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페르세포네 PROSERPINE / 글라우코스와 스퀼라 GLAUCUS AND SCYLLA
 Niccolo Dell'Abate (1509-1572), [페르세포네의 납치]The Rape of Proserpine, canvas, Musee du Louvre, Paris
페르세포네 PROSERPINE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이 티탄 신족(신족)을 타파하여 그들을 명부(명부)로 추방해 버리자, 또 새로운 적이 신들에게 반항하며 일어났다. 그들은 튀폰, 브리아레오스, 엔켈라도스 등의 거인족이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자는 백 개의 팔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자는 불을 내뿜었다. 그들은 마침내 정복되고 아이트나 산 밑에 생매장되었는데, 그들은 아직도 때때로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몸부림을 쳐서 섬 전체에 지진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 그들의 숨결은 산을 뚫고 상승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이 세칭 화산의 분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들 괴물이 추락할 때 지구를 동요시켜 명부(명부)의 왕인 하데스를 놀라게 하였다. 그는 자기의 왕국이 백일하에 폭로되지나 않을까 하고 근심하였다. 이런 근심을 하면서 그는 검은 말이 끄는 이륜전차를 타고 피해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찰의 길을 떠났다. 그가 시찰을 하고 있는 아프로디테는 에뤽스 산 위에 앉아서 아들 에로스와 놀고 있었는데, 하데스를 발견하자,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아들아, 모든 사람을, 제우스까지도 정복할 수 있는 너의 화살로 저기 가는 저 명부의 왕의 가슴을 향하여 쏘아라. 왜 그 자만을 놓아 줄 필요가 있느냐? 너와 나의 영토를 넓힐 기회를 놓치지 말아라. 천상에 있어서까지도 우리의 세력을 멸시하는 자가 있는 것을 너는 아느냐.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와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우리를 멸시하고 있다. 그리고 또 케레스의 딸도 그들의 흉내를 내려고 하였다. 만약 네가 네 자신의 이해나 혹은 나의 이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면, 이 두 가지를 동일시하여라. 너의 이해가 나의 이해요, 나의 이해가 곧 너의 이해니까." 에로스는 화살통을 풀어 가장 예리하고 가장 잘 맞는 화살을 골랐다. 그리고 무릎에 의지하여 활을 구부려 활시위를 메겼다. 잘 겨눈 뒤에 비늘 돋친 화살을 하데스의 가슴에 정통으로 쏘았다. 엔나의 골짜기에는 숲 속에 나뭇잎으로 가려진 호수 하나가 있었다. 숲은 태양의 강렬한 광선이 내리쬐는 것을 막고 습기찬 지면은 꽃으로 덮여 있어서 언제나 봄이었다. 이곳에서 페르세포네는 백합꽃과 오랑캐꽃을 바구니와 앞치마에 하나 가득 따놓고 동무들과 놀고 있었다. 이때 하데스가 그녀를 보고는 연정을 느껴 납치하였다. 그녀는 살려 달라고 어머니와 동무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놀란 나머지 앞치마 자락을 놓쳐서 꽃을 모두 땅에 떨어뜨렸다. 순간 그녀의 애통한 마음에는 이 꽃을 잃은 것이 또 하나의 새로운 슬픔처럼 느껴졌다. 약탈자 하데스는 마차를 끄는 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대며, 머리와 목 위의 쇠고삐를 마구 당기며 말을 몰았다. 퀴아네 강에 도착하여 강이 앞길을 막자 하데스는 삼지창으로 강가를 쳤다. 순간 대지가 갈라지며 명부에 이르는 통로가 열렸다. 케레스는 빼앗긴 딸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맸다. 금발의 에오스가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도, 케레스는 딸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마침내 피곤하고 슬퍼서 케레스는 돌 위에 주저앉았다. 그리하여 햇빛과 달빛 아래서, 혹은 비를 맞아가면서 노천에서 꼬박 아흐레 동안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 그곳은 지금 엘레우시스라는 마을이 있는 곳으로, 그 당시는 켈레오스라는 노인의 집이 있던 곳이었다. 노인은 그때 들에 나가 도토리와 딸기를 줍고, 땔나무를 하고 있었다. 그의 어린 딸은 두 마리의 염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소녀는 늙은 부인으로 변신한 여신의 곁을 지날 때, <어머니, 왜 바위 위에 홀로 앉아 계십니까?> 하고 말을 걸었다. 이 어머니라는 말이 케레스에게는 얼마나 감미로운 말이었던가. 돌아오던 노인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멈추고 오막살이나마 하룻밤 쉬어 가시라고 청했다. 케레스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인이 여러 번 권하자 <제발 내버려두세요. 그리고 따님을 가지신 것을 행복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나는 내 딸을 잃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와 같이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눈물이, 아니, 또는 눈물과 같은 것이-왜냐하면 신들은 우는 일이 없으니까-양볼에 흘러내려 가슴을 적셨다. 인정 많은 노인과 그 딸은 노파와 함께 목놓아 울었다. 노인은 말했다. "우리와 함께 가십시다. 누추한 집이라고 탓하지 마십시오. 집에 가면 당신의 따님이 무사히 당신의 곁을 돌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안내해 주십시오. 그만큼 말씀하시는데 거역할 수도 없으니."하고 케레스는 돌에서 일어서서 그들을 따라갔다. 노인은 걸어가면서 자기의 어린 외아들이 중병으로 열이 올라 잠이 못 이루고 앓고 있다고 말했다. 케레스는 허리를 구부리고 양귀비를 땄다. 일행이 집에 들어가 보니, 어린애가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것 같아온 집안이 수심에 잠겨 있었다. 어린애의 모친인 메타네이라도 노파를 따뜻이 맞았다. 노파는 허리를 구부리고 앓는 애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즉시로 창백한 얼굴에 화기가 돌며 원기를 되찾았다. 온 가족이 기뻐했다-가족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부친과 모친, 그리고 어린 딸 뿐으로, 그들이 전부였다. 이 집안에는 하인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식사 준비를 하였다. 식탁 위에는 요구르트와 크림과 사과와 벌집에 든 꿀이 놓여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케레스는 소년의 우유에다 양귀비의 즙을 섞었다.
밤이 와서 온 집안이 모두 잠들었을 때, 노파는 일어나서 잠자고 있는 소년을 안고서 손으로 그의 사지를 주물렀다. 그리고 소년을 내려다보며 세 번 엄숙히 주문을 외고, 걸어가서 그를 재[회] 속에 뉘었다. 이제까지 손님이 하는 짓을 보고 있던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와 소년을 불 속에서 끄집어냈다. 그러자 케레스는 여신의 본체를 드러냈다. 천상의 광채가 온 누리를 비추자 그들은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 여신이 말했다. "아들에 대한 그대의 애정이 너무 지나쳤어요. 나는 조금 전에 그대의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당신 때문에 모든 일을 망쳐 버렸소. 그러나 그는 훌륭하고 유익한 인물이 될 것이오. 그는 백성들에게 쟁기 사용법과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오." 이렇게 말하면서 여신은 구름에 몸을 감추고 이륜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케레스는 딸을 찾아 끊임없이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또 바다와 강을 건너 헤매다가, 마침내 그녀가 출발한 시켈리아 섬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키아네 강 둑에 서 있었다. 이곳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자기의 영토로 달아나는 길을 연 곳이었다. 그 강의 님페는 여신에게 자기가 목격한 사실을 들려 주고 싶었으나 하데스를 두려워한 나머지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오직 페르세포네가 도망칠 때 떨어뜨린 허리띠를 들고서 그것을 바람에 나부끼게 하여 어머니의 발 밑으로 가게 했다.
케레스는 그것을 보고 이제는 그녀의 딸이 죽었다고 확신했으나, 아직 그 이유를 몰랐으므로 죄도 없는 대지에게 누명을 씌웠다. 그녀는 말했다. "배은 망덕한 땅아, 나는 너를 비옥하게 하고 풀과 자양분이 많은 곡식으로 덮어 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한 은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가축은 죽어 버렸고, 쟁기는 밭고랑에서 파손되고, 종자는 싹이 트지 않았다. 가뭄이 들든지 장마가 지든지 하였다. 새는 종자를 쪼았고-자라는 것은 엉겅퀴와 가시덤불뿐이었다. 이 광경을 본 샘의 님페 아레투사가 땅을 위해 조정자로 나서서 말했다. "여신이여, 땅을 비난하지 마십시오. 마지못해서 따님에게 통로를 열어 주었을 뿐입니다. 나는 따님을 본 일이 있으므로, 그녀의 운명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 아닙니다. 나는 엘리스 지방에서 왔습니다. 나는 원래 숲의 님페로서 사냥을 즐겼습니다. 모두 나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였으나, 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수렵에 은한 것만을 뽐냈습니다. 어느날, 나는 숲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뛰어다녔기 때문에 몹시 더웠습니다. 그때 한 강가에 이르렀는데, 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바닥의 재갈을 셀 수 있을 만큼 맑았습니다. 버들이 늘어져 그늘지고 풀이 무성한 강언덕은 물가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까이 가서 발을 물에 넣었습니다. 나는 물 깊이가 무릎까지 닿는 곳까지 들어갔으나,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버들가지에 옷을 벗어 걸고 더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물 속으로 놀고 있으려니까, 강바닥에서 가냘픈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나는 급히 가장 가까운 강 언덕으로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가냘픈 소리가 말했습니다. <아레투사야, 왜 달아나느냐? 나는 이 강의 신 알페이오스이다.> 내가 달아나자, 그는 추적해 왔습니다. 그의 걸음이 나보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나의 힘이 거의 다해 가자 나를 바짝 따라왔습니다. 나는 몹시 지쳐서 아르테미스에게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여신님. 나를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열렬한 숭배자인 나를 살려 주십시오.> 여신은 이 소리를 듣고 나를 갑자기 검은 구름으로 쌌습니다. 강의 신은 이곳저곳 휘둘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내 곁까지 왔었지만 나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레투사! 아레투사!> 하고 그는 부르짖었습니다. 오, 나는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요. 우리 밖에서 으르렁거리는 늑대의 소리를 들은 어린 양과도 같이 식은 땀이 몸에 배고, 머리칼은 흐르는 물이 되어 흘러 내렸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는 물이 괴었습니다. 요컨대 순식간에 나는 한 샘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변신했어도 알페이오스는 나를 알아보고서 자기의 물을 나의 물과 섞으려고 하였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지면을 갈랐습니다. 나는 알페에오스를 피하려고 그 갈라진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내부를 돌아서, 이 시켈리아 섬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지구의 밑바닥을 통과할 때, 나는 따님 페르세포네를 보았습니다. 따님은 슬픈 안색이었으나 놀란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따님은 여왕이 된 것같이 보였습니다. 에레보스의 여왕, 사자(사자)의 나라를 지배하는 왕의 왕후가 된 것같이 보였습니다."
 Lord Frederic Leighton (1830-1896), [페르세포네의 귀환]The Return of Persephone
케레스는 이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더니, 이륜차를 하늘로 돌리고 제우스의 옥좌 앞에 나아가려고 길을 재촉하였다. 케레스는 자기의 불행한 처지를 말하고 딸을 도로 찾아오는 데 협력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애원하였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가 명부(명부)에 머무는 동안에 식사를 한번도 한 일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승낙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운명의 여신들이 그녀의 구출을 금한다는 것이었다. 헤르메스가 사자(使者)로서 봄의 여신을 대동하고 파견되어,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교활한 명계(명계)의 국왕은 승낙하였다. 그러나 애통하게도 페르세포네는 이미 하데스가 준 석류를 받고, 그 씨에 붙은 맛있는 과육(과육)을 먹었던 것이다. 이로써 완전한 구출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 타협책으로서 반년은 어머니와 지내고 반년은 남편과 지내기로 합의했다. 케레스는 이 타협에 응하고, 땅에 이전과 같은 은총을 베풀었다. 이때 케레스는 켈레오스와 그 가족 및 어린 아들 트립톨레모스에게 한 약속을 상기하였다. 케레스는 소년이 성장하였을 때 쟁기의 사용법과 씨뿌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또 날개 돋친 용이 끄는 자기의 이륜차에 그를 태워서 지상의 모든 나라를 돌아다니며, 인류에게 유용한 곡식과 농업의 지식을 전수하였다. 이 여행에서 돌아오자 트립톨레모스는 케레스를 위해서 엘레우시스 지방에 굉장한 신전을 건립하고 <엘레우시스의 비의(비의)>라는 이름의, 케레스 여신 숭배를 창시하였다. 이 의식은 그 식전의 훌륭함과 장엄함에 있어서 그리스인들의 다른 모든 종교적 의식을 능가했. 이 케레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우화(우화)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페르세포네란 곡물의 종자를 뜻한다. 종자는 땅 속에 묻으면 그곳에서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즉, 지하의 신에게 납치되어 있다가 거기서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즉, 페르세포네는 그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봄의 여신이 그녀를 일광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알페이오스 강은 흐르는 도중에 지하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지하의 수로를 통과하기 때문인데, 이를 통과하면 다시 또 지상에 나타난다. 시켈리아섬에 있는 아레투사라는 샘은 해저를 통과한 후에 다시 시켈리아에 나타난 알페이오스 강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글라우코스와 스퀼라 GLAUCUS AND SCYLLA
로사 살바토레 ROSA Salvator
글라우코스와 스퀼라 Glaucus & Scylla, 1663
글라우코스는 어부였다. 어느 날, 해변으로 그물을 끌어올렸더니 여러 종류의 고기가 많이 들어 있었다. 그는 그물을 털고 풀 위에 앉아서 고기를 가리기 시작했다. 그가 서 있던 곳은 강 한가운데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는데, 그곳은 외딴 곳으로서 인가는 물론 목장으로서도 사용되지 않았고 글라우코스 외에는 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풀 위에 놓아둔 고기들이 살아나서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지느러미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가 놀라서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고기들은 물 속으로 들어가 달아나 버렸다. 그는 이것이 어떤 신의 소행인지 아니면 풀 속에 있는 어떤 신비로운 힘의 소치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풀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이렇게 부르짖으며 풀을 조금 뜯어 씹어 보았다. 그 풀의 즙이 입에 닿자마자 그는 물이 몹시 그리워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견딜 수가 없게 된 그는 대지에 이별을 고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강의 신들은 그를 따뜻이 맞아 주었고 자기들의 동료로서 대접해 주었다. 그들은 바다의 지배자인 오케아노스와 테튀스의 동의를 얻어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요소를 다 씻어 버렸다. 그러자 그가 이제까지 지니고 있던 감각은 물론 의식까지도 모두 사라졌다. 얼마 후 정신이 든 글라우코스는 자신의 모습은 물론 마음까지 변한 것을 발견했다. 머리칼은 바다빛으로 물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어깨는 넓어졌으며, 가랑이와 다리는 고기 꼬리처럼 되어 있었다. 바다의 신들은 그처럼 변한 것을 찬탄했다. 글라우코스 자신도 미남이나 된 듯이 우쭐했다. 어느 날 글라우코스는 스퀼라라는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이날도 물의 님페들이 좋아하는 해안을 산보하다가,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어느 은신처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손발을 씻기 시작하였다. 글라우코스는 그녀를 첫눈에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물위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녀를 향해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녀를 잡아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얘기를 이것저것 늘어 놓았다. 왜냐하면 스퀼라는 그의 모습을 보자 바로 몸을 돌려 달아났으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절벽 위까지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절벽 위에 서서 상대가 신인지 아니면 바다 짐승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글라우코스는 신체의 일부를 물 위에 드러내고, 바위에 의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가씨, 나는 괴물이나 바다 짐승도 아니오. 나는 신이오. 프로테우스나 트리톤도 나보다는 높지 않소. 이전에는 나도 인간이었소. 그러나 생계를 위하여 바다에 나갔다가 지금은 완전히 바다에 속하게 되었소." 그리고 자기가 변신한 전말과 어떻게 하여 현재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는가를 이야기 하였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는 이런 식으로 말을 계속했으나, 스퀼라는 돌아서서 달아나 버렸다. 글라우코스는 실망한 나머지 문득 키르케라는 마법사 여신에게 상의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서둘러 키르케가 거주하는 섬으로 갔다-이곳은 뒤에 오딧세우스[율리시스]가 상륙한 섬으로, 이에 대해서는 나중 장(章)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에 그는 말했다. "여신이여, 제발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이 고통을 제거할 수 있는 분은 당신뿐입니다. 나의 모습이 변한 것도 그 약초 때문이기에, 나는 누구보다도 그 효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스퀼라를 사랑합니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나는 그녀에게 별별 말을 다하여 구애하고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조소할 따름이었습니다. 제발 요술을 쓰시든지, 아니면 그보다 더 효력이 있는 약초가 있거든 그것을 쓰시든지 하여 나의 애정을 없애 주십사하는 것이 아니라-왜냐하면 그것은 원치 않으니까요-스퀼라가 나에 대하여 같은 애정을 느끼고 같은 애정을 보답케 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키르케는 대답했다-그녀는 바다빛 신의 매력에 냉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을 따르는 애인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당신은 구애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요. 당신 스스로 헛되이 구애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자신을 가지십시오. 당신 자신의 가치를 아십시오. 나는 여신이고, 또 식물과 주문의 효력에도 통달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나일지라도 당신으로부터 구애를 받으면 거절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당신을 비웃는다면 당신도 그녀를 비웃고 당신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를 사랑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스퀼라나 그 사람에 대해서 온당한 보답이 될 것이오." 이 말에 글라우코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다 밑바닥에 수목이 자라고 산꼭대기에 해초가 날 때가 올지라도 내가 스퀼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오."
Glaucus watches as Scylla is turned into a monster
여신 키르케는 분개하였으나, 글라우코스를 벌할 수 없었고, 또 벌하기를 원치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러기에는 여신도 그를 너무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여신은 자신의 모든 분노를 연적(戀敵)인 가엾은 스퀼라에게 돌렸다. 여신은 독이 있는 약초를 몇 개 뜯어 주문을 외면서 섞었다. 그리고 자기 요술에 희생이 되어 뛰노는 많은 짐승들 사이를 지나서 스퀼라가 살고 있는 시켈리아 해안으로 갔다. 그 해안에는 스퀼라가 더운 날이면 바닷바람을 쐬거나 목욕을 하기 위해서 자주 들르는 조그만 만(만)이 있었다. 이 바닷물에다 여신은 그 유독한 혼합물을 풀고 강력한 마력을 가진 주문을 외었다. 스퀼라는 전과 같이 이곳에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한 떼의 뱀과 소리높이 짖어대는 괴물을 보았다. 순간 그녀는 얼마나 공포를 느꼈는지! 처음에 스퀼라는 그들이 자기 자신의 일부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그들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자 그들도 한 데 붙어왔다. 그녀는 자기의 사지(四枝)에 손을 대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의 사지가 아니고 괴물들의 커다란 턱이었다. 스퀼라는 뿌리 박힌 듯이 그곳에서 꼼짝하지 않고 남아 있게 되었다. 성질도 외모와 다름이 없이 추악하게 되어 불운한 뱃사공들을 손에 닿는 대로 잡아먹는 데 쾌락을 느꼈다. 이와 같이하여 스퀼라는 여섯 명의 오딧세우스의 동료들을 잡아먹고 아이네이스의 배를 난파시키려고도 했다. 마침내 스퀼라는 한 개의 바위로 화했는데, 지금도 역시 배를 난파시키는 암초로서 선원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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