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목숨을 지켜준 약초-방기

영지니 2008. 2. 8. 16:50

 

 

목숨을 지켜 준 약초 방기

옛날, 어느 마을에 약초를 캐는 한 노인이 살았다.

이 노인은 중풍과 관절염에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를 알고 있어서 그 약초를 캐서 아픈 사람들한테 팔아 살아가고 있었다. 약초꾼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아들을 산에 데리고 다니며 약초를 캐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약초를 캐는 법과 약초의 효능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으나 가장 중요한 약초의 이름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제일 중요한 약초의 이름은 왜 가르쳐 주지 않는 겁니까?" 아버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것이다.

이 약초가 네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 목숨을 구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쁜 사람이 너를 잡아서 죽이려고 할 때 아무도 모르는 약초를 알려 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옛사람이 '적량방황(積糧防荒), 유약방기(留藥防己) 곧 식량을 비축하여 기근에 대비하고 약을 남겨서 스스로를 돕는다'고 한 말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너도 언젠가는 그 뜻을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들려준 말의 뜻을 잘 몰랐지만 가슴 깊이 새겨 두었다. 몇 해 뒤에 약초꾼 노인이 수명이 다하여 죽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약초를 캐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아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집에 강도가 들어왔다.

강도는 도둑질한 물건들을 아들 집에 맡겨 놓으면서 이것들 중에 하나라도 없어지면 돌아와서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약초꾼 아들은 겁이 많았으므로 강도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나지 않아 강도는 관가에 붙잡혔다.

강도는 훔친 물건과 훔친 물건을 약초꾼 집에 감추어 두었노라고 자백하였다.

관리가 약초꾼을 강도와 공범으로 여겨 잡아 감옥에 가두었다.

약초꾼은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강도는 사형에 처해지고 약초꾼도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약초꾼은 관리를 붙잡고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나으리,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강도와 한패가 아닙니다.

저는 강도를 알지 못합니다.

강도가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훔친 물건을 맡았던 것 뿐입니다."

"이놈! 증거가 있는데 거짓말을 하느냐?

네가 강도와 한패가 아니면 네 집에서 어찌 강도가 훔친 물건이 나왔느냐?

네 말을 인정할 수 없다."

이 때 약초꾼은 아버지가 '약을 남겨서 스스로를 구하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나으리, 저는 약초꾼으로 약초를 캐서 아픈 사람들을 고쳐 왔습니다.

제가 죽으면 선조들한테 물려받은 비방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약초로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비방을 알려 드릴 것이니 제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 관리는 약초꾼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오냐, 너를 목숨만은 살려 줄 터이니 네가 알고 있는 그 특별한 약초의 이름을 말하라!"

"그것은 조상 대대로 저희 집안에서만 알고 있는 약초인데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이름을 모르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저는 그 약초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압니다.

저한테 하루만 시간을 주신다면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약초가 어떤 효능이 있는가?"

"중풍과 관절염을 고치고 방광에 생긴 습열을 없애며 대변과 소변을 잘 나오게 합니다."

"내가 관절이 몹시 아프고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데 그 약초로 고칠 수 있겠느냐?"

"고칠 수 있습니다."

"네가 내 병을 고친다면 내가 너를 풀어주어 자유의 몸이 되게 하리라.

" 관리는 약초꾼한테 감시인을 붙여 그 약초를 캐 오게 하였다.

약초꾼이  캐 온 약초를 물로 달여서 보름 동안을 복용하였더니 대소변이 잘 나오고 관절의 통증이 사라졌다.

관리는 약초꾼을 풀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약초꾼은 아버지가 전해 준 말씀을 깊이 새기는 뜻에서 이름을 모르던 그 약초의 이름을 방기(防己)라고 지었다.

방기에는 위급할 때 약초가 스스로를 지켜준다는 뜻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기는 곧 댕댕이덩굴의 뿌리다.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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