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경주 남산(금오산) 함월사

영지니 2010. 9. 20. 17:06

선지식의 향기가 배어 있는 곳.

경주 남산(금오산) 함월사

 

한국 대표 선지식 8인에게 듣는 마음공부의 정도(正道)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책표지

저자 박희승(中曉)은 동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사회학과 불교학을 공부하고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교육원,포교원에서 교육과장,연구과장,기획과장을 거쳐 기획차장으로 일하고 있다.현재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 수행분과장으로 간화선입문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계종에서 펴낸《불교입문》《조계종 수행의 길- 간화선》《간화선입문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으며,저서로《이제 승려의 입성을 허함이 어떨는지요》가 있다.

 

 

                       

                          

 

                                                            

121~158페이지 "우룡(雨龍)스님"편

 

함월사...

언땅을 녹일듯이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내리던 작년 12월의 어느날, 당시 아들녀석의 대학입시 때문에 지나가다가도 절이 눈에 띄면 내 발걸음은 저절로 법당안을 들여 놓을 때였다.

 

시간을 염두에 두지않고 마음내키는대로 다니는 편이라 사시예불을 올리는 시간인줄도 몰랐다. 그리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깨끗이 정돈된 도량은 내리는 비로 금오산을 배경으로한 실경 산수화를 보는 듯 은은하고 차분한 적막 속에 갇혀 있었다. 사람의 기척이 없는 듯 보인 법당문을 열고 들어가 예를 올리려니 한 분의 스님이 예불을 올리고 계셨다. 처음에는 그러려니하고 절을 올렸는데,절을 마쳐갈 즈음 독송하는 스님이 아무래도 남자목소리가 아닌듯하여 스님의 얼굴을 곁눈질로 유심히 바라보니 비구니스님이 분명하였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비내리는 겨울날, 다른 이는 아무도 없는 법당 안에 비구니스님과 단 둘이 있다니... 그 생각이 불현듯 들자 얼른 법당을 나와 버렸다.이것이 나와 함월사의 첫만남이었다. 출퇴근길에 일부러 삼릉쪽을 경유할라치면 함월사 앞을 지나게 되는데, 이후로는 별 생각없이 절을 향해 눈길만 주며 무덤덤히 지나치곤 했다.

 

                     

 

                     

            

 

                                                                                 

사찰 표지석

 

             

" 책을 한 권 샀는데요 읽다보니 함월사이야기가 나와서요"

          

" 함월사? 깨끗하고 좋은 절이지. 무슨 이야긴데?"

 

          

"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에서 우룡스님이란 분이 함월사에 계신다카네요"

           

" 어! 거기는 비구니절인데?"

 

          

" 그라이 안 물어봅니까!"

          

" 그런데, 큰 스님들이야 아무 절에 있으면 어떻노?"

 

 " 누가 뭐라캄니까! 당신 현장이 그 근방에 있고 한 번 가봤다카이 그 스님을 아는강 물어보는 거지예..."

" 그라마 칼꺼없다! 내하고 언제 같이 함 가보자! 선지식 고승대덕도 뵙고 잘 됐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다시 찾게된 함월사다. 매월 음력 1일과 15일에 우룡스님의 법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날짜에 맞추어 달려온 것이 음력 윤5월 1일(양력 6월 23일)이었다.

함월사는 삼릉에서 언양방향으로 200여 m 왼쪽의 경주 남산(금오산)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좁은 절마당은 각지에서 온 차량들로 이미 가득하다.

 

 

 

                                                                             

종무소및 공양간

 

"달을 머금은 절"이라는 뜻의 금오산(金鰲山) 함월사(含月寺).

금자라(금오산의 "오"는 자라"鰲"다)가 달을 다 먹어버리면 캄캄하여 어두운 쪽으로 기울어지고, 달을 먹지 않고 그대로 내 보낸다면 밝은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니,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우룡 님이 직접 지어신 것이라 한다.

 
마음을 여유롭게,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유지하며,자기 자신을 가두는 틀을 만들지 말고 순리에 따르며, 욕심을 놓고 근심걱정도 다 놓는 생활을 중도(中道)라 한다면, 세상살이에서 중도를 지키기가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가르치는 사명(寺名)이다.

 

 

 


                                                                                       

요사채

 

함월사는 경주에 있는 사찰치고 그 흔한 문화재도 하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 년 전 이곳의 허름한 민가를 구입하여 불사를 일으켜 사찰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월사는 눈에 보이는 문화재로 절의 이름이 알려지기보다, 볼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선(禪)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그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중심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지식 우룡스님이 조실로 주석하고 계심이다.

 

 

                                                    

설법전(說法殿)

 

은사이신 고봉스님께서 지으셨다는 이 절의 주전(主殿)인 설법전(說法殿)의 주련이다.


                                                     

碧眼老胡默少林 (벽안노호묵소림)

                                                    

神光立雪更何尋 (신광입설경하심)
                                                    

山光水色非他物 (산광수색비타물)

                                                     

月白風淸是佛心 (월백풍청시불심)

                                                    

履携蔥嶺誰能識 (이휴총영수능식)

                                                    

盧渡長江自苦吟 (노도장강자고음)

                                                     

可憐遺法今如此 (가련유법금여차)

                                                    

每念顯絲感轉深 (매렴현사감전심)

 

지혜의 눈이 밝은 점잖으신 오랑캐(달마대사)가 소림굴에서 말이 없는데,

신광대사(二祖대사)는 눈 속에서 다시 무엇을 찾으시는가?

산빛 물빛이 다른 물건이 아니오

흰 달 맑은 바람,이것이 모두 부처님 마음일세. 

짚신을 끌고 총영재에 넘어간 것을 누가 능히 알았을까

갈대를 꺾어타고 장강을 건너올 때 스스로 괴롭게 말했느니라.

가히 슬프도다! 남겨주신 법이 지금 이와 같은데

언제나 끊어질듯 끊어질듯하는 지금을 보면서 감개가 전전히 깊도다.

 

 

 

 

                                              

연지(蓮池)와 설법전 

 

함월사 설법전의 주련은 여느 사찰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법회에 참석한 지 7일째 되는 6월 30일, 이 주련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장맛비가 내리는 우중의 빗물에 씻겨 흘러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함월사를 다시 찾았다.종무소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실내에서는 비구니스님 세 분이 승복을 열심히 갈무리하고 계셨다.그런데, 어두운 그늘이 살짝 드리워진 그분들 너머 의자에 앉아계시는 큰 스님이 눈에 들어왔다. 찰나같은 순간이었다. 한달음에 뛰어들어가 삼배를 올리고는 설법전의 주련을 풀어주십사고 청을 드렸다.몇 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낙숫물소리만 열려진 창사이로 들려왔다.스님이 침묵하시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나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버텼다.

 언제 예약이나 해놓은듯 수첩과 볼펜을 바닥에 내려놓고 능청스럽게 버티고 있는 중생에게 스님이 입을 여셨다.

"받아 적으세요"

"그러면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스님!"하고는 스님이 앉아 계시는 의자 옆으로 바짝붙었다.스님의 발밑 바닥에 엎드려 그래도 알아보겠다고 받아적는 중생을 긍휼히 여겼음인지, 또박또박 한자한자를 자세히 불러주셨다.

 

 

 

                                     

금오산의 적막을 깨는 솔바람과 풍경소리 

 

우룡스님은 1932년 일본에서 출생하였다. 1947년 해인사 고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1955년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하였다. 1963년 김천 청암사 불교연구원 전강을 시작으로 화엄사, 법주사, 범어사 강원에서 강사를 지냈다. 수덕사 능인선원, 직지사 천불선원, 쌍계사, 통도사 극락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하였다.이런 스님을 선교일여(禪敎一如)를 보여 준 분,선교를 겸수하신 분이라고 세상은 말한다. 

 

교(敎)는 선(禪)을 비추는 거울이요, 선 또한 교를 비추는 거울임을 수행을 통해서 드러내는가 하면, 이해하기 쉽도록 법문을 잘하는 것으로 제방에 이름이 높으신 분이다. 

 

 

 

 

             

 

 

             

 

  

             

 

                                                                           

석조약사여래불입상

 

 

 

             

 

             

꼿꼿한 몸가짐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곧 여든을 앞둔 연세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이날의 법문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근기를 지니고 어디에도 흔들림없이 정진하라"였다.

  

             

 

"부처에게 속지말고,예수에게도 속지말며,유교의 가르침이나 그 어떤 것에도 속지말라."

 

 

 

             

 

                                                                     

설법전의 유려한 처마곡선

 

"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근기를 올바로 세워 매진하고 매진하라."

 

                                                  

법회 중인 설법전 

        

 설법전의 주련은 우룡스님의 은사이신 고봉스님이 부산 범어사에 계실 때, 대웅전의 달마대사를 보고 지은 시라고 한다.그래서인가, 함월사 설법전 외벽의 벽화도 달마대사를 비롯한 역대 조사들의 그림이 사방으로그려져 있다. 설법전 주련의 8연 중, 앞의 4연과 뒷 4연은 그 내용이 다르게 구별된다.특히, 뒷 4연은 한국불교의 선맥이 끊어질듯하면서 이어오는 현실을 노래한 것인 바, 당시의 선풍이나 선맥에 대한 아쉬움과 염려되는 바를 토로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내가슴의 응어리를 풀지않고서는 어떠한 깨달음도 얻지 못한다며 불교 수행은 잃어버린 비단짐을 찾기 위해서 망부석을 두들기는 것과 같다는 비유로 들려주시는 이야기다.

옛날에 비단장수 한 사람이 장에 비단을 팔러 가는 길에 풀밭에서 잠시 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그런데 깨서 보니 비단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고을 원님에게 가서 진정서를 냈다. 원님이 비단 장수에게 물었다."네가 거기에서 잘 때 아무도 없었느냐?" " 네, 없었습니다. 그저 망부석 하나만 서 있었습니다"그러자 원님이 망부석을 체포해 오라고 명했다.

 

 

 

             

 

                                                                 

축원문을 낭독하시는 우룡스님

 

원님이 망부석을 잡아다 재판을 한다는 소문이 나자 이를 구경하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망부석을 끌어다가 이름을 대라, 주소를 대라고 하니까 대답을 할 리가 없다.그러자 원님이 "저놈이 입을 열 때까지 쳐라"하고 명했다. 구경꾼들이 이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웃으며 원님을 비웃었다.

 

 

 

그러자 원님은 법정 모독죄라고 해서 웃은 사람들을 모두 가두고 비단 한 필씩 가져오면 그 사람들을 풀어주겠다고했다. 그리고는 포졸을 시켜 사람들이 가지고 온 비단에 그 이름을 적은 꼬리표를 달아 놓게 했다. 순식간에 비단 수십 필이 모였다.원님이 다시 비단장수를 불러서 잃어버린 비단을 찾아보게 하였다. 비단마다 달려 있는 꼬리표로 비단의 출처를 확인하다 보니까 도둑을 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염불이다,화두다,참선이다,기도다 하는 수행법도 결국은 잃어버린 비단을 찾기 위해서 망부석을 두들기는 짓입니다. 참선하는 것도 엉뚱한 짓이고,염불하는 것도 엉뚱한 짓이고,기도니 주력이니 하는 것도 엉뚱한 짓이에요.그 목적이 다른 데 있다 이거예요. 잃어버린 비단짐을 찾듯이 결국 깨달음의 나라로 가는 것이죠.때문에 가슴의 응어리(마음)를 풀기 위해서는 화두든 염불이든 기도든 주력이든 절이든 해야지,다른 방법으로는 가슴의 응어리를 풀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라는 거지요. 벗어나기 위해서,해탈하기 위해서,깨달아 부처가되기 위해서지요,하지만 뿌리는 결국 가슴의 응어리니까, 그것을 풀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법문을 설하시는 우룡스님

 

 책에 소개된 한 부분이다.

스님의 설법 중 자주하시는 말씀을 들려달라는 물음에 다른 것은 없어요.

나는"부처님 앞에서는 무릎 꿇지 않아도 되는데 내 가족 앞에 아침저녁으로

삼배를 해라. 그게 가장 진실한 예불이다"라고 당부합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집착과 원망심으로 다시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장 가깝기 때문에 자주 싸우고 부딪히는 것이 가족이기도 하다. 이것부터 먼저 반성해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부터 생각하고 참회하고 용서하며 서로의 건강과 순탄함을 기원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먼저 가족에게 참회하고 또 자신에게 참회하는 것이 바로 예불인 것이다.

집에 있는 내 가족이 부처님인데, 집에 있는 부처에게는 함부로 대하면서 법당의 부처에게 무릎이 닳도록 절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말씀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아끼고 사랑할 일이다.

6월의 막바지를 줄달음치는 날씨는 후덥지근하나 함월사지붕으로 떨어지는 햇살은 맑고 청아롭다.경주 남산 골짜기 마다 계시는 부처들이 한 노승의 외침을 옹호하듯 산색(山色)이 유난히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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