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고려인
‘고려도경’…中황제에 보고된 12세기 고려의 초상
(주: '고려도경'은 12세기 중국인이 쓴 고려방문기인데 이번에 새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고려도경
/서긍 지음·
조동원 외 4인 공역
/526쪽·3만5000원·
출판사 - 황소자리
“옛 사서(역사책)에 따르면 고려의 풍속은 사람들이 모두 깨끗 하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들은 항상 중국인이 때가 많은 것을 비웃는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목욕을 한 뒤 집을 나서며, 여름에는 하루에 두 번씩 목욕을 한다.”
원제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인 고려도경은 1123년 고려를 방문했던 중국 송나라의 관료 서긍(徐兢·1091∼1153)이 이듬해 송 휘종에게 바친 40권짜리 보고서다. 선화(宣和)는 당시의 연호이고, 봉사(奉使)란 사신의 임무를 수행했다는 의미다. 고려도경은 고려 풍물을 그림(圖)을 곁들여 쓴 글(經)이라는 뜻.
이 책의 맨 앞에서 고려 건국 전후의 역사와 왕계를 기록한 부분은 고려가 고구려의 계승국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는 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반박하는 중요 사료다. 고려시대 임금이 황제의 빛깔인 황색 겉옷을 입었다는 기록 은 고려의 자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임금부터 가난한 백성까지 빈부의 차이 없이 흰 모시옷를 입는다는 기록에서는 백의민족의 전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고려청자의 아름다움 에 대한 찬탄, 고려군의 놀라운 활 솜씨 에 대한 서술, 글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남다른 교육열 에 대한 기록은 한국인의 전통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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