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토(加臨多)문자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의 원형인가?
오늘날 ‘한글’이라 불리는 훈민정음은 조선의 세종 25년(1443년) 완성하고 반포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자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종대왕이 집현전학자들과 함께(또는 세종 독자적으로) 연구하여 만들어낸 글자라고 알려졌으나 동아시아 여기저기서 한글과 모양이 비슷한 문자들이 발견되면서(사실 발견은 진작에 됬었죠), 훈민정음의 원형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의문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언문은 모두 옛 글자를 본받아 되었고, 새 글자는 아니다. 언문은 전(前)조선시대에 있었던 것을 빌어다 쓴 것이다...... (세종실록 103권; 세종23년에 발표한 글)
(2) ....이 달에 상감께서 친히 스물여덟자를 지으시니, 그 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한 것이다.... (세종실 록25년;훈민정음창제당시의첫발표문)
(3)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옵서 정음 스물여덟자를 창제하시고, 간략하게 예의를 들어서 보이 시면서 이름지어 가로되 훈민정음이라 하시니, 상형하되 글자는 옛날의 전자를 본따고....... (정인 지 (해례서문))
(4)....언문은 모두 옛 글자를 근본 삼은 것으로 새로운 글자가 아니며 곧 자형은 비록 옛날의 전문을 모방했더라도 용음과 합자가 전혀 옛것과 반대되는 까닭에 실로 근거할 바가 없는 바입니다.....
(한글 재창제를 반대하는 최만리와 당대유학자들의 집단 상소문)
그러한 한글의 원형에 대한 주장 중 요즘들어 “한글의 뿌리는 가림토(加臨多)문자다” 라는 주장이 많이 들립니다. 가림토문자란 무엇일까요?
".....지방마다 말이 서로 틀리고 형상으로 뜻을 나타내는 진서(眞書)가 있다해도 열 집 사는 마을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백리되는 땅의 나라에서도 글을 서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삼랑 을보륵에게 명하여 정음 38자를 만들어 이를 가림토(加臨多)라 하니 그 글은 다음과 같다......" - 한단고기 단군세기편
이 가림토 문자는 세종이 반포한 훈민정음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훈민정음과 모양이 유사한 것은 이 가림토뿐만이 아니죠.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몽고 일본에 까지도 훈민정음과 유사한 문자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한단고기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떠받들고 우리민족이 세계 최고(最古, 最高)의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민족이 사용하던 가림토문자가 중국, 인도, 몽고, 일본 심지어 서양으로까지 전파된(가림토문자에는 오늘날의 알파벳과 비슷한 모양도 있습니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국사람인지라 일단 ‘옳다’라고 생각하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제가 말하려는 가림토와 훈민정음과의 관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가림토와 훈민정음이 모양이 유사하다 하여 과연 가림토를 훈민정음의 원형이라 할수 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려면 우리가 하는 언어(말)를 가림토문자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훈민정음은 우리의 말을 글자로 정확히 표현해 냈습니다.
하지만 가림토 문자는 문자모양만 존재할 뿐 그것으로 문장이나 단어를 기록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가림토문자가 퍼졌다는 다른 나라(중국, 일본, 인도 등등)에서도
이 가림토문자로 된 문장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문자만 나열되어 있을 뿐 그 나열이 무언가 뜻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발표는 없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한자(漢子)가, 일본에서는 가나(假名)가 쓰였지 이 가림토와 비슷한 문자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즉 가림토문자는 우리나라건, 외국에서건 사장(死藏)되어 버렸다는 말입니다.
왜 가림토문자는 죽은 문자가 되었을까요?
세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① 가림토 문자 스스로 문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여 도태(淘汰)되었거나
② 한자를 사용하던 중국에게 정복당하여 가림토문자를 쓰지못하고 한자를 사용하게 되었거나
③ 사대주의에 빠져 스스로 한자를 숭상하고 우리것인 가림토를 버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②, ③번은 역사적으로 사실이 아닙니다.
즉 ①번, 가림토가 문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우리나라는 한자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는 그 후 수천년이 흘러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던 때로 가봅시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는 한자는 중국의 문자이기 때문에 우리말과 틀려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없고 “해석”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백성들은 배우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죠(표면적으로).
실록에 나와있는 '전하께서 모방한 고전(古篆)'이란 틀림없이 가림토일 것입니다.
천지인(天地人)의 개념을 첨가하긴 했지만 그 모양은 가림토와 매우 유사하니까요.
하지만 모양을 모방했다 하여 그 ‘모양’을 가지고 우리가 내뱉는 말을 표현할 수 있게끔 재탄생시킨 업적을 폄하할 수 있을까요?
‘ㄴ’ 과 ‘ㅏ’ 를 합쳐 ‘나’를 만들고 “나랏말싸미 듕귁에 다라”처럼 우리의 말을 그대로 표현하여 글을 “해석”하지않고 읽는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훈민정은 반포 이후부터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요?
훈민정음이 조선시대 내내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다 아실 겁니다. “천한 글자”라는 의미의 “언문”이었지요.
하늘같은 임금님이 직접 반포한 문자를 “천한 글자”라고 부를 정도로 한자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옛날이었습니다. 연산군은 언문사용을 금지하는 어명을 내리기도 하였지요.
그런데도 어떻게 훈민정음이 일반백성에게 널리 퍼지고 궁중의 대왕대비까지도 즐겨 사용하며 궁녀들의 독특한 서체인 “궁체”를 탄생시킬 정도로 살아남았을까요?
이유는 단 하나, 훈민정음이 워낙에 뛰어난 문자였기 때문이지요.
수천년전에 사장되어버린 가림토를 변형하여 위대한 훈민정음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세종의 업적은 가히 창제(創製)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훈민정음의 모양이 가림토와 비슷하다 하여 단순한 “표절”로 폄하하려는 사람들은 가림토문자가 단순한 도형으로서가 아니라 훈민정음처럼 뜻을 가진 문장을 완성할 수 있고 또한 읽는 순간 해석없이 우리말로 바로 이해가 가능한 문자로서의 기능이 있었다는 것을 먼저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젊고 진보적인 사학계가 그것을 증명한다면 우리민족으로서는 더없는 영광이겠지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를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민족이 될 테니까요.
(물론 그렇게 된다해도 세종은 한글을 “창제”한 것은 아닐지언정 오래전에 죽어버린 한글을 다시 반포한 것만으로도 최고의 성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가림토가 사장된 이유가 위의 ②, ③번 중의 하나가 될 것인가요?
가림토가 사장된 진짜 이유도 밝혀내야 겠죠)
내용출처 : [직접 서술] 직접 서술 및 "한글은 단군이 만들었다 - 정연종", "재단법인 한글재단"의자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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