 것도 있으나 대개 뾰족한 끝 부분이 부식되어 없어지고 3-4층만 남는다.

껍질의 색깔은 황색 황갈색 암갈색 갈색 검정색 따위로 다양하고 껍질의 표면도 매끈한 것, 우툴두툴 혹이 있는 것, 가로줄이 있는 것, 세로줄이 있는 것, 가로주름이 있는 것, 세로주름이 있는 것 등이 있다.


개체에 따라 생김새의 차이도 많은 편이다.

구슬알다슬기, 주름다슬기, 좀주름다슬기, 참다슬기 등 대부분의 다슬기 무리는 대부분이 오염이 안 된 맑은 물에 살지만 오직 곳체다슬기만은 오염된 더러운 물에서도 산다.


다슬기는 대개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햇볕이 안 드는 돌 밑에 붙어 있다가 저녁 무렵이면 슬슬 기어 나와 활동을 시작한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낮에도 기어 나와 활동을 하기도 한다.


활동할 때에는
평평하고 넓은 발바닥을 바위에 붙여 천천히 움직이는데 발바닥에 끈적끈적한 점액이 분비되어 바위에 잘 달라붙는다.

바위에 붙어 있는 다슬기를 손으로 떼어내면 금방 얇은 각질의 뚜껑을 덮어 몸을 감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각질의 뚜껑을 '각구'라고 한다. 다슬기는 이 각구 안에 신체의 모든 기관이 들어 있다.


기어 다니는 놈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한 쌍의 더듬이(촉각이라고 부른다)가 있고 촉각 아래 눈이 있으며 눈과 눈 사이에 입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입은 턱과 치설(齒舌)이 있는데 치설은 연체동물만이 갖고 있는 기관이다.


다슬기는 냇물 속의 바위나 자갈에 붙어 있는 조류(藻類) 물고기의 배설물 등을 먹고 산다.

집에서 기를 적에는 배추, 시금치 따위의 야채를 살짝 데쳐서 넣어 주면 치설로 잘 할아 먹는다. 


다슬기를 물에 넣고 삶으면 물이 파랗게 우러난다.

다슬기뿐 아니라 거의 모든 조개, 고등류들도 삶으면 물이 파랗게 된다.

이는 다슬기 조개 고등류의 핏속에 푸른 색소가 많이 들어 있는 까닭인데 그 가운데서도 다슬기에 파란 색소가 가장 많다.
모든 다슬기는 먹을 수 있다.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서 흙이나 더러운 것을 다 뱉어내게 한 뒤에 삶아서 바늘이나 탱자나무 가시 같은 것으로 살만 빼어서 먹는데 옛날에는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요즘에는 시장이나 강 주변의 유원지, 길가에서 삶아 파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담박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있고 바늘로 하나하나 까먹는 재미도 괜찮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물이 오염되어 있으므로 함부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다슬기를 채집해 보면 껍질 속이 완전히 썩은 것, 껍질이 기형으로 뒤틀린 것, 죽은 것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내와 강이 농약과 화공약품 산업폐수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맑은 물에서 자란 것을 골라서 먹어야 하고, 또 절대로 날로 먹어서는 안 된다.

폐흡충의 중간숙주이기 때문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웅담에 견줄 약효?
우리나라에는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을 비롯하여 몇 군데 다슬기 보호지역이 있다.

다슬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슬기를 먹고사는 반딧불이나 반딧불이의 멸종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딧불이나 반딧불이의 유충은 물 속에서 다슬기를 잡아먹고 산다.

요즈음 다슬기를 잡아 식용으로 파는 사람이 늘어나고 농약을 많이 치는 바람에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다슬기를 먹고 사는 반딧불이나 반딧불도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본디 우리나라에서는 다슬기를 심심풀이 정도로 까서 먹는 것 외에 약용으로나 식용으로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간혹 민간에서 다슬기 껍질을 가루 내어 위, 십이지장궤양, 간염 등의 질병에 먹거나 종기 피부병 등에 바르기는 했으나 그리 널리 알려진 민간요법은 아니었다.

다슬기가 간암 간경화 간염 등의 여러 간질환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음이 널리 알려지기기 시작한 것은 1992년에 타계한 민간의학자 인산 김일훈 선생이 1986년에 <신약(神藥)>을 출간하고 나서부터이다.

인산 김일훈 선생은 다슬기에 들어 있는 푸른 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흡사하므로 갖가지 간병에 신비로운 효능이 있는 약이 된다고 하였다.
"민물고등이라고, 다슬기가 있어요. 그것이 심산(深山)에서 나오는 건 상당히 비밀이 있어요.…

달이게 되면 파란 물이 나오는데 어머니가 흡수한, 호흡에서 흡수한 간(肝)을 이루는 세포조직이 그 청색(靑色)인데 그 새파란 물이 인간의 간을 이루는 원료라.…

그 청 색소의 힘을 빌어 간이 정화(淨化)작업을 하는데 그 간의 조직체인 색소가 고갈돼서 간암 간경화가 생겨요.…

이 간의 조직원료가 되는 청색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민물고동이라."
                                                                                

인산 김일훈<神藥本草> 78, 229 370 589쪽 참조.
   
다슬기의 살(肉)과 달인 물은 신장(腎臟)을 돕는 양약(良藥)이고 껍질은 간, 담에 좋은 약이다.

다슬기의 약성을 살펴보면,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간장과 신장에 작용하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위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하고 열독과 갈증을 푼다.

그대로 삶아서 약으로 쓰는 것도 좋으나 심화된 간과 담의 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름을 내어 쓰는 것이 좋다.

제대로 낸 다슬기의 기름은 토종웅담에 비길 만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슬기 기름을 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작은 말로 세 말(30리터)이상의 다슬기를 준비하여 죽은 것은 버리고 산 것만을 가려 물기를 뺀 다음 항아리에 담고 항아리 입구를 두꺼운 삼베 두 겹으로 막고 명주실을 꼬아 만든 끈으로 단단히 묶는다. 

다슬기가 들어 있는 항아리보다 조금 큰 항아리 하나를 주둥이 아래까지 잠기도록 땅을 파서 묻고, 다슬기가 들어 있는 항아리를 그 위에 엎어놓는다.

위의 항아리와 아래 항아리가 맞물린 틈새를 진흙을 이겨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잘 막은 다음에 윗 단지 몸통을 새끼줄로 칭칭 감는다.

이때에 잘못하여 항아리 속에 공기가 들어가면 다슬기 기름의 맛이 몹시 역하여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된다.
 

향기 나는 다슬기를 찾아라!
다슬기를 기름을 내거나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판매를 하는 데가 더러 있다.

요즘은 중국에서 수입한 다슬기도 널리 유통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슬기가 맑은 물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다슬기 중에서 가장 흔한 곳체다슬기는 오염이 심한 물에서도 잘 산다.


그러므로 다슬기나 다슬기로 만든 식품, 제품을 함부로 사서 먹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

깨끗한 물에서 자란 다슬기는 껍질의 빛깔이 연한 황갈색이고 윤이 나며 껍질에 주름이 없고 길이가 짧으며 물에 넣고 달여 보면 선명한 파랑색이 우러나오며 달인 국물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반대로 더러운 물에서 자란 다슬기는 껍질이 거무튀튀하고 지저분한 것이 묻어 있으며 주름이 많고 길쭉하고 덩치가 크며 달인 물이 탁한 푸른색을 띠고 악취가 난다.
 

예전에는 맑은 냇가에 저녁에 등불을 들고 나가서 얕은 데로 기어 나온 놈을 한 마리씩 손으로 잡았으나, 요즈음은 넓고 깊고 오염된 강 바닥에 있는 것을 배를 타고 기계로 강바닥을 휘저어서 떠올린 다음 촘촘한 그물로 건져내어 잡는다.

다슬기는 본디 번식력이 매우 왕성한데다 곳체다슬기는 더러운 물일수록 먹이가 더 많아서 더 빨리 왕성하게 번식한다.
요즈음 다슬기 요리 전문집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다슬기무침, 다슬기탕, 다슬기수제비, 다슬기해장국, 다슬기된장국, 다슬기전, 다슬기냉채, 다슬기부침 등 여러 다슬기로 만든 음식들도 유행하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나 북한산 다슬기를 쓰거나 오염된 물에서 자란 곳체다슬기를 원료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다슬기의 종류와 특징을 간단하게 적는다. 
  
   

곳체다슬기
강이나 호수 등 상당히 오염된 곳에서도 산다.

가장 흔한 다슬기이며 껍질에 울퉁불퉁한 돌기가 많고 전체적으로 길쭉하게 생겼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사는데 충청북도 이북에 주로 많다. 껍질에 검은빛이 나는 게 특징이다.

곳체다슬기는 2급수나 3급수의 더러운 물에 서식하므로 먹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요즘 시중에 나오는 다슬기는 대부분이 이 곳체다슬기다. 
  
주름다슬기
강이나 호수의 깨끗한 물에 산다.

껍질의 색깔이 흑갈색 황갈색 등으로 다양하고 크기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곳체다슬기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그보다 좀 작다.

강원도 삼척, 경상남도 산청 등 경기 이남에 주로 많다.
   
좀주름다슬기
강이나 호수의 맑은 물에 산다.

주름다슬기와 대체로 비슷하나 그보다 조금 작은 편이다. 동해안이나 경상남북도나 전라남북도에서 많이 난다.
   
참다슬기
물이 깊고 물살이 센 바위틈에 무리지어 산다.

껍질에 구슬모양의 돌기가 무수히 나 있으며 껍질 안쪽의 빛깔이 청백색이거나 암갈색, 또는 갈색 띠가 있다.

섬진강, 영산강, 금강, 한강 등 남한 전역의 강에서 잡힌다.
    
염주알다슬기 
강의 조금 깊은 곳, 물살이 매우 센 곳에 살며 껍질은 황록색, 혹갈색 또는 적갈색이다.

다른 다슬기보다 길이가 짧고 넓이는 두 배나 넓어 대체로 등근 모양을 하고 있다.

껍질이 두꺼워서 잘 깨지지 않으며 염주 알처럼 매끈매끈하다.

다슬기류 가운데서 생명력이 가장 강한 종류로 바위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강원도 철원, 영월, 평창, 인제, 충북 단양 등 강 상류, 깨끗한 물에 산다.
   
구슬알다슬기
염주알다슬기와 비슷하다. 강이나 냇물의 깊은 곳 급류 속에 산다.

강원도 평창, 영월, 인제 등지에 많이 난다.

구슬알다슬기는 앞으로 강물오염이 심해지면 얼마 안 있어 멸종될 가능성이 크다.
   
주머니알다슬기
다슬기 무리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어서 사람의 눈에 흔히 뜨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각지역에 분포한다.
 
 이 밖에 울릉도에 서식하는 울릉다슬기가 있다.

이상 여덟 가지 종류의 다슬기 특징을 대략 적어 보았으나 전문가 아닌 사람이 이들을 하나하나 구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강물오염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것이 다슬기다.

이미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주요 하천의 중류와 하류에는 오염된 물 속에서 살 수 있는 곳체다슬기를 제외하곤 거의 멸종되었다.

다슬기가 살 수 있도록 깨끗한 물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멸종 위기에 있는 다슬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호구역을 설정해 놓고 먹이를 주어 키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이와 같은 조치가 취해졌으면 한다.
깊은 산 속 냇물에 다슬기를 사육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슬기 사육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번식력이 강하고 무엇이든지 잘 먹는다.

앞으로 다슬기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민간요법으로 활용하기>
 


기침
다슬기 껍질을 가루 내어 한번에 3-4 그램씩 하루에 세 번, 좁쌀이나 입쌀 미음에 타서 먹는다.
   
위, 십이지장궤양
우렁이 껍질이나 다슬기 껍질을 불에 태워 보드랍게 가루 내어 한번에 1.5-2그램 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30분 후에 먹는다.
    
간염
다슬기 3백-5백 그램으로 국을 끓여 하루에 세 번씩 먹으면 간경변증으로 복수가 찼을 때 효과가 매우 크다.
   
신장염
우렁이를 잡아 맑은 물에 하루 동안 담가 두면 더러운 물을 다 토한다.

이 물에 목욕하고, 이 고기를 먹는다.
   
종처
빨래비누 설탕 다슬기껍질 가루를 적당량씩 섞어 돼지기름에 끓이면 고약처럼 된다.

이것을 하루에 두 번씩 갈아 붙이면 부스럼이 곯아서 터지고, 나쁜 것들을 다 빨아내어 새살이 빨리 살아 나온다.

 

 

 

다슬기가 콩팥과 간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간암, 간경화 같은 심각한 간질환을 통치할 수 있는 명약은 아니다. 

다슬기의 효능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장되어 알려져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다슬기는 그 대부분이 2급수나 3급수 더러운 물에서 자란 다슬기다.

이런 것들을 먹고 간이 좋아지기는커녕 망가지기 십상이다.

좋다고 해서 무조건 믿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말라.

교활한 사기꾼들의 상술에 현혹되지 말라.

오직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는다.

사진으로 보여 주고 싶은 것도 많지만 참는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시라.

 

 

운림(wun123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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