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치감의 완성은 남녀 모두의 권리이지만 분출의 희열만은 오직 남성들의 권리이다. 분출, 그러니까 사정의 순간은 너무도 선명하게, 그것도 감각으로 인식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쾌감을 뻗어 내는 순간에 다름 아니다. 서양 속담에 “오르가즘 전후 한 시간 사이에 이루어진 모든 약속은 법적으로 무효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뜻은 그만큼 오르가즘의 강도가 거대하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발견되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오르가즘 문제에 있어서는 늘 여성이 문제가 되기 마련인데, 반대로 ‘느낄 수 없는 사람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인 경우도 있다. 아니, 남성이 느낄 수가 없다구? 사정을 하면서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느낄 수 없는 남성들. 그들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
무쾌감증이 뭐야? 발기 현상이 시작이라면 사정 현상은 끝이다. 그리고 절정의 극치감은 완성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성력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발기이며 사정은 목표, 오르가즘은 수단이라는 뜻이다. 사정은 완성을 자축하는 축포이며, 극치감은 성취를 확인하는 몸의 기쁨이다. 어쩌면 분출은 극치감을 느끼기 위한 가장 최고와 최후의 행위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정액이 요도를 지나 세차게 차 올라 화산처럼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힘없이 흘러나오는 액체처럼 정액을 그저 ‘하염없이’ 흘려 내보내는 현상이 소위 저쾌감증, 무쾌감증이다. 즉, 환희의 외침이나 감동이 전혀 없어 보잘것없고, 정액 분출력이 미약하고 도무지 다이내믹한 발작성 쾌감이 따르지 않는 정액의 누수 현상인 것이다.
사정의 메커니즘 그렇다면 분출이 쓸쓸하고, 보잘것없고, 무기력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남성의 오르가즘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오르가즘의 색깔과 강도는 사정 메카니즘의 완전성과 심리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사정 현상의 두 단계는 ‘나오는 느낌’과 ‘정액의 분출’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정에 관여하는 신경계와 구해면체근, 좌골해면체근, 회음근 등등의 사정 근육이 완전해야만 강한 극치감과 힘이 넘쳐흐르는 사정을 이룰 수 있다.
그밖에도 성적 자극이 강렬하고 흥분 지속 시간이 길수록 오르가즘 때 쾌감의 강도가 커진다. 또 분출되는 정액의 양과 요도 확장의 정도가 많을수록 쾌감은 크기가 더하게 된다. 후부 요도라는 폐쇄된 공간 내에 미량의 정자가 진입해 압력을 강하게 받을수록 쾌감의 강도는 증대된다. 그런데 먼저 사정에 관여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극치감은 사라지고 사정은 쓸쓸해지는 것이다. 또 사정에 관계되는 신경 근육계가 정상일지라도 심리적 상황, 성욕, 삶의 스타일에 따라 사정과 극치감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외에도 분위기, 몸 컨디션과 피로의 정도, 성교 횟수와 성교 형태, 배우자 서로간의 신뢰와 각자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정 능력이나 극치감의 정도가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근심, 걱정, 우울, 불안 등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성적 감흥이나 쾌감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분산시켜 조루의 원인이 되거나 극치감을 방해해 그 크기를 감소시킬 수 있다.
사정 능력이 보존되어 있는 척수 손상 환자나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일부 남성도 무쾌감증이나 저쾌감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강박 관념이 강한 성격이나 성폭행 경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성적 쾌감을 느끼면 죄의식이나 불안감이 생겨 이것을 기피하려는 전환 반응 때문에 극치의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일도 있다.
다시 폭발할 순 없을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사정이 시원치 않고, 그에 따라 극치감을 느낄 수 없다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원인을 찾는다면 또한 해결책을 찾기도 쉬운 법. 다시 폭발할 수 있고, 그리하여 섹스의 극치감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먼저 정신적 부담이나 심리적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신경 안정제나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정신적인 원인에만 해당하는 치료법이므로,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과 진찰에 따라야 한다. 여러 가지 운동으로 사정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무쾌감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어떠한 종목의 스포츠라도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체력을 증강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 종목에 맞는 특별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따라 연습을 반복하여 그 운동에 사용되는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성행위에 사용되는 근육을 강화시켜 자신은 물론 상대 여성이 함께 흡족해하는 섹스를 구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기 자체를 단련시키는 물리적 운동은 아무 의미가 없다. 페니스는 수동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다. 즉, 페니스 기능을 돕는 근육을 훈련시켜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이다. 특히 사정 근육이라고 일컬어지는 구해면체 근육이나 골반 근육을 단련시키면 사정의 타이밍을 조절하거나 극치감을 상승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데 전문가들은 케겔 운동을 적극 권한다. 사정 근육은 항문 괄약근, 요도 괄약근과 같은 골반 근육과 신경분포가 동일하기 때문에 변의를 참기 위해 항문을 조이는 동작을 반복하게되면 사정근육이 함께 단련되는 것이다.
케겔 운동 외에도 간단한 맨손 체조로 사정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먼저 팔뚝과 가슴 근육 강화를 위해 팔굽혀펴기와 웨이트트레이닝을 반복하는 것과, 쪼그려 앉기, 무릎 굽히기와 같은 허벅지 운동 등은 성행위 때 사용되는 근육의 파워를 강화시켜 준다.
골반 근육을 강화시키는 맨손 체조도 무쾌감증을 예방하고 성적 극치감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마루 바닥에 똑바로 눕는데, 이때 타올을 말아 직경이 약 10㎝ 정도가 되게 만들어 목 밑에 끼운다. 그 다음 무릎 아래 두꺼운 베개를 끼워 등이 마루 바닥에 붙게 한다. 힘을 모아 골반을 위쪽으로 끌어당기도록 힘을 준다. 1초 동안 멈춘 다음 긴장을 푼다. 이 동작을 반복한다. 목과 입의 긴장을 풀고 치골을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숨을 내쉬며 긴장을 푸는 동안 숨을 들이마신다. 이 운동은 짧고 활발하게 해야 한다. 운동은 2∼3분 정도 하되 능숙해지면 하루에 100회 정도 실행한다.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그밖에도 섹스 매너리즘 탈피하는 것 역시 무쾌감증을 극복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성적 극치감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판에 박힌 무미건조한 섹스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성적 환상을 동원한 파트너와의 노력을 통해 성적인 재미와 성적 흥분을 극대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정액을 늘이기 위해 규칙적인 섹스를 하는 것도 무미건조한 무쾌감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남성 호르몬제를 적당량 투여하여 정액 양을 늘려 보는 것도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섹스에서 도망치지 말라 이미 언급했거니와, 메커니즘은 다를지언정 남성 역시 극치감 장애를 겪는다. 물론 극치감 장애는 남성에게 흔한 섹스 트러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수는 결코 없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섹스를 통해 쾌락을 얻고, 남녀 파트너 모두 즐거워야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권리 가운데 하나인 까닭이다. 그리하여 다른 모든 섹스 트러블과 마찬가지로 무쾌감증 역시 그냥 외면하고 섹스를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의 증세를 판단하고 당당히 병원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권리를 찾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파트너의 권리를 손상시키지 않고 온전히 지켜주는 방법이기도 한 까닭이다. 도망치지 말고 당당히 맞서 흥미를 되찾는 것. 그것은 섹스뿐 아니라 곧 모든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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