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산하,풍경

한라산

영지니 2009. 2. 6. 18:21

 

지난 해 4월 27일 아침 일찍 서둘러 한라산 등반길에 나섰다. 몇 번인가 제주도를 갈 때마다 한라산 정상에 백록담을 오르려고 시도를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제주도를 떠나고는 했다. 하필이면 제주도를 갈 때마다 일기가 좋지를 않아서 번번이 한라산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커 이번 여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르리라 다짐을 한 탓인지 제주도의 날씨는 쾌청이었다. 해발 750m인 성판악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여 그저 쉬엄쉬엄 뒷집을 지고 오르는 한라산의 오르막길은 소풍을 나온 들뜬 소년마냥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아무리 쉬엄쉬엄 오르는 길이라고는 하지만 해발 1,100m에 도달하니 숨이 차다. 주변에 벚꽃나무에는 만개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한라산 정상을 오른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올랐으련만 오늘 오르는 이 길이 새삼 즐거운 것은 벌써 몇 번인가 오르지를 못하고 뒤돌아선 때문이리라.

 

 

 

 

 

성판악을 떠나 3시간여가 지난 듯하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보니 이정표에는 이곳이 성판악에서 7.1km라고 적혀 있다. 진달래 밭이 앞으로 200m 가 남았단다. 올 때마다 이곳까지 올랐다가 뒤돌아서곤 했다. 4월 27일 데도 한라산 중턱의 진달래는 망울만 졌다. 아마 5월초가 되면 이 망울들이 만개를 하여 또 다른 아름다움을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과시할 것 같다.

 

 

 

 

 

성판악을 떠나 백록담으로 가는 길에 유일한 매점이 눈앞에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컵라면 하나씩을 들고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컵라면을 먹을까 생각을 하다가 미리 준비를 해온 김밥으로 허기를 채운다. 아마 이 곳에서 먹는 컵라면은 또 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김밥이 든든할 듯도 하다.]

 

 

 

 

 

 

해발 1,500m. 숨이 차다. 4월 말이면 내륙에서는 봄의 날씨가 완연하고 산에는 온갖 꽃이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할 때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이 드문드문 보인다. 산을 오르는 길목에는 눈이 쌓여있어 미끄럽다. 걸음을 좀 더 늦추어본다. 발밑만 보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보니 어느새 저만큼 정상이 보인다.

 

 

 

 

 

해발 1,700m. 이곳부터는 풍광이 완연히 다르다. 산 정상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시야를 가린다. 괜한 조바심이 난다. 오늘도 또 갑자기 기온이 변하여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을 해야 할까? 숲이 끝나고 마른 가지 위에 한라산의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숲이 사라지고 계단을 한발씩 오르는 사람들의 뒷모습도 버거워 보인다. 그만큼 한라산의 정상은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1,800고지. 밑으로 바라다보니 울창한 숲이 보인다. 저 숲 속을 걸어 벌써 1km 정도를 올라온 셈이다. 이제 정산 부근에는 더한 짙은 안개가 끼여 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 한라산 정성을 향해 발길을 옮겼을 것인가? 오늘 그 중에 나도 한 사람 끼게 된다니 마음만 더 앞장선다. 이제 발길은 천근이다. 굳이 산을 왜 오르려는지 그 동안 이해를 하지 못했던 점이 미안하다. 그래 산이 있고, 그 위에 정상이 있어 오르는 것이로구나를 생각하며 괜히 멋쩍은 웃음을 웃어본다. 앞서 오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발자국을 하나씩 따라 짚어본다.

 

 

 

 

 

해발 1,900m를 넘어 선다. 이제 50m. 발걸음을 빨리하면서 주변을 돌아본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백록담. 그렇게 오르고 싶었던 한라산에 보고 싶었던 백록담이다. 백록담을 바라다보니 백두산 천지처럼 많은 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주변에는 하얀 눈과 얼음이 얼어있는데 한편에 물이 고여 있다.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백록담을 보았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산을 잘 오르는 분들이야 무슨 희열까지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몇 번인가 실패를 한 나로서는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한라산 정상, 그리고 백록담을 보고 있노라니 괜한 가슴 한편이 뭉클해 온다. 오늘 이 자리에 서서 다음에는 꼭 백두산 천지를 오르리라 마음을 먹는다.

 
 
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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