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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의 네 체질로 구별된다는 이제마의 사상체질학은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체계다.
자기 체질을 정확히 파악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체질의학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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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한의학 박사·사당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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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의 특징
사상의학은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7∼1900)가 주장한 학설이다. 간은 네 가지 체질(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체질에 따라 생리, 병리 등이 각각 다르므로 진단, 치료, 양생법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의학은 또 인간의 체질을 나누는 데 있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기존 의학과는 구별되는 심신의학(心身醫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상의학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체질감별이다. 일반적으로 체질을 감별하는 방법으로는
신체 부위별 기상을 보는 체형기상론(體型氣像論),
용모에서 나오는 기운을 보는 용모사기론(容貌詞氣論),
체질속성상 잘 유발되는 행동을 보는 성질재간론(性質材幹論),
평상시 마음과 욕심을 보는 항심심욕론(恒心心慾論),
체질별 질병 상태가 다른 것을 보는 체질병증론(體質病證論) 등이 있다.
물론 체질 판단을 할 때는 이런 여러 방법론을 종합하여 내린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성정(性情)의 차이를 이해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사상의학은 사람의 마음을 고도로 분석하는 심성학(心性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상의학에서 체질 판단을 할 때 성정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사상의학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는 사상의학이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으면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발달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고려 말 우리나라는 전세계 문명국의 대부분을 점령한 원나라 수도 연경(燕京)에 만권당(萬卷堂)을 설치하여 성리학을 본격적으로 수입했다. 간의 심성을 체계적이며 합리적으로 연구하는 성리학은 우리나라에서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하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에 의해 완벽하게 이해되니, 이때까지를 주자성리학(朱子性理學)이 완성되는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주자성리학이 정리된 것에 힘입어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을 주장하는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684)에 의해 조선 성리학이 새롭게 전개되니, 이때부터 우리나라 성리학은 중국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고유사상으로 발전했다.
이후 심성(心性)이 사단칠정(四端七情)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해석방법을 둘러싸고 유명한 사단칠정 논쟁 등이 우리나라에서 200여 년 넘게 진행되어 심성학 연구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단일 주제를 놓고 당대의 대학자들이 200년 넘게 논쟁을 벌인 일은 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성리학은 진경시대라는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뒤 말폐현상이 나타난 조선 후기에 다소 공리공담으로 흐르기도 했으나, 인간의 마음을 구조적으로 분석 관찰하는 심성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에 힘입어 허준(許浚, 1546∼1615)의 ‘동의보감’ 이후 더욱 축적된 의학지식과 고도로 발달한 심성학이 만나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 중 하나인 사상의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면 같은 동양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사상의학이 나오지 않은 까닭을 살펴보기로 하자. 성리학을 처음 연구했던 중국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가 망하고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중원을 점령했다. 청나라로서는 의리명분론을 중시하는 성리학을 계속 국시로 삼았다가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꼴이 될 것이므로,
성리학 대신 실증적인 것을 중시하는 고증학을 국시로 삼아 발전시켰으니 심성학에 대한 연구는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후 서구열강의 침략으로 청나라가 망할 때까지 중국에서는 성리학이 연구되지 않았기에 중국에서 사상의학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섬나라인 일본은 성리학 논쟁의 양대 산맥인 퇴계철학과 율곡철학 중 자기 입맛에 맞는 퇴계철학만 수입했다. 재지변이 빈발하고 배를 주로 타는 일본인들은 일사불란한 것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어 더욱이 율곡철학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떤 학문이든 서로 논쟁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법인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심성학이 나오기 어려웠고, 라서 심성학에 뿌리를 둔 사상의학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사상의학에서는 사단(四端)인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칠정(七情)의 핵심인 슬픈 마음(哀心), 노여운 마음(怒心), 홀로 즐기는 마음(喜心), 더불어 즐기는 마음(樂心)의 편차에 따라 체질이 구분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심성에 따라 체질을 구분하는 사상의학은 심성학과 의학이 만난 심신의학으로서 간 중심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의학사적인 관점에서 사상의학이 나오게 된 까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 고유의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던 진경시대 이후 우리나라는 도시화, 상업화가 더욱 진행되어 인구의 집중과 이동이 빈번해졌다. 이에 따라 콜레라, 수두, 성홍열, 홍진, 장티푸스, 페스트 등의 전염병이 전국에 유행했다. 순조 21년(1821)에는 수도권 인구의 3할 이상이 죽고, 이제마가 23세 되는 철종 10년(1859)에는 40만명이 죽고,
59세 되는 고종 32년(1895)에는 전체 인구의 5%인 30만명이 죽었다. 하지만 기존 한의학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한의학의 출현이 요구되었다.
사상의학에서는 개인별로 본래 타고난 증상(素症)에 따라 질병 발현이 다를 수 있으며, 치료 방법으로 마음의 욕심(心慾)을 다스리는 것이 질병치료의 전제임을 새롭게 제시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었다.
참고로 사상의학의 뿌리가 성리학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심성학을 배제한 채 단순히 오링테스트, 완력테스트, 반지사용법, 관상, 사주팔자, 달(손톱)감별법 등으로만 하는 요즘의 체질 판단법은 간혹 들어맞을 수도 있겠지만, 보편타당한 것이라 하기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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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이제마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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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의학에 새로운 장을 개척한 동무 이제마는 조선 철학사의 한 획을 그은 유학자이며 의성(醫聖)이라 할 수 있다. 동무는 세도정치가 더 심해지던 헌종 3년(1837) 3월19일(음력) 함경도 함흥의 둔지(屯地)에서 이반오(李攀五, 1812∼1849)의 서자로 태어났으며 안원대군(安原大君)의 19대손이 된다. 전주 이씨 족보에는 동무의 이름이 변운(變雲) 또는 변진(變晋)으로 되어 있고, 자호(自號)는 동무, 자는 무평(懋平) 또는 자명(子明)이고, 별호로는 함흥의 반룡산(盤龍山)을 본떠 반룡산노인(盤龍山老人)이라 하였다.
동무공의 탄생에 대해서는 전해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동무의 조부인 이충원(李忠源, 1789∼1849)이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웬 사람이 제주도에서 가져온 용마(龍馬)라면서 잘생긴 말 한 필을 끌고 와서는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이 집으로 끌고 왔으니 맡아서 잘 길러달라’고 하면서 집 기둥에 매놓고 가버렸다. 그는 말을 어루만지며 기뻐하다가 잠을 깨었다.
이때 어떤 여인이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를 안고 들어와 이충원의 아들인 이진사의 소생이라고 했다. 이에 이충원은 큰물을 건너온(濟) 말(馬)이라는 뜻으로 아기 이름을 제마(濟馬)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동무공은 어려서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동무가 비록 서자이기는 했지만 이충원에게는 첫손자이고, 동무의 뒤를 이어 두 손자가 태어나는 경사가 있었기에 더욱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동무의 할아버지 이충원은 특별히 관직에 오른 적은 없지만 효행으로 교관(敎官)에 임명되었고 정문(旌門)을 하사받았다. 이충원은 모두 3남2녀를 두었는데 큰아들 이반린(李攀麟)은 종7품 직장(直長)을 지냈고, 둘째 아들 이반구(李攀九)는 종6품 현감(縣監)을 지냈으며, 셋째 아들이자 동무공의 아버지인 이반오(李攀五)는 20세에 사마양시(司馬兩試)에 합격하여 진사 첩지를 받았지만 관직에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와 같이 유학을 공부하는 분위기에서 태어난 동무공은 천품이 쾌활, 용감해서 개성을 굽히지 않았으며 총명했기에 7세부터 큰아버지 이반린에게서 ‘통감절요(通鑑節要)’를 배우기 시작했다. 10세에 문리(文理)가 트여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특히 주역(周易), 제자백가(諸子百家), 병서(兵書) 등을 탐구했다.
또한 그는 글만 아는 서생과 달리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예 익히기를 좋아한 문무를 겸비한 이였다. 동무 스스로 자신의 호를 우리나라(東國)의 무인(武人)이라는 뜻으로 동무(東武)라 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동무는 향시(鄕試)에 장원 급제해 자신의 영민함을 뽐냈는데 이때가 헌종 15년(1849)으로 동무의 나이 13세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버지 이반오가 이 해 4월 38세로 세상을 떠나자 동무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슬픔을 이겨내기도 전에 동무를 누구보다 사랑한 할아버지 이충원이 설상가상으로 그 해 12월 61세로 타계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13세의 동무에게는 너무 벅찬 시련이었다.
그러나 동무는 슬픔을 이겨내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여기에는 서자 출신이라는 신분 제약도 한몫한다.
전국 각지를 유람하던 동무는 18세에 러시아 지역까지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는데 이때가 철종 5년(1854)이다. 만주를 유람하던 중에는 많은 서책을 비치하고 일반에 열람시키던 의주(義州) 부호 홍씨 집을 방문해 서책을 탐독하니 이때가 철종 7년(1856)으로 동무의 나이 20세다.
23세가 된 동무는 조선 유학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서경덕(徐敬德)·이황(李滉)·이이(李珥)·이진상(李震相)·임성주(任聖周)와 함께 성리학의 6대가로 일컬어지는 기정진(奇正鎭, 1798∼1876)을 찾아가 3년간 학문을 배우면서 유학을 더욱 깊이 공부한다.
한편 동무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운암(芸菴) 한석지(韓錫地, 1709∼1803)의 저서 ‘명선록(明善錄)’을 접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동무가 30세 전후 때 함흥에서 정평으로 가는 길이었다. 날이 저물어 어느 주막에 들어갔는데 흙벽에 붙은 벽지의 글귀가 놀랄 만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주인을 찾아 책의 저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손수 필사한 것이 ‘명선록’이라 한다. 동무는 생전에 제자들에게 “운암은 조선의 제일인자”라고 여러 번 말했으며, 선덕면 서호리 도장동에 있는 운암의 묘소를 찾아 제사지냈다고 한다.
동무는 유학을 공부하는 한편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도 계속 느꼈던 듯하다. 고종 8년(1871) 35세에 다시 두만강 유역과 연해주 지방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풍물을 보고 공부한다. 동무는 여행하면서 본 화룡선(火龍船, 증기로 움직이는 군함), 전화, 전신주, 대화(大火, 기관총) 등을 보고 자세히 설명하는 ‘유적(遊蹟)’이라는 글을 남긴다.
고종 12년(1875)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하던 동무는 드디어 무과(武科)에 오르는데, 이때 그의 나이 39세였다. 이듬해 무위별찬군관(武衛別選軍官)으로 무위소(武衛所, 조선 말기에 궁궐 수호를 위해 설치한 관청. 1873년 친정에 임한 고종이 훈련도감에서 500명을 선출, 궁정 수비를 강화하면서 만들었음)에 들어간다.
이때 동무는 이미 의학에 입문한 듯한데 소양인에게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을 투여하는 임상실험을 하고 있었다. 사실 자신의 체질에 대해 스스로 태양인이라고 밝힌 동무는 열격증(음식을 먹으면 넘기기 어렵고 넘어가도 이내 토하며, 입안에 침이나 거품이 고이는 증상)으로 어렸을 때부터 고생하였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치료하였지만 호전이 되지 않자 기존 의학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의학을 틈틈이 공부하며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끝에 독창적 의학체계를 갖춰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동무는 사상의학의 이론적 배경이라 할 수 있는 ‘격치고’를 44세부터 집필하기 시작해 13년 만인 57세에 완성함으로써 유학에 새로운 장을 펼친다. 고종19년(1882) 46세의 동무는 소음인체질 아들인 용해(龍海), 소양인체질 아들인 용수(龍水)에게 평생 조심해야 할 수양방법을 지어주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이 당시 동무는 체질에 따른 양생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동무는 고종 30년(1893) 7월13일부터 서울 남산 이능화(李能和)의 아버지 집에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집필하기 시작해 이듬해 4월 13일에 완성한다. 사람의 체질을 주역 이치에 맞추어 4가지로 구분하는 새로운 체질의학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동무는 이능화의 눈병을 광물질인 활석과 석고로 치료하였다고 한다.
그는 62세 때 관직에서 은퇴한 뒤 함흥에서 보원국(保元局)을 경영하면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동무가 사망한 후에는 둘째 아들 용수(龍水)가 이어받아 경영했다고 한다. 동무는 사망하기 전 ‘내가 죽은 뒤 100년이 흐르면 사상의학이 온 세상을 풍미할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중 한 사람인 최린(崔麟, 1878∼1958)은 자서전에서 동무와의 일화도 기록해 두고 있다. 자신의 나이 21세 때 동무에게 치료받은 적이 있는데, 먼저 진맥한 후 수족과 피부를 만져보더니 종이와 붓으로 글을 쓰게 한 다음 장작개비를 옮기게 했다. 그 후에 소음인이라 하여 향부자팔물탕(香附子八物湯)의 처방을 내리고 훈화(訓話)를 해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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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의 판단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에 대한 정의를 먼저 살펴보자.
태양인은 폐장이 크고 간장이 작으며(肺大肝小者), 예(禮)를 버리고 방종한 사람으로(棄禮而放縱者) 비루한 사람(鄙人)이 되기 싶다.
소양인은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으며(脾大腎小者), 지(智)를 버리고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는 사람으로(棄智而飾私者) 천박한 사람(薄人)이 되기 싶다.
태음인은 간장이 크고 폐장이 작으며(肝大肺小者), 인(仁)을 버리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으로(棄仁而極慾者) 탐욕스러운 사람(貪人)이 되기 싶다.
소음인은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으며(腎大脾小者), 의(義)를 버리고 안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棄義而偸逸者) 게으른 사람(懦人)이 되기 싶다.
여기에서 말하는 장부는 단지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의 대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사단(仁義禮智)에 따라 체질을 구분했는데
이것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태양인의 경우 가엾게 여기는 마음인 인(仁)이 많으나 상대적으로 사양하는 마음인 예(禮)가 적고, 태음인은 이와 반대로 예(禮)는 많으나 인(仁)이 적다는 것이다. 소양인의 경우는 자기의 나쁜 짓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나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인 의(義)는 많으나 상대적으로 선을 옳게 여기고 악을 그르게 여기는 지(智)가 적고, 소음인은 이와 반대로 지(智)가 많고 의(義)가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의예지는 모든 사람에게 다 있으나 체질에 따라 편차가 난다고 본 것이다.
사상의학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체질 판단이다. 보통 체질 판단의 방법으로 체형기상론(體型氣像論, 신체 부위별 기상), 용모사기론(容貌詞氣論, 용모에서 나오는 기운), 성질재간론(性質材幹論, 잘 유발되는 행동), 항심심욕론(恒心心慾論, 평상시 마음과 욕심), 체질병증론(體質病證論, 질병의 상태) 등이 있다. 하지만 어느 한 방법만 사용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만약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우선 심성(心性)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각 체질별 특징이 그 체질에만 있고 다른 체질에는 없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급박한 마음이 태양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체질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단지 상대적으로 태양인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1. 체형기상론(體型氣像論)
사상의학에서는 신체부위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폐(肺)가 속한 상초(上焦), 비(脾)가 속한 중상초(中上焦), 간(肝)이 속한 중하초(中下焦), 신(腎)이 속한 하초(下焦)로 구분한다.
따라서 폐장이 크고 간장이 작은 태양인은 상초가 크고 중하초가 작으며,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은 소양인은 중상초가 크고 하초가 작으며, 간장이 크고 폐장이 작은 태음인은 중하초가 크고 상초가 작으며,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소음인은 하초가 크고 중상초가 작다. 여기에 말하는 크고 작음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기운의 편차를 말한다.
★ 태양인 태양인은 가슴 윗부분(上焦)이 발달하고 목덜미의 곧추서는 기운(起勢)이 왕성해 전체적으로 기운이 위로 뻗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 허리(中下焦)의 서 있는 기운(立勢)은 빈약하고, 엉덩이가 상대적으로 작고 다리가 약한 듯한 느낌을 주어 서 있는 모습이 안정돼 보이지 않는다. 얼굴의 이목비구가 뚜렷하고 화가 났을 때 눈동자가 위로 쏠리며 머리를 드는 경향이 있다. 다른 체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 소양인 소양인은 가슴과 어깨 부위(中上焦)가 충실하고 포옹하는 기운(包勢)이 왕성해 전체적으로 독수리가 날개를 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따라서 걸을 때 어깨를 흔드는 경우가 많아 건방져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엉덩이(下焦)가 상체에 비해 약하고 앉아 있는 기운(坐勢)이 빈약해 보여 앉은 모습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눈매가 날카롭고, 살결은 희고 윤기가 적으며, 땀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흘리지 않으며, 목소리가 낭랑하다. 몸가짐이 민첩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 본인의 의사와 달리 경솔해 보일 수 있다.
★ 태음인 태음인은 허리 부위(中下焦)가 굵고 충실하며 서 있는 기운(立勢)이 왕성해 전체적으로 자세가 굳건하고 안정감 있어 보인다. 따라서 걸음걸이에 무게가 있고 안정감이 있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준다. 그러나 배가 나와 거만해 보이기도 하며 허리가 굵어 잘 구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목덜미의 곧추서는 기운(起勢)이 약해 보여 목이 몸통에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목소리가 굵은 경향이 있다. 또한 골격이 굵고 손발이 커서 상대적으로 튼튼한 느낌을 주며 겨울에는 피부가 잘 트는 경향이 있다.
★ 소음인 소음인은 엉덩이(下焦)의 앉아 있는 기운(坐勢)이 왕성해 앉은 모습이 안정감 있어 보인다. 반면 가슴 부위(中上焦)의 포옹하는 기운(包勢)은 약해 보여 움츠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체보다는 하체가 기운이 있어 보이며, 걸음을 걸을 때 몸을 앞으로 수그리고 맥없이 걷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소음인은 체격이 작고 마르고 약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목비구가 크지 않고 다소곳한 인상을 준다. 피부가 부드럽고 땀이 적으며 말할 때 눈웃음을 잘 짓고, 보조개가 잘 패는 경향이 있다.
2. 용모사기론(容貌詞氣論)
체형기상론은 정지된 신체의 생김새에서 나오는 기운을 느끼는 것이고, 용모사기론은 신체의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기운을 느끼는 데서 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를 엄밀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2가지 방법을 모두 참작해야 신체를 통한 체질감별이 용이하다.
★ 태양인 태양인은 목덜미의 곧추서는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개척해 소통시키는 과단성이 있다. 또한 상체로 올라가는 기운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체가 약해지는 증상(解證)과, 흡수하는 기운보다 위로 발산하며 상승하는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음식물을 토하게 하는 증상(膈反胃)이 올 수 있다. 간혹 소음인 노인도 태양인처럼 토하는 증상이 있는데 이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 소양인 소양인은 상체는 왕성해 보이지만 하체가 약하고, 가슴은 충실하고 걸음걸이는 가벼워 발소리를 요란하게 내고, 씩씩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상체질 중에 감별하기가 가장 쉽다. 소양인은 발끈하기 잘하는 데다 빚지고 못 견디는 성격이며, 행동과 대처가 남보다 빠르고, 이해관계가 있는 회의를 할 때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먼저 발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체형이 작아 소음인과 비슷한 경우도 많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 태음인 태음인은 위엄이 있어 일상생활에 점잖아 보이고 의지나 말과 행동이 바르고 당당하다. 또한 태음인은 보수적이고 변동을 싫어하며 예의범절이 바르다. 겉으로는 태도가 점잖으나 내심은 의심이 많고 욕심이 많으며, 둔하고 게으른 단점이 있다. 또 학질에 걸려 몸이 추워서 떨면서도 냉수를 찾는다(소음인은 이런 경우 찬물을 먹지 못하고 따뜻한 물을 찾는다).
피곤할 때 눈꺼풀이 위로 끌어당겨지는 증상(目上引證)과 눈동자를 굴리는 데 뻑뻑한 느낌을 받고 아픈 증상(目睛內疼證)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胸膈).
★ 소음인 소음인은 동작이 자연스럽고 간결하면서 재주가 있다. 보통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경향이 있으며, 걸음걸이는 매우 얌전하여 공손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하지만 날카롭고 예민하며 신경질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또한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많고 한번 감정이 상하면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긴장하면 손발이 떨리거나(手足亂證) 안면 부위의 살이 떨리고, 고민이 있을 때 숨을 쉬다가 간혹 한숨을 깊게 쉰다(間有太息).
3. 성질재간론(性質材幹論)
심성(心性)은 크게 성질재간(性質材幹, 재능·소질·장점 등이 인간생활에 나타남), 항심(恒心, 항상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 심욕(心慾, 심성을 다스리지 못해 나타나는 욕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성(性)과 정(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성은 인의예지(仁義禮智)로 표현되는 사단(四端)으로, 정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으로 표현되는 칠정(七情) 중에 희로애락만 가지고 설명한다.
성질(性質)은 성기(性氣)의 변화로서 인간의 장점과 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말하고, 재간(材幹)은 정기(情氣)의 변화로서 인간생활(交遇, 事務, 居處, 黨與)에 나타난다. ‘인간의 마음은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다’는 말과 같이 성질재간(性質材幹)은 처음부터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생활을 같이 하면서 서서히 아는 경우가 많아 판단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 태양인 태양인의 성기(性氣)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뒤로 물러서지 않으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급박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태양인의 정기(情氣)는 항상 남성적인 성격을 취하고 여성적인 성격을 싫어하는데, 이로 인해 매사에 조심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급하게 행동하는(急迫之心)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태양인의 성질은 막힌 일을 과단성 있게 뚫어 소통시키는 장점이 있으며, 재간(材幹)은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사귀는 행동에(交遇) 능하다.
★ 소양인 소양인의 성기(性氣)는 항상 일을 벌이려고만 하고 거두어 정리하려는 마음이 적다. 겉으로는 답답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일을 꾸미고 추진을 잘 하나, 바깥 일에 치중하고 안의 일은 등한히 하기 쉬워 스스로 불안하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懼心)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억압하는 강한 상대를 만나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여자의 경우 화장을 하여도 피부가 뜨는 경향이 있다.
또한 소양인의 정기(情氣)는 항상 밖으로 나가 이기려고만 하고 안을 지키려 하지 않는 성질이 지나치다. 기분에 따라 일을 하게 되어 사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는 마음(偏私之心)에 빠지기 쉽다. 이는 소양인이 잔정이 많아 인정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양인의 성질(性質)은 굳고 재빨라 용맹을 좋아하는 장점이 있고, 재간(材幹)은 일을 잘 꾸리고 추진하는 데(事務) 능하다.
★ 태음인 태음인의 성기(性氣)는 항상 조용히 하려 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려는, 겁내는 마음(怯心)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태음인은 ‘엉덩이가 무겁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뭉그적거리는 경우가 많으나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일에는 매우 민첩하다. 또한 태음인의 정기(情氣)는 항상 내부를 지키려고만 하며 밖으로 나아가 이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가지려는 욕심(物慾之心)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태음인의 성질(性質)은 시작한 일은 반드시 성취하는 데 장점이 있고, 재간(材幹)은 어느 곳에서나 분위기를 잘 파악해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는 데(居處) 능하다.
★ 소음인 소음인의 성기(性氣)는 가급적 현실에 순응하여 유지하려 하며 밖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불안한 마음(不安定之心)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소음인의 정기(情氣)는 여성적 기질을 좋아하고 남성적 기질을 싫어하기 때문에 안일한 마음(偸逸之心)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소음인의 성질(性質)은 유순하고 침착해 매사에 조심하므로 남과 잘 융화하는 장점이 있고, 재간(材幹)은 사람을 잘 조직하는 데(黨與) 능하다. 이는 스스로 불안하기 때문에 단체나 조직의 힘을 빌리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4. 항심심욕론(恒心心慾論)
심성을 중시하는 사상의학에서는 평상시에 잘 생기는 마음(恒心)과 마음의 평정을 잃었을 때 잘 나타나는 욕심(心慾)이 사상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심욕(心慾)이 많아지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해치므로 항상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 태양인 태양인의 항심(恒心)은 매사에 일을 급하게 서둘러 조바심을 내는 마음(急迫之心)이다. 태양인은 항상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행동하면 간혈(肝血) 기능이 좋아져 몸이 편안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따라서 태양인은 항상 일보 후퇴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대처하도록 수양해야 하고, 노정(怒情)과 애성(哀性)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태양인의 심욕(心慾)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려는 마음(放縱之心)이다. 따라서 태양인을 좋게 말하면 과단성 있는 지도자로 볼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독선적인 독재자라 할 수 있다. 또한 일을 하는 데는 계획성이 적고 치밀하지 못하며, 거침없이 행동하며, 실수를 해도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합리화에 능하므로 평소 수양에 힘써야 한다.
★ 소양인 소양인의 항심(恒心)은 일을 벌이고 수습하지 못해 항상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마음(懼心)이다. 소양인이 평소 마음을 편안하고 조용하게 쓰면 좋지만, 만약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점점 일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면 매사에 공포심(恐心)이 생긴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생기는데, 이러면 건강도 위험해진다. 따라서 소양인은 항상 안을 살펴 두려운 마음이 없도록 수양해야 하고, 급격히 슬퍼하거나(哀情) 깊이 화를 내는 것(怒性)을 경계하여야 한다.
소양인의 심욕(心慾)은 일을 공정하게 하지 않고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는 마음(偏私之心)이다. 영화나 연속극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경향이 있는 소양인은 정에 이끌려 큰일을 그르치기 쉬우므로 항상 공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 태음인 태음인의 항심(恒心)은 자기 것은 잘 지키지만 새로운 것을 개척하기는 겁내는 마음(怯心)이다. 평소 마음을 편안하고 조용하게 쓰면 좋지만, 만약 무슨 일이든 해보지도 않고 겁을 내거나 조심이 지나쳐 오히려 아무 것도 못하게 되면, 두려워서 부끄러워하는 마음(心)이 생긴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證)이 생기는데, 이런 상태가 되면 중증(重)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태음인은 항상 밖을 살피면서 겁내는 마음이 없도록 수양해야 하고, 너무 즐거워 하거나(樂情) 너무 기뻐하는 것(喜性)을 경계해야 한다.
태음인의 심욕(心慾)은 밖을 살피지 않고 안만 지키려 하며 많이 가지려는 욕심(物慾之心)이다. 태음인은 자기 일을 잘 이루고 자기 것을 잘 지키는 것은 좋으나,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지나쳐 집착이 되면 오히려 탐욕이 된다. 따라서 태음인은 욕심을 버리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 소음인 소음인의 항심(恒心)은 세심하고 꼼꼼하지만 별일도 아닌데 항상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하는 마음(不安定之心)이다. 평소 마음을 느긋하고 편안하게 쓰면 소화기능(脾氣)이 살아나 건강이 좋아진다. 따라서 소음인은 항상 일보 전진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대처하도록 수양해야 하고, 희정(喜情)과 낙성(樂性)을 경계해야 한다.
소음인의 심욕(心慾)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지나쳐 안일에 빠지기 쉬운 마음(偸逸之心)이다. 소음인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크게 성취할 수 있는 데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음인은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성질재간론과 항심심욕론으로 사람의 심성을 알 수 있으나, 이 심성이 평소에 잘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 환경이나 교육 정도, 자기 수양에 따라 어떤 성격은 감춰져 나타나지 않고, 어떤 성격은 더 잘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한눈에 성격이 나타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그 사람이 평소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기 심성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균형감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5. 체질병증론(體質病證論)
사상체질에 따라 독특한 병증이 있는데 이를 체질병증(體質病證)이라 한다. 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체질에 따라 건강할 수도 있고 질병 상태일 수도 있다. 음식물을 토하는 증상(嘔吐)이 같아도 체질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태양인은 한열허실(寒熱虛實)로 다른 체질에서는 볼 수 없는 그 특유의 증상으로 해석하며, 소양인은 열이 많은 것이며, 태음인은 병이 낫는 것이며, 소음인은 한(寒)이 많은 것으로 본다.
★ 태양인 ▲건강한 상태 태양인은 소변이 왕성하게 잘 나오면 건강한 상태다. 또한 대변이 매끄럽게 나와야 하며 양이 많아야 좋고, 소변은 자주 많이 보는 것이 좋다. 얼굴색이 검으면 좋지 않고 하얘야 좋으며, 살이 찌지 않고 약간 마른 듯한 것이 좋다. 명치 밑에 덩어리가 만져지면 좋지 않다. 태양인은 대변이 8∼9일간 나오지 않아도 소변이 잘 나오면 큰 병이 아니다.
▲몸이 나빠진 상태 태양인의 입에서 침이나 거품이 자주 괴면(口中吐沫) 몸이 나빠진 상태다. 이것이 더 진전되어 음식물을 넘기기가 어렵고 넘어갔다 해도 위에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고 마는 증상(膈證)이 나타나면 이는 병이 심해진 것이다. 이때 식도 부위에서 서늘한 기운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간혹 소음인도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온몸에 권태감을 심하게 느끼고 노곤해 움직이기 싫어하며 다리가 풀리고 몸이 여위며 말하기도 싫어하는 증상(解證)이 나타나도 태양인의 병이 심해진 것이다.
★ 소양인 ▲ 건강한 상태 소양인은 변비 없이 대변 소통이 좋으면 건강한 상태다.
▲ 몸이 나빠진 상태 만약 소양인이 변비가 심해지면 몸이 나빠지는 단계고, 이것이 더 진전되어 가슴에 불덩이가 있는 듯 갑갑하게 느끼는 증상(煩燥證)이 생기면 병이 심해진 것이다. 소양인은 대부분의 증상이 화(火)나 열로 인한 것들이 많다.
★ 태음인 ▲ 건강한 상태 태음인은 온몸에 굵은 땀이 고루 잘 나오면 건강한 상태다. 평소 땀을 많이 흘리면 기력이 탈진해 몸이 나른해지는 소음인과 달리, 태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상쾌해진다. 하지만 태음인이 허약해져 식은땀을 흘리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 몸이 나빠진 상태 만약 태음인이 피부가 야무지고 단단해 땀이 잘 나오지 않으면(陽剛堅密) 몸이 나빠지는 단계다. 태음인이 설사가 심해지면 아랫배(小腸之中焦)가 안개 속에 가린 것처럼 뒤가 무지룩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 소음인 ▲ 건강한 상태 소음인은 밥맛이 좋고 소화가 잘 되면 건강한 상태다. 대부분의 소음인은 몸이 나빠지려면 소화기능이 먼저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 몸이 나빠진 상태 소음인은 몸이 식었는데도 식은땀을 흘리면 몸이 나빠지는 단계다. 흔히 손발은 차가운데 끈끈한 땀이 나거나, 평소 사타구니가 축축하거나, 잠을 잘 때 진땀을 흘려 등이 축축하거나 배개가 젖는 현상이 나타나면 몸이 허약한 것이다. 소음인이 물설사가 멎지 않아 아랫배가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체질에 따른 양생법
양생(養生)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귀한 생명을 잘 기른다(養其生命也)’라는 말에서 나온 용이다. 양생은 질병치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평소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꼭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잘 알고(知人) 자신을 바르게 하는(正己)하는 것을 근본사상으로 삼는 사상의학에서는 항상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을 우선한다. 이처럼 사상의학은 정신을 소중하게 다루기 때문에 질병을 다스릴 때 항상 마음부터 먼저 다스리는 심신의학(心身醫學)인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체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또한 사상의학이다.
양생법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사회생활에 따른 양생법과 체질식이를 통한 음식섭생법에 대하여 살펴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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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 따른 양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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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활에서 술, 여자, 재물, 권력(酒色財權)에 빠지면 패가망신하기 쉽다. 모든 사람이 조심해야겠지만 사상체질에 따라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태양인은 술(酒)을 조심해야 한다. 태양인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지녔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잘 사귀는 편이다. 그러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독선적이고 계획성이 없으며 거침이 없어 뜻대로 풀리면 자기도취에 빠져 술(酒)을 찾기 쉽다. 이와 반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실망을 느껴 술을 찾는다. 따라서 태양인은 부지런하고 성실해야(勤幹) 술을 경계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좋은 친구와 술을 즐긴다면 이는 좋은 일이다.
소양인은 여자(色)를 조심해야 한다. 소양인은 매사에 활동적이고 열성적이며 성미가 급하고 경솔한 행동을 잘 하는 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본모습보다 과장되게 보이려는 경향이 있어 꾸미기를 좋아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져 호색(好色)하게 되니 가정이 파괴되기 쉽다. 따라서 소양인은 모든 것을 간략하게 정리함으로써(簡約) 색(色)을 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숙녀를 공경한다면 이는 좋은 일이다.
태음인은 재물(財)을 조심해야 한다. 태음인은 정직하고 과묵하여 믿음직스럽게 행동하며 꾸준히 노력하고 인내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면 눈앞에 보이는 재물만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해 재물의 노예가 되니 일을 망치기 쉽다. 따라서 매사에 새로운 것을 듣고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하지만 불쌍한 사람을 생각해 재물을 다루면 이는 좋은 일이다.
소음인은 권세(權)를 조심해야 한다. 소음인은 온순하며 침착하고 매사에 계획성이 있어 치밀하다. 분위기를 잘 파악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해아린다. 그러나 자기와 뜻이 통하는 사람만으로 끼리끼리 놀기 쉽다. 소음인은 권세를 좋아하고 이해타산에 따라 파벌을 형성하여 사람을 널리 사랑하지 않는다. 또한 남의 간섭을 받기보다는 남을 부리려는 마음이 있어 권력에 맛을 들이면 남용하기 쉽고 독재하기 쉽다.
따라서 항상 이를 경계하여 자기 파멸에 이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권력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소음인은 능력 있는 다른 사람을 시기하며 질투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마음이 심란하게 되는데 항상 스스로 경계(警戒)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하지만 현인(賢人)을 존경하는 뜻으로 살아간다면 권력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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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식이요법 - 음식섭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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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의 근원이 서로 같다는(食藥同源) 말이 있듯이, 음식은 약에 비해 성질은 약하지만 매일 먹기 때문에 약에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면 좋지만 반대로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체질별 식이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체질식이요법을 너무 확대 해석해 잘못된 식이요법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체질에 맞는 음식일지라도 한두 가지만 과식하거나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기액(氣液)을 간장에서는 빨아들이고(吸) 폐장은 내뿜으며(呼), 음식물의 기운을 비장에서는 받아들이고(入) 신장은 내보내는(出) 기능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폐장이 크고 간장이 작은 태양인은 간장에서 받아들이는 기운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간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빨아들이는 기운(吸聚之氣)이 강한 음식이 좋다.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은 소양인은 비장에서 받아들이는 기운이 상대적으로 많아 열기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비장의 열기를 풀어주는 시원한 기운(陰淸之氣)이 많은 음식이 좋다.
간장이 크고 폐장이 작은 태음인은 폐장에서 내뿜는 기운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폐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내뿜는 기운(呼散之氣)이 강한 음식이 좋다.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소음인은 신장에서 내보내는 기운이 상대적으로 많아 냉기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신장의 한기를 풀어주는 따뜻한 기운(陽暖之氣)이 많은 음식이 좋다.
풀이하자면 태양인과 태음인은 기액(氣液)의 호흡(呼吸) 과다에 따른 기액지기(氣液之氣) 병증(病症)이므로, 음식을 섭취하였을 때 퍼지고 발산하는 기운(呼散之氣)이 있느냐 아니면 수렴시키는 기운(吸聚之氣)이 있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
소양인과 소음인은 음식물(水穀)의 차갑고 따뜻한 기운의 차이에 따른 수곡지기(水穀之氣) 병증(病症)이므로, 음식을 섭취하였을 때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기운이 있느냐 아니면 따뜻하게 해주는 기운이 있느냐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빨아들이는 기운(吸聚之氣)이 강한 태양인 음식 메밀, 냉면, 새우, 조개류(굴, 전복, 소라), 게, 해삼, 붕어, 솔잎, 포도, 머루, 다래, 감, 앵두, 모과, 송화, 오가피
시원한 기운(陰淸之氣)이 있는 소양인 음식 보리, 팥, 녹두, 참깨, 돼지고기, 오리고기, 오징어, 복어, 가물치, 배추, 오이, 상추, 질경이, 우엉, 딸기, 생맥주
내뿜는 기운(呼散之氣)이 강한 태음인 음식 밀, 콩, 고구마, 율무, 수수, 옥수수, 땅콩, 현미, 쇠고기, 우유, 버터, 뱀장어, 대구, 밤, 잣, 호두, 은행, 배, 매실, 살구, 자두, 무, 도라지, 더덕, 고사리, 연근, 토란, 마, 버섯, 미역, 다시마, 김, 칡
따뜻한 기운(陽暖之氣)이 있는 소음인 음식 벌꿀, 닭고기, 개고기, 노루고기, 참새, 꿩, 양고기, 염소고기, 명태, 멸치, 민어, 미꾸라지, 사과, 복숭아, 귤, 대추, 시금치, 파, 마늘, 생강, 고추, 겨자, 후추, 부추, 카레, 인삼, 황기, 계피, 당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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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한의학의 만남
1. 태양인의 설사를 치료하는 감
중국, 한국, 일본이 원산지인 감나무는 동양의 과일나무라 할 수 있다. 남부지역에서는 단감이, 중부지역에서는 떫은감이 주로 재배되는데 떫은감은 곶감에 50%, 연시에 40% 정도 이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우린감, 감식초 등으로 이용된다.
대체로 감나무는 추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 남향이 좋으며, 해풍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다가 멀지 않은 산에 심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옛사람들은 감나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아 칠절(七絶)이 있다고 했다. 첫째 오래 살며, 둘째 많은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 셋째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넷째 벌레가 없고, 다섯째 서리 맞은 단풍잎이 보기 좋으며, 여섯째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일곱째 낙엽이 커서 글씨를 쓸 수 있어 풍류를 즐길 수 있다.
감의 효능과 금기 감의 효능과 금기 사항은 다음과 같다. 떫은맛이 있어 수렴시키는 작용이 있는 감은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심폐의 열을 다스려 윤택하게 하고 갈증을 없애며, 주독(酒毒)을 풀어주고, 위의 열을 다스리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는 흡취지기(吸聚之氣, 빨아들이는 기운)가 부족해 질병이 생기기 쉬운 태양인(太陽人)에게 심폐를 윤택하게 하고 갈증을 없애주며 담을 삭이고 장을 굳게 하여 이질을 멈추게 하는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감의 차가운 성질 때문에 역시 차가운 성질이 있는 게(蟹)와 같이 먹으면 몸이 냉한 소음인의 경우 몸이 더욱 냉해져 복통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따뜻한 성질이 있는 목향(木香)즙을 먹으면 즉시 멈추는데 이것으로도 음양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의 효능은 1600년대까지 일반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수광(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감이 설사에 좋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고 서술하고 있다.
홍시를 잘 먹는 법 겨울철 시원한 홍시를 먹는 맛은 별미 중에 별미다. 이러한 홍시를 한자로 ‘烘枾’와 ‘紅枾’ 모두 사용하는데 의미는 같다. 동양 최고의 식물학사전인 ‘본초강목’에 따르면 불에 쬐어 말린(烘) 감(枾)이라는 뜻으로 잘못 인식하기 쉬운 홍시(烘枾)는 본래 푸른 감을 그릇에 넣어 자연히 붉게 익은 것인데 마치 불에 쬔(烘)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떫은맛이 없어져 꿀맛이라고 했다. 따라서 ‘烘枾’는 말랑말랑하면서 붉게(紅) 익은 감(枾)이라는
뜻의 ‘紅枾’와 사실상 같은 것을 의미한다.
보통 술을 먹을 때 홍시를 먹으면 쉽게 취하고 심통(心痛)이 생긴다는 견해와 오히려 주독을 풀어준다는 상반된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는 홍시를 언제 먹느냐 하는 시간과 관계가 있다. 차가운 성질이 있는 홍시를 열을 올리는 술과 같이 먹으면 서로 중화되어 술에 잘 취하지 않으나, 술을 마시고 난 뒤 술이 깰 때 차가운 홍시를 먹으면 오히려 술기운이 오래간다. 이는 술을 마신 다음날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속이 풀리지만, 갈증이 난다고 차가운 것을 먹으면 오히려 주독이 풀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떫은 감을 우려내는 방법 떫은 감을 우려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것은 따뜻한 물에 담가 떫은맛을 없애는 방법이다. 명사나무, 귤잎 등에 감을 넣어 익히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에틸렌이 발생되는 식물과 떫은 감을 같이 놓아 떫은맛을 없애는 방법이다. 에틸렌이 잘 발생되는 조생종 사과와 떫은 감을 같이 밀봉해도 결과는 같은데 술을 분무해도 된다.
비장 튼튼히 해주는 곶감 곶감을 한자로 ‘枾餠(시병)’ 또는 ‘枾花(시화)’라 하는데, 이는 곶감이 떡(餠)과 같이 납작하고 흰 꽃(花)이 핀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곶감은 큰 감의 껍질을 벗기고 납작하게 눌러 햇볕에 말리고 저녁에 서리를 맞혀 말려서 만든다.
곶감을 옹기 속에 넣어두면 흰 가루(白霜)가 생기는데 이를 시상(枾霜)이라 한다.
곶감은 떫은 성질이 있기 때문에 수렴하면서(金) 지키는(土) 작용이 있어 비장(土)과 폐장(金)의 혈분에 해당되는 과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비삽장(健脾澁腸, 비장을 튼튼히 하고 장을 수렴)하며 기침을 치료하고 출혈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보았다. 장독하혈(臟毒下血, 대변 볼 때 피가 나오는 증상)에 곶감을 태운 재를 먹었더니 나았다는 기록과, 이질설사로 인한 하혈(下血)과 반위(反胃, 위암)를 곶감으로 치료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 시상(枾霜, 곶감의 흰 가루)은 곶감의 정액(精液)이라 할 수 있어 폐병(肺病)에 더욱 좋다고 보았고, 인후(咽喉)와 구설(口舌)에 생기는 종기와 항문의 치질을 치료한다고 했다.
딸꾹질에 좋은 감꼭지 예부터 감꼭지는 딸꾹질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딸꾹질을 비위(脾胃, 土)가 상하면 목(木)이 상화(相火)를 끼고 기도(氣道)에 곧바로 충격을 주면서 상승하여 생긴다고 보았고, 한증(寒症)으로 인한 딸꾹질에는 정향(丁香), 열증(熱症)으로 인한 딸꾹질에는 감꼭지를 사용했다. 여기에서도 원인에 따라 약을 달리 쓰니 음양의 이치가 곳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양인 음료 감식초 우리 선조들은 홍시를 항아리에 넣어 자연발효시켜 감식초를 만들어 사용했다. 감식초는 원액 그대로 먹거나 우유, 냉수, 꿀물 등에 적당량 타서 마시면 피부노화 방지 및 피로 회복, 숙취 제거에 좋은 음료가 되는데 태양인에게 매우 좋다.
감나무의 잎, 껍질, 뿌리의 효능 감잎은 서리 내린 후 따서 잘 씻어 햇볕에 말려 약재로 사용하는데, 지혈작용과 혈소판 감소성 자반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고혈압에도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나무 껍질은 하혈(下血)을 치료하고 화상을 입었을 때는 끓여서 바른다.
또한 감나무 뿌리는 자궁출혈, 피가 나오는 이질설사 등을 치료한다.
2. 울화병을 풀어주는 상추
기원전 4500년경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기록된 상추에는 조혈 요소인 철분이 많아 혈액을 증가시키고 피를 맑게 하는 기능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채소 중 하나다.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중요한 채소로 인식되어 많이 재배된 상추는 학명으로 Lactuca sativa L.라 하는데 상추를 뜻하는 라틴 고어인 Lactuca에서 유래했다.
이는 상추 잎줄기에서 우윳빛 진물(lac, 乳液)이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민족과는 달리 우리 민족은 상추쌈을 매우 즐겨 먹었다. 유라시아지역의 대부분을 점령하여 당시 전세계 초강대국이던 원(元)나라 황실에 상추쌈 문화를 전한 나라가 바로 고려였다. 이는 한치윤(韓致奫, 1765∼1814)의 ‘해동역사(海東繹史)’에 있는 원나라 시인 양윤부(楊允孚)가 고려 상추를 극찬한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해당화는 꽃이 붉어 좋고 살구는 누러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 상추로서 표고 향기보다 그윽하다’고 했다.
상추는 익혀 먹지 않고 날(生)로 먹는 좋은 채소(菜)라는 뜻의 ‘生菜(생채→상추)’에서 나온 단어로 채소의 대장이라 할 수 있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상추가 냉성(冷性)이 있음은 재배해보면 알 수 있다. 갓 채종된 상추 종자는 비교적 수분 함량이 많고 휴면중이므로 더운 여름에 파종하면 발아되지 않는다. 또한 휴면기간이 지난 종자라도 30℃가 넘는 고온에 15∼30시간 노출되면 발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상추의 약효성 차가운 성질이 있는 상추는 열이 많은 소양인이 걸리기 쉬운 흉격열증(胸膈熱症, 가슴이 답답하며 열이 뻗치는 증상)에 권장되는 식품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어 인정받은 화병(火病)은 울화병(鬱火病)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를 풀지 못했을 때 잘 생긴다. 소양인의 화병에 상추를 먹으면 화기가 풀어지는데,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상추는 가슴에 뭉친 기(氣)를풀어주며 막힌 경락을 뚫어준다’고 하여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통 상추를 먹으면 졸음이 온다고 하여 수험생은 잘 먹지 않는데 이는 맞는 이야기다. 보통 상추에는 신경안정, 진통, 최면 작용이 있는 ‘라쿠루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불면증 환자나 신경과민 증상에 사용하면 좋다.
또한 시원한 상추를 먹으면 머리가 맑아져 총명하게 되며, 열이 솟구쳐 나타나는 두통에 쓸 수 있다. 한편 상추의 우윳빛 진물이 정액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성과 관련해 고추밭이랑 사이에 심은 상추가 효과가 더 좋다’는 속설도 전한다.
상추와 음식궁합보리밥에 쌈은 매우 좋은 음식궁합이라 할 수 있다. 보리밥은 체내의 불필요한 열을 식혀주며 소화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상추와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욱 좋아지지만 이는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해당된다. 몸이 차서 설사를 자주 하는 소음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냉병(冷病)에 걸리기 쉬우므로 상추를 많이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렇듯 체질에 따라 상추의 효과가 달리 나타나므로 자신의 체질을 알기 위해서는 사상체질의학을 전공한 한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예전에 아기를 낳은 산모가 가난하여 산후조리에 좋은 미역국을 먹지 못하고 상추를 먹었더니 산모는 배가 아프고 젖을 먹은 아이는 푸른 변을 보게 되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상추를 강(江) 건너(越) 멀리 심었다고 하여 월강초(越江草)라 했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상추는 산모가 금해야 할 음식 중 하나다.가정생활의 지혜를 모은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규합총서(閨閤叢書)’(1815)에 따르면 ‘뱀이 상추에 스치면 눈이 머는 까닭에 감히 상추밭을 지나지 못하니 상추를 많이 심으면 뱀이 적다’고 하여 뱀과 상추는 상극임을 밝히고 있다. 보통 허물을 벗기 위해 소금기가 필요한 뱀은 소금이 함유된 간장, 된장 등이 있는 장독대에 잘 출몰한다. 따라서 뱀을 물리치기 위해 장독대 옆 텃밭에 상추를 심었으니 옛사람들의 합리성과 과학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또한 상추에는 벌레를 물리치는 효과를 이용해 옷감 보관에도 이용했다. ‘산림경제(山林經濟)’(1715)에 따르면 ‘단오에 상추 잎을 채취해 옷상자 속에 넣어두면 옷감에 좀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또 붓을 보관하는 데도 이용했는데, ‘황련(黃蓮)과 상추를 끓인 물에 경분(輕粉)을 개어 붓 끝에 찍어 말려 두었더니 좀이 슬지 않았다’고 했다.3. 대소변을 다스리는 아욱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진 아욱은 서양에서는 식용하지 않고 동양에서만 이용했기 때문에 ‘동양의 채소’라 할 수 있다. ‘시경(詩經)’에도 아욱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유사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욱국을 끓여 먹는 문화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라 할 수 있다.아욱은 사시사철 반찬이 되며 뿌리의 기운이 왕성해 가뭄에 강하고 씨와 뿌리는 약재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버릴 게 없는 채소다. 따라서 채소 가운데 쓰임이 가장 많아 채소의 대장(百菜之主)’이라고도 한다. 아욱은 해를 향해 움직이는 향일성이 있다. 아욱 잎은 햇빛을 가려 자기 뿌리를 보호하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아욱을 충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식물로 이해했다.아욱은 한자로 ‘葵(규)’라 하는데, ‘葵’는 십간의 마지막 순서인 계(癸)와 풀을 의미하는 ‘草(艸)’가 합성된 글자다. ‘癸’는 마침과 시작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어 아욱은 오행상 수(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신(腎)은 콩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궁, 방광, 생식기능 등을 포괄한 넓은 개념으로 이해했고 수(水)에 속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아욱은 임신과 출산에 관계된 질환을 치료한다. 또한 사상의학에서는 비장의 기능이 좋고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는(脾大腎小) 사람을 소양인으로 분류하는데 ;아욱은 신장을 보강해주는 기능이 있어 소양인에게 매우 유익한 식품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욱의 약효성 차가운 성질이 있는 아욱은 열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열로 인한 피부발진에 생즙을 먹으면 가라앉는 경우가 많으며, 술을 많이 먹어서 생긴 주독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또한 아욱의 미끄러운 성질을 이용해 동전이나 이물질을 잘못 먹었을 경우 아욱을 끓여 식혀 차게 먹기도 했다.
아욱은 정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루증상이 있던 남자가 아욱국을 먹고 나서 부부관계를 매우 돈독히 하게 되었는데, 다음날 아침 아내가 집(屋)을 허물고(破) 아욱을 심었기 때문에 파옥초(破屋草)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방사(房事)에 좋기 때문에 중국 도교 신화에 나오는 불사(不死)의 여왕인 서왕모의 이름을 따 서왕모채(西王母菜)라고도 했다.
겨울(冬)의 기운을 받고 자란 아욱(葵) 씨(子)를 동규자(冬葵子)라 하는데, 성질이 차고 미끄러워 막힌 것을 뚫어주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소양인이 열이 많아 생긴 변비에 아욱 씨를 사용하면 매우 좋다. 또 소변이 잘 나가지 않는 경우에 사용하면 탁한 열을 없애 기운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다. 하지만 속이 냉한 소음인에게는 오히려 설사를 일으키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4. 노심초사하여 생긴 소갈증에 좋은 보리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봄에 자라 여름에 열매를 맺는 보리는 오곡(쌀, 보리, 콩, 조, 기장) 중 으뜸으로 봄 기운(溫性), 여름 기운(熱性), 가을 기운(凉性), 겨울 기운(寒性)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봄에 파종해 여름에 수확하는 봄보리보다 가을에 파종해 다음해 여름에 수확하는 가을보리를 더 좋은 것으로 보았다.서늘한 기운이 있는 보리는 소양인의 소갈병(넓은 의미의 당뇨병)에 사용할 수 있다. 성격이 급하고 너그럽지 않은 소양인이 노심초사하면 머리와 사지에 열이 축적되어 화기가 많아지는데 이는 소갈병의 원인이 된다. 보통 긴장하거나 초조할 때 입이 타면서 갈증을 느끼는 것도 화기 때문인데 서늘한 성질이 있는 보리밥을 먹으면 화기를 다스릴 수 있다.또한 더위먹어 갈증이 심할 때(燥渴), 어린아이의 심한 설사(腸炎), 감기에 걸려 열이 심할 때(高熱) 등에 보리를 끓여 따뜻하게 먹으면 치료된다. 비록 뜨거운 보리차를 먹지만 보리의 차가운 성질이 몸의 열을 내려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의 장염은 대장의 열로 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보리차를 꼭 복용해야 한다.
보리가 주된 원료인 맥주는 차가운 성질의 술이다. 따라서 속이 냉한 소음인이 맥주를 많이 마시면 장이 차가워져 설사가 생기고 아랫배가 무지룩하게 된다. 반면 열이 많은 소양인이 맥주를 적당량 마시면 몸이 개운해진다.
이것은 체질에 따른 반응의 차이로 보리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단단하게 언 흙을 헤치고 나오는 보리(麥)의 새싹(芽)을 맥아(麥芽)라 하는데 이는 뭉친 것을 흩어지게 하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음식을 급히 먹어 체해 속이 막힌 경우(食滯)에 맥아를 먹으면 속이 풀어진다. 또 산모가 모유를 주다가 중단할 경우 젖멍울(乳癰)이 생기는데, 이때도 맥아를 끓여 먹으면 쉽게 치료된다. 하지만 임신한 경우에는 맥아를 먹어서는 안 되는데, 이는 뭉친 것을 풀어주는 맥아의 힘이 태아에게 모이는 기운을 방해할까 염려해서다.하지만 성질이 차가운 보리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열이 많은 소양인은 좋지만,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속이 냉한 소음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원기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상의학을 전공한 한의사의 체질감별이 꼭 필요하다.
5. 태음인의 이뇨에 좋은 옥수수
5000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알려진 옥수수는 1492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재발견한 이후 전세계에 알려졌다. 현재 옥수수는 전세계 3대 곡물 중 하나로 식량, 가축사료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제약·제지·플라스틱·금형·방적 등에 사용되며, 석유대체연료로도 연구되고 있다.
r>또 옥수수는 썩는 비닐의 원료가 되기도 하며, 전분·물엿·포도당·식용유·청량음료의 재료가 되는 과당 등 쓰임이 매우 많다그 동안 연구된 바에 따르면 식물의 광합성 기전에는 보통 일정한 온도가 넘으면 오히려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C3형(Calvin회로)과, 온도가 높을수록 광합성 효율이 높아지는 특성을 가진 C4형(CAM회로)이 있다. 대부분의 작물은 C3형에 속하지만 기장, 수수, 옥수수, 사탕수수 등은 C4형에 속한다. 보통 C4형은 낮에는 고온에서 광합성을 많이 하고, 밤에는 저온에서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는 것이 이상적 형태이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산간지역이나 내륙지역에 알맞은 작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원도 산간이나 만주 내륙지방에서 옥수수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구황식물로서의 옥수수 보통 미음(죽)을 끓일 때에는 율무를 넣으나 옥수수를 넣으면 율무죽보다 훨씬 좋다는 기록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에 나온다. 조선시대에 이미 옥수수를 구황식물로 인식해 재배가 권장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최근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에 옥수수를 보낸 점이 동포로서 남다른 마음이다.
400년 전에도 있었던 옥수수 팝콘 동양 최고의 식물학사전이라 할 수 있는 ‘본초강목’에 ‘옥수수는 삶거나 볶아서 먹을 수 있다. 불에 볶으면 터지는데 마치 흰 꽃과 같아 찰벼를 튀긴 모양과 같다’고 하여 팝콘을 설명하고 있다.
여름 기운을 타고난 옥수수는 화기가 많은 편인데 이를 불에 달구면 내부의 열이 터져 폭발(?)하듯이 튀겨진다.
팝콘이나 옥수수 튀밥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밥맛을 잃고 혓바늘이 서게 된다.
>따라서 식욕이 왕성하고 뚱뚱한 태음인이 체중을 줄이기 위해 옥수수튀밥을 먹기도 한다.
태음인의 호산지기(呼散之氣)를 도와주는 옥수수 대부분의 C4형과 같이 옥수수는 높은 광합성 능력을 영위하기 위해 많은 수분, 낮의 고온, 긴 일조시간, 밤의 저온, 많은 양분 등이 필요하다. 즉 많이 흡수하고 많이 발산하는 옥수수는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태음인에게 호산지기를 도와주어 몸을 가볍게 해준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옥수수차 옥수수는 기장, 수수와 같이 초여름에 심어 늦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여름의 기운(熱性)이 있으며 팽창하는 성질이 있다. 반면 보리는 가을에 심어 겨울을 지나고 봄을 거쳐 이른 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사계절의 기운을 다 갖추고 있으며 특히 겨울 기운(冷性)이 강해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보리차를 먹으면 몸이 시원해지고 옥수수차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며 찌뿌드드한 몸이 풀어진다. 이는 목욕탕의 온탕에 몸을 담그면 방금 소변을 보았어도 배뇨감을 느끼는 이치와 흡사하다. 따라서 몸이 냉한 소음인이나 몸이 무겁고 위장기능이 약한 태음인에게는 옥수수차가 좋으나,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오히려 보리차가 좋다. 마찬가지로 무더운 여름에는 보리차를, 추운 겨울에는 옥수수차를 권장하는 까닭도 같은 이유에서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잇몸질환 치료약(인사돌, 덴타돌) 옥수수에는 암 방지 및 치주질환 치료제로 이용되는 불검화 정량추출물(ZML)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쌀이나 밀을 먹는 것보다 옥수수 전분을 많이 먹으면 충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보고가 있듯이 옥수수는 치아 건강에 매우 유리하다. 여기에서 추출한 ZML이 인사돌 또는 덴타돌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잇몸질환 치료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효능 외에도 옥수수는 위장을 다스리며 막힌 속을 풀어준다.
옥수수의 모든 부위는 약재로 쓰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옥수수 뿌리와 잎은 소변이 찔끔거리는 것과 요석이 있어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옥수수 수염(玉米鬚)은 이뇨작용, 순환작용, 혈당강하작용, 이담지혈작용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신장염, 고혈압, 당뇨, 간경화성 복수(腹水), 황달형간염, 담낭염, 담석증, 잇몸출혈, 출혈성 자반증 등에 쓰이지만, 몸이 허한(虛寒)해서 생긴 요의빈수(尿意頻數, 소변을 조끔씩 보면서도 자주 화장실에 가고 싶은 증상)에 써서는 안 된다.
6. 주독을 풀어주는 콩나물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콩의 원산지는 만주와 한반도로 밝혀졌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야생종 콩인 덩굴콩을 많이 볼 수 있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특성상 일찍부터 풍부한 소금과 콩을 이용한 된장 문화가 발달했는데, 우리나라 된장에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한민족의 식생활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양에는 1712년에야 콩이 알려졌으나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1900년 초 무렵부터 널리 재배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제1의 콩 생산국인 미국에는 1804년 전파되었으나 목축용으로만 사용했고, 1930년 이후에야 재배 이용이 늘어났다. 반면 한반도와 만주는 20세기 중반까지 전세계 최대의 콩 생산지였으니 콩은 ‘동양의 곡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콩은 흙속에 있는 질소만으로는 부족한지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하면서 공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시켜 흡수하니 욕심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콩은 많이 흡수하면서도 또 많이 발산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사상의학에서는 콩을 호산지기(呼散之氣)가 강한 식물로 보아 호산지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태음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보통 태음인은 발산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몸이 무겁게 느껴지기 쉬우므로 호산지기가 강한 음식을 먹으면 기액(氣液)이 균형을 이루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콩나물을 약재로 사용해 왔다. 현재 시판되는 술 깨는 약의 원료인 아스파라긴산은 콩나물에서 추출해낸 성분이다. 또한 콩은 영양학적으로도 단백질과 지방분이 풍부해 매우 우수한 식품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비타민 C가 콩에는 없지만 콩나물에는 많이 생성되는데, 채소가 귀해 비타민 C가 부족해지기 쉬운 겨울철에 이것이 풍부한 콩나물을 길러 먹는 지혜를 동아시아 민족은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것 같다. 1904년 러일전쟁 당시 뤼순(旅順)에서 일본군에 포위된 러시아군은 채소가 반입되지 않자 비타민 C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이 번져 패전하고 만다. 하지만 우습게도 당시 뤼순에는 콩이 집집마다 쌓여 있었는데, 만약 러시아군이 비타민 C가 풍부한 콩나물을 길러 먹는 지혜가 있었더라면 전쟁 양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알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지혜가 전쟁의 승패까지 갈라놓을 수 있으니 ‘농업과 한의학의 만남’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의학에서 본 콩나물 한의학에서 본 콩나물의 쓰임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곡물은 물을 주면 싹은 나지만 자체의 열에 의해 썩기 쉽다. 그러나 콩나물은 물빠짐만 좋으면 오히려 잘 자란다. 물만 먹고도 키가 쑥쑥 자라는 콩나물은 막힌 것을 뚫고 기(氣)를 위로 발산(發散)시키는 기상이 있기 때문에, 오행(五行)으로 보면 목(木)에 해당되며 사상의학으로는 호산지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콩나물은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기 쉬운 태음인의 근련(筋攣, 근육이 저림), 습비(濕痺, 음습하여 몸이 무거움), 슬통(膝痛), 흉민(胸悶, 가슴이 답답함), 감기 초기 증상 등에 사용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발산하는 힘으로 뭉친 것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매우 합리적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주독이 쌓여 몸이 찌뿌드드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위(胃)의 기운이 뭉쳐 주독이 풀리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여 콩나물국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콩나물의 발산하는 힘으로 뭉친 것을 푸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콩나물을 뭉친 기운을 푸는 약재로 인식하게 되어, 우황청심환의 원료 중 하나로 어린 콩나물을 말려서 사용하고 있다. 중풍구급(中風救急,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로 뇌졸중보다 넓은 개념의 한의학 용어)에 특효가 있는 우황청심환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것을 최상품으로 여겼다. 이는 한우(韓牛)에서 나온 담석(膽石, 牛黃)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이므로 좋은 콩나물(大豆黃卷)을 사용한 데도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콩나물은 기혈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몸이 찌뿌둥한 태음인에게는 매우 좋지만, 몸이 차서 설사를 자주 하는 소음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7. 태음인 설사에 좋은 밤
약 3000여년 전의 시를 모은 ‘시경(詩經)’에 ‘수지진율(樹之榛栗, 개암나무와 밤나무를 심는다)’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양에서는 매우 오래 전부터 밤나무를 길렀음을 알 수 있다.
따뜻한 성질이 있는 밤나무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물빠짐이 좋고 햇빛이 잘 드는 온대지역에서 잘 자란다. 뿌리는 심근성(深根性)이므로 가뭄에 잘 견디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또한 지하수가 높으면 밤나무는 오래 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밤나무는 화강암지대인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적합한 식물로 예부터 우리나라 밤이 유명했다. 한편 밤나무는 한번 심은 다음 옮겨심기를 자주 하면 좋지 않다.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우리나라 토종밤 흔히 재래종 밤은 작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밤은 무척 컸다고 한다. 중국에서 편찬된 진수(陳壽, ?∼279)의 ‘삼국지(三國志)’, 범엽(范曄, 398∼445)의 ‘후한서(後漢書)’, 위징(魏徵)의 ‘수서(隋書)’, 이연주(李延壽)의 ‘북사(北史)’ 등에는 우리나라(馬韓, 백제) 밤의 크기가 배(梨)와 비슷하다고 했다. 동양 최고의 식물학사전인 ‘본초강목’에도 우리나라의 밤이 매우 큰데 크기가 계란만다고 했다.
‘세종실록’<지리지(地理志)>에 따르면 공주와 논산군 은진면 토질이 밤나무에 매우 좋다고 하였고, 성현의 ‘용재총화’에서는 밀양의 밤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고 맛이 좋다고 하였으며,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밀양, 상주 사람들이 밤으로 다식을 잘 만든다고 하였다.
신주(神主)는 밤나무로 만든다 보통 식물은 종자에서 싹이 나올 때 겉껍질을 밀고 올라오거나 땅속에 껍질을 남겨두고 나온다. 하지만 밤나무는 그렇지 않아 겉껍질이 오래도록 썩지 않은 채 밤나무 뿌리에 붙어 있다. 이런 까닭에 밤나무는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 나무로 인식되어 제사상에 밤을 올리고 조상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든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세종실록’의 <오례의(五禮儀)>에서도 신주와 위패는 밤나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밤은 퍼지는 기운이 강하다. 밤꽃 냄새는 남성의 정액 냄새와 비슷하고 멀리 퍼져나간다. 또한 밤송이의 날카로운 가시는 강함의 상징이며 알밤은 익으면 밤송이를 터트리고 나온다. 그래서 사상의학에서는 밤이 따뜻한 기운과 퍼져나가는 기운(呼散之氣)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간장이 크고 폐장이 작은 태음인은 폐장의 호산지기가 부족해지기 쉽다. 이때 밤을 먹으면 폐장의 위기(胃氣)를 열어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고 보았다.
효능 밤은 신장에 좋은 과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맛이 짜고 성질이 따뜻하며 무겁고 실해서 신장으로 들어가 기를 보강하기 때문이다. 또 위기(胃氣)가 허약해 요각(腰脚)이 약해진 경우와 배가 꾸룩거리며 나는 설사에 매우 좋기 때문에 한기로 인한 설사에 불에 구운 밤 20∼30톨을 먹는다. 신장은 대변을 주관하는데 밤이 신장에 잘 통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신장이 허약해 생기는 요각무력(腰脚無力)에도 좋다. 또 바람에 말린 밤이 햇볕에 말린 것보다 낫고 불에 굽거나 기름에 볶은 것이 삶거나 찐 것보다 좋으며, 반드시 잘 씹어 타액과 함께 삼켜야 유익하다.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비장이 상할 수 있다.
뜨거운 햇볕에 건조시킨 밤을 먹으면 하기보익(下氣補益)이 잘 되지만 그렇지 않은 밤을 먹으면 목기(木氣) 때문에 보익되지 않는다. 진이 나올 정도로 불에 구우면 목기가 없어져 보익이 잘 된다. 날로 먹으면 기가 발(發氣)하고 삶거나 찌거나 볶아서 먹으면 오히려 기를 막기 때문에 풍수병(風水病)을 앓는 환자는 먹으면 좋지 않다. 이는 밤의 짠맛이 수기(水氣)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밤을 분말로 만들면 마름이나 가시연밥보다 좋지만 어린아이에게 주면 치아가 잘 나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어린아이는 밤을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날로 먹으면 소화가 어렵고 익혀 먹으면 기가 막혀 밥을 거르게 되기 때문이다.
보관방법 서리가 내리면 밤이 익는데 밤송이가 저절로 터져 밤이 떨어진 것은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으나 밤송이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쉽게 부패된다. ‘산림경제(山林經濟)’(1715)에서는 ‘밤은 저절로 떨어진 것을 주워야지 일부러 밤송이를 벗긴 것은 좋지 않다. 서리 내린 뒤에 물속에 밤을 넣어 뜨는 밤은 버리고 가라앉은 밤만 건져 물기를 닦아 햇볕에 잠깐 넌다. 깨끗한 모래를 볶아 식힌 다음 새 사기그릇에 모래와 밤을 층층이 9분 정도 놓는다. 그리고 대껍질이나 잎으로 한 켜 덮고 쪼갠 대를 가로질러 누른 뒤 깨끗한 땅 위에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놓고 황토로 대충 봉했다가, 필요에 따라 조금씩 꺼내 쓰되 술기운을 가깝게 하지 않으면 이듬해 봄까지도 상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8. 소화를 도와주는 사과
과일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사과는 산성화한 인체를 중성으로 돌아오게 하는 작용이 있어 세계 각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대 북부에 위치해 기후적으로 사과재배에 알맞기 때문에 양질의 사과가 많이 나는데, 특히 기상상태가 특이한 대구와 연평균기온이 8∼11℃로 한랭한 중북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대개 능금을 사과의 재래종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며 능금과 사과는 종(種)이 다르다. 이시진에 따르면 능금은 맛이 좋아 많은 날짐승(禽)이 숲(林)속으로 모여(來)들기 때문에 내금(來禽) 또는 임금(林檎)이라 하였고, 문림강(文林郎)이 발해에서 중국으로 가져간 과일(果)이라는 뜻으로 문림랑과(文林郎果)라고도 하였다. 따라서 능금의 어원은 ‘임금 林檎(닝 → 님금 → 임금 → 능금)이며, 능금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꿀맛(蜜) 같은 과일(果)이라는 뜻으로 밀과(蜜果)라고도 하였다.
재래종 사과라 할 수 있는 내(柰)를 우리나라에서는 ‘벗 → 멋 →‘’이라 하였는데 ‘柰’는 나무(木)에 열매가 달려 있는(示) 형상으로 범어로는 빈파(頻婆)라 한다. 사마상여(司馬相如, ?∼BC 118)의 ‘상림부(上林賦)’에 내가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재배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임금도 비슷한 시기에 이미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사과)는 능금나무와 잎이 비슷하지만 과일 크기가 능금보다 크기 때문에, 사과와 능금은 같은 무리지만 종이 서로 다른 1류2종(一類二種)라 할 수 있다.
사과의 약효성 사과의 효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과는 능금과 같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시고 달며 위로 뻗치는 기운이 있기 때문에 속이 허하고 찬 소음인의 변비, 설사, 소화불량, 식체, 감기, 고혈압 등에 쓰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아 물을 많이 마시는 소양인이 장복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거나 가래가 생길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병문안갈 때 배 대신 사과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늘한 성질이 있는 배는 회복이 덜 된 환자의 속을 더욱 냉하게 만들어 설사를 일으키지만, 따뜻한 성질이 있는 사과는 환자의 약한 소화력을 양기로 보강하여 회복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한 사과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식체나 기체(氣滯)에 대비할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맹선(孟詵, 621∼713)은 ‘식료본초(食療本草)’에 ‘사과는 중초(中焦)의 부족한 기를 보(補)하고 비(脾)를 조화시키며, 밥을 먹고 난 다음 기가 통하지 않아 체한 경우 사과즙을 먹으면 좋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맥이 약해지며, 잠이 오고 담이 생기며 종기가 날 수도 있으니 과식은 피해야 한다. 또한 사과 씨를 먹으면 심란해질 수도 있으니 가능한 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의학에서 보아도 다른 식품에 비해 비타민 C와 무기염류의 함량이 특히 많은 사과는 기력을 유지해주고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해주는 천연 약재라 할 수 있다. 사과는 심장병을 예방하고 심폐기능을 좋게 하며 혈당치를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매우 좋다. 또한 식욕을 억제해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조절하려는 경우에 애용되기도 한다.
집에서 담그기도 하는 사과식초는 피로 회복에 좋으며 무좀, 정맥류, 두드러기, 버짐, 화상 등에 외용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또한 동쪽으로 뻗어나간 사과나무 뿌리는 회충과 촌충을 없애는 약으로도 사용했다.
한편 사과의 가공기술은 매우 오래 전부터 발달해왔다. 중국 진(晉)나라(265∼420) 때 사과를 썰어 햇빛에 말려 포(脯)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광지(廣志)’에 나오고,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사과 100개 중에서 20개를 으깨 물을 넣고 같이 삶아 식혀서 깨끗한 항아리에 붓고, 나머지 80개를 그 속에 넣어 항아리 주둥이를 단단히 봉해 두는데 오래 둘수록 더욱 좋다’고 하여 병조림을 통한 사과 저장법을 소개하고 있다.
9. 정력을 향상시키는 마늘
기원전 4000년경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이 강정제(强精劑)로 먹었다는 마늘은 최근 항암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밝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음식의 대부분에 향신료로 들어가는 마늘은 고등식물 중에서 살균작용이 가장 강력하여 음식부패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 치료하는 구실을 한다. 또한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음식 맛을 돋우어줄 뿐만 아니라 소화흡수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어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한사군시대 이후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늘은 예전부터 자생하고 있던 달래와 모양과 쓰임이 비슷했기 때문에 달래 대신 널리 사용되었다. 현대과학으로 보아도 마늘 성분 중 하나인 알라신이 음식의 비타민 B1과 결합해 안정된 화합물인 알리티아민이 되어 소화흡수를 돕기 때문에 음식조리에 마늘을 두루 사용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탄생 기록인 단군신화는 우리 마음의 고향이자 뿌리라 할 수 있다. 단군신화가 기록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일연( 一然, 1206∼1289)의 ‘삼국유사(三國遺事)’로 알려져 있다.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으로 환생했다고 흔히 알려져 있으나 여기에 나오는 마늘은 달래로 정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고조선 당시에 달래는 있었지만 마늘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늘은 따뜻하고 뜨거워 양기를 올리는 기능을 한다. 마늘, 파, 달래, 부추와 같이 매운맛이 있는 채소를 훈채(菜)라 하는데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알리움속에 속한다. 겨울을 나는 채소가 대부분 차고 서늘한 기운을 갖는 것에 비해 대부분의 알리움속은 오히려 따뜻하고 뜨거운 기운이 있다.
마늘과 음양조화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섭취할 때 마늘의 따뜻한 기운을 이용하여 음양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이라 할 김치를 살펴보자. 보통 속이 냉한 소음인이 차가운 성질이 있는 배추를 먹으면 설사하기 쉽다. 하지만 맵고 따뜻한 마늘과 차가운 배추를 버무려서 만든 김치를 먹으면 오히려 소화흡수가 잘 된다. 이는 마늘의 성질을 잘 이용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또한 차가운 성질의 생선회나 육회를 먹을 때 생마늘을 같이 먹는 까닭도 부패되기 쉬운 날고기를 먹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식중독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마늘의 따뜻한 기운으로 음양의 기운을 맞추어 소화흡수를 도우려는 것이다.
마늘은 성욕을 올리는 작용이 있다. 400여 년 전 세계최대의 식물학사전을 편찬한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마늘을 날로 먹으면 화(火)를 돋우고 익혀서 먹으면 성욕이 일어나 정신이 황폐해지기 때문에 마늘 같은 매운 훈채를 먹지 않아야 한다’며 공부하는 선비나 도(道)를 닦는 승려들은 마늘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절개를 지키는 과부도 마늘은 금기식으로 여겼는데 이도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마늘은 정력이 약하여 부부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권장식품이 되나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학자나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금기식품이 된다.
마늘은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하여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냉한 소음인이 마늘을 복용하면 소화기능과 순환기능이 좋아진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는 ‘소음인의 이질설사(痢疾泄瀉)에 마늘과 꿀을 끓여 3일동안 복용시켰더니 병이 즉시 나았다’는 임상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렇듯 마늘은 소음인의 세균성 이질이나 아메바성 이질에 응용될 수 있다. 보통 여러 쪽으로 나뉘는 쪽마늘보다는 쪽이 나뉘지 않은 통마늘이 약효가 더 좋으므로 한의학에서는 통마늘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적당하게 먹어야지 지나치게 먹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보통 생마늘을 많이 먹으면 위액분비를 억제시키며 빈혈을 유발시킬 수 있다. 또한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화기가 왕성하여 생긴 안(眼)질환자는 오히려 병이 악화되니 한의사와 상담한 후에 마늘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10. 피를 생성하는 혈약, 복숭아
발생하는 기운이 왕성한 봄에 많은 꽃을 피우는 복숭아는 예전부터 다산, 장수, 생명 등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손오공이 하늘나라(天)에서 열리는 복숭아(桃)인 천도(天桃)를 먹고 괴력을 얻었다는 이야기, 이상향의 상징인 도연명(陶淵明)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이야기, 중국 곤륜산(崑崙山)에 살고 있다는 서왕모(西王母)가 불로장생한 것이 복숭아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등이 전해지고 있다. 복숭아를 신선(仙)이 먹는 과일(果)이라는 뜻으로 선과(仙果)라고도 한다.
이른 봄 복숭아꽃(桃花)이 만발한 것은 봄철의 따뜻한 양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복숭아는 음기를 좋아하는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복숭아는 제사상에 진설하지 않았으며 또한 희한하게도 샘가에 심지 않았다. 제례상에 복숭아를 사용하지 않았던 까닭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는 복숭아가 조상 귀신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다. 둘째, 여성과 음기(淫氣, 음탕한 기운)를 뜻하는 복숭아를 제수로 사용하면 경건해야 할 제관이 음란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양기가 뻗치며 많이 생산되는 복숭아를 귀신이 무서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복숭아를 성적매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과년한 여식이나 과부가 있는 집안, 또는 여자들이 많이 모이는 샘가에 복숭아를 심지 않았다. 화사한 복숭아꽃에 정숙한 여인이 바람날까 염려해서일 것이다. 또한 음기가 충만한 달빛(月光) 아래에서 여인들이 아름다운 여성을 연상시키는 복숭아를 먹으면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이야기도 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뿌리에서 열매까지 약재로 사용된다 복숭아는 뿌리부터 열매까지 모두 약재로 사용할 수 있어 정말로 하늘이 내려준 과일이 아닌가 싶다. 우선 복숭아 과실은 맛이 달고 시큼하며 따뜻한 성질이 있어서 진액(津液)을 생성하게 하고 대장을 부드럽게 하며(潤腸)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뭉친 것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속이 냉하기 쉬운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또 피를 생성하는 혈약(血藥)으로 여겼기 때문에 여성에게 좋은 과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속열(腹熱)이 생겨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또한 자라와 복숭아를 같이 먹으면 속이 쓰리고 아플 수 있다고 의서에 기록되어 있다.
복숭아 잎(桃葉)의 침출액(1%)은 장구벌레(집모기, 말라리아 모기, 들모기의 유충)를 24시간 이내에 95% 이상 죽이는 작용이 있다. 그중에서도 어리고 신선한 잎이 오래 묵은 잎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복숭아 잎은 질염, 부스럼, 만성 두드러기 등의 피부질환에 사용하기도 한다.
복숭아 뿌리(桃根)는 황달, 토혈(吐血), 코피, 무월경, 치질 등에 사용한다. 그러나 임산부에게는 금기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가 무성할 때 칼로 나무껍질을 베어 흘러나온 수액을 채취하여 뽕나무를 태운 잿물에 6시간 정도 담갔다가 햇볕에 말려 독성을 제거한 것을 도교(桃膠)라 한다. 도교는 진액을 매우 잘 통하게 하여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림(血淋), 음경이 아프면서 소변에 모래나 돌 같은 것이 섞여 나오는 석림(石淋) 등을 치료할 수 있다.
복숭아꽃는 도화주를 담그기도 하며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대소변이 잘 나가지 않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 특효가 있지만 임산부에게는 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복숭아 씨를 한의학에서는 도인(桃仁)이라 하며, 피가 체내 일정한 곳에 머물러서 생긴 어혈(瘀血)을 풀어주는 대표적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약으로 쓰이는 도인은 접을 붙여 개량한 복숭아나무가 아니라 복숭아씨를 직접 심어 자란 복숭아나무의 씨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11. 돼지는 소양인, 닭은 소음인에게 좋다
보통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은 후 한약을 먹을 때 흔히 금기음식에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동시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상의학에서는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닭고기가 금기음식으로, 몸이 냉한 소음인에게는 돼지고기가 금기음식으로 되어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돼지고기를 열을 내리는 음으로, 닭고기는 열을 올리는 양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소양인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좋고, 소음인은 닭고기를 먹으면 좋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돼지는 후퇴를 잘 하고(陰), 닭은 전진을 잘 한다(陽). 시골에서 수퇘지의 음낭을 제거하거나 주사를 놓을 때 대개 돼지 어금니에 끈을 묶어 말뚝에 매어둔다. 이 때 돼지가 앞으로 전진하면 끈이 풀리지만 돼지는 뒤로만 가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끈이 더욱 단단히 묶이게 된다. 즉 자신에게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전진을 하지 않고 오히려 후퇴를 주로 하는 것을 보아 돼지가 음성임을 알 수 있다. 반면 닭은 위급한 상황이 되면 앞으로 또는 위로 나아가려고만 하지 후퇴를 못한다. 이를 통하여 닭은 양성임을 알 수 있다.
둘째, 돼지는 땅을 보고 ‘꿀꿀’거리며(陰), 닭은 하늘을 보고 ‘꼬끼오’한다(陽). ‘꿀꿀’거리는 소리는 ‘우’ 발음으로 음의 소리이고, ‘꼬끼오’하는 ‘오’ 발음은 양의 소리이다. 또한 항상 땅을 향하는 돼지는 땅의 기운(陰氣)을 받는 형상이고, 하늘을 보고 고개를 쳐든 닭은 하늘의 기운(陽氣)을 받는 형상이다.
셋째, 닭의 체온은 높고(양), 돼지의 체온은 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다(음). 닭의 체온은 인간의 체온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인간이 계란을 품어도 부화가 되지 않는다.
넷째, 닭은 목을 비틀어 스트레스를 주어 잡고(양), 돼지는 단칼에 경동맥을 잘라 조용히 잡는다(음). 닭을 잡을 때 목을 비트는 것은 스트레스를 주면 닭고기의 양성을 돋워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돼지는 경동맥을 단칼에 찔러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잡아야 한다. 만약 잘못 찔러 요동을 친다든지 돼지를 놓쳐 온동네를 돌아다니게 하면 돼지고기에서 노린내가 나 먹기가 매우 불편하다. 이는 본래 음성인 돼지에 스트레스를 주어 양성을 더하였기 때문이다. 현대 축산학에서도 돼지고기 맛을 좋게 하기 위하여, 돼지를 목욕시키고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어 편안하게 한 다음 약간 어둡지만 아늑하게 느끼는 터널을 지나갈 때 기절할 정도의 전기쇼크를 줘 잡는다. 이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잡으려는 방법으로 사료된다.
한의학에 이용되는 돼지와 닭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닭과 돼지는 서로 성질이 반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상의학에서는 열이 많기 쉬운 소양인에게는 음성 식품인 돼지고기가, 몸이 냉하기 쉬운 소음인에게는 양성 식품인 닭고기가 권장된다.
의학적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응용되는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음성인 돼지고기는 수렴시키고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날아가 흩어지는(양) 먼지, 분필가루, 석탄가루, 매연, 톱밥가루 등을 많이 먹게 되는 경우 빨아들이는 기운이(음) 있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비록 식도와 기도의 차이가 있어도 서로 중화되어 진폐증에 걸릴 위험이 적어진다.
흔히 시골에서 뱀에 물렸을 때 물린 부위에 돼지비계를 붙이거나 복용하는데, 이것 역시 빨아들이는 수렴작용이 강한 돼지고기를 통하여 퍼져나가는 뱀독을 완화 내지 중화시키려는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도 돼지고기가 체내의 중금속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므로 분진이나 수은 같은 중금속을 예방 또는 중화시키는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평상시 생활에서 자주 돼지고기를 먹어주는 것이 좋다.
양성인 닭의 모래주머니는 몸이 냉하여 소화력이 떨어진 소음인에게 좋다. 일반적으로 치아가 약한 동물은 위가 강한데 닭 역시 모래주머니라는 독특한 소화구조를 가지고 있다. 용광로에 모든 것이 녹듯이 단단한 모래와 곡물을 소화시키는 닭의 모래주머니는 매우 강한 양기가 응집되었다고 보며, 이런 모래주머니 안에 있는 막(內膜)을 건조시킨 것을 계내금(鷄內金)이라 하여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닭(鷄)의 모래주머니 안(內)에 있는 황금(金)과 같은 노란 색의 내막이라는 뜻으로 계내금이라 한 것이다.
계내금은 과식으로 인한 배탈, 차가운 음식을 먹어서 생긴 복통·설사, 차멀미, 식욕부진 등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 쓰이고, 더 나아가 소변을 찔끔거리는 병(遺尿), 소변에 정액이 흘러나오는 병(遺精), 결석, 소갈증(당뇨병보다 넓은 의미의 한의학 질환)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복용 방법은 생으로 쓰거나 볶아서 1회 4∼12g씩 사용한다. 그러나 계내금은 몸이 냉한 소음인에게는 좋지만 열이 많으며 피가 탁한 소양인이 오래 먹으면 오히려 피부가 가렵거나 종기가 나는 증상(陽毒發斑)이 나타난다.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 하겠으니 병을 일부러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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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 자가 판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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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해 사상체질 분류검사(QSCC Ⅱ)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 사상체질 자가진단 프로그램은 객관적인 사상체질 진단을 위해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사상의학 교실과 김선호 한의학박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사상의학(http://sasang.com)에 들어가 ‘사상체질분류검사’를 가동하면 된다(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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