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영축산 통도사 아래 우리 마을은 완전한 초여름 날씨입니다. 산신령이 인간에게 내리는 명약, 산야초는 계절마다 달리 내립니다. 또 계절 따라 내리는 산야초를 인간이 제때에 취하지 않으면, 말없이 자연 속으로 가져가 버립니다.
가는 봄을 잡을 수 없기에 산신령의 심부름꾼이자, 산도둑놈 약초 전문가 청암씨와 산도둑의 선발 대장이자 우리의 날쌘돌이 진도견 탱크 그리고 필자는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선발대장 탱크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남짓, 다소곳이 그 자리에 있는 뫼미나리를 만났습니다. 이것의 뿌리는 시호라 불리는 약재입니다. 상황버섯을 달일 때 시호를 첨가하면 항암작용이 13%나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 산야초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뫼미나리를 보고 나서 우리는 정상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800고지 정도에 도달하자 초여름 날씨인 산 아랫마을과 달리 이곳은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내 눈에는 파아란 장난감 우산 같은 산야초가 보였습니다. 청암씨는 이 산야초를 우산나물이라 하면서 아주 맛나다고 합니다.
이 독초 옆에 미각을 자극하는 산나물인 단풍취가 있습니다. 정말 단풍잎을 많이 달았습니다. 그 옆에는 삿갓나물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암씨는 이 삿갓나물은 나물이라는 이름과 달리 독초라 합니다. 그렇지만 뱀에 물렸을 때에는 훌륭한 해독제가 되기도 한답니다. 삿갓나물 옆에는 나물의 제왕 곰취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족두리풀, 개불알꽃, 개당귀…
족두리풀의 뿌리는 한방에서 세신이라는 약재로 씁니다. 개불알꽃은 복주머니 난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개당귀는 당귀보다 약효가 떨어진다고 하여 개당귀라고 합니다.
청암씨는 약초를 찾아 산에 오를 때 어떤 약초를 찾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을 알면 산세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 산세를 분석하면 어떤 산야초가 거기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산나물은 맛난 음식이자 몸에 좋은 약초입니다. 산야초 중에서 나물로 먹는 산야초, 쌈으로 먹는 산야초 그리고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 산야초가 있습니다만 오늘은 장아찌용 산야초를 채취할 생각입니다.
사실 청암씨는 천년 사찰 통도사 산문 안에서 대를 이어 산채 요리집을 한 신라식당의 외동아들입니다. 지금 그 식당 자리에는 스님들의 무덤에 해당하는 부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보기에 산채요리에 관해서는 도가 통한 사람 같습니다.
장아찌 중에서 누룩치 장아찌는 독자님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입니다. 오늘은 그 누룩치와 당연히 귀한 약초라는 산당귀를 채취해 장아찌를 담을 예정입니다.
청암씨가 가리키는 산세를 따라 800고지 정도에 이르자 정말 누룩치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맛보니 이 누룩치는 향이 독특하고 자극적이나 쌉싸름한 뒷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이 누룩치는 군락을 형성해 드문드문 있었습니다. 나물의 여왕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소화를 촉진시키고 산모의 젖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누룩치를 채취하고 난 뒤 피를 맑게 하고 특히 부인병에 좋다는 산당귀를 찾아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산당귀는 봄에는 잎에 약효가 있고 가을에는 뿌리에 약효가 있다고 합니다. 산당귀도 누룩치와 같이 군락을 형성해 있고 그 잎은 꼭 중국 영화에 등장하는 삼지창 같습니다.
산꾼인 청암씨가 오늘 하루 동안 채취한 산당귀와 누룩치는 모두 약 5kg정도였습니다. 이것으로 장아찌를 담으면 과연 얼마의 양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산이 좋아서 약초꾼이 되었지 정말 돈벌이로는 하기 힘든 일이라는 청암씨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어느덧 낮 시간이 끝날 때입니다. 산당귀와 누룩치가 싱싱할 때 장아찌를 담아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 하산 했습니다.
우리의 먹거리가 오염된 지금 산야초 장아찌는 우리의 훌륭한 전통 먹거리가 된다고 확신합니다. 옹기속 누룩치와 산당귀가 맛나게 익기를 바라면서 오늘 산야초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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