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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군 무기 62] 최초의 국산헬기 ‘KUH 수리온’

영지니 2010. 10. 30. 16:01

 

[기획 한국군 무기 62] 최초의 국산헬기 ‘KUH 수리온’

서울신문 | 입력 2010.10.04 17:56

 




[서울신문 M & M]

지난 3월 10일 오후, 경남 사천의 한국우주항공산업(KAI) 공장.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낯선, 얼룩무늬의 헬기 한 대가 활주로 한가운데에서 힘차게 로터를 돌리고 있었다.
이윽고 시간이 되자 로터가 더욱 힘차게 돌아가면서 헬기 동체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안전을 위해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이를 지켜보던 160여 명의 개발진과 군 관계자들에게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초의 국산헬기 '수리온'이 첫 비행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겨우 10m 정도로 떠오른 것에 불과했지만, 항공산업의 불모지라 불리던 우리나라가 헬기를 개발하고 제작해 처음으로 비행에 나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이 비행은 업계 관례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한 지역 언론이 비행장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6월 22일 업체와 군 관계자, 시민,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대적인 초도비행 행사를 가졌다.

◆ 어디서 본 듯한 '신형헬기' 수리온

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수리온을 보면서 "어디서 본 듯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리온은 유럽의 헬기제작사인 유로콥터의 'AS532 쿠거'(Cougar) 헬기를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거 헬기는 우리나라도 대통령 전용헬기로 도입한 바 있는 'AS332 슈퍼퓨마'(Super Puma) 헬기를 군용사양으로 개조한 모델이라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파생형이 만들어지는 헬기의 특성상 기본적인 설계안이 존재하며, 여기에 기초해 다양한 모델이 제작된다.

수리온은 유로콥터로부터 제공받은 설계안을 기초로 군의 요구성능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나 장비의 배치, 실루엣 등이 쿠거헬기와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수리온의 시험비행사들은 수리온이 제작되기 전까지
소방방재청이 보유한 개량형 슈퍼퓨마 헬기(EC225)를 이용해 비행훈련을 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이 두 헬기가 유사한 비행특성을 갖고 있는 것에 착안해 이 같은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리온이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이유는 첫 헬기 개발에 따른 실패위험성을 줄이고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수리온은 2005년 12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4년여 만에 초도비행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수리온의 성능

수리온 헬기는 현재 국군이 운용 중인 'UH-1H' 헬기와 'UH-60P' 헬기의 중간 크기로, 완전무장한 1개 분대의 병력을 태울 수 있으며 140노트(약 260㎞/h)의 속도로 최대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최대 2700m까지 상승해 제자리 비행을 할 수 있고 분당 상승속도도 150m에 달한다.

또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레이더에 탐지되면 경보를 울리면서 기만체를 투하하는 자동 방어체계를 탑재해 생존성이 크게 높아졌다.

조종석이나 엔진 등 주요부위는 방탄설계가 이루어졌으며, 연료탱크는 총탄에 구멍이 나더라도 스스로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셀프실링'(self-sealing) 기능을 갖추고 있다. 로터 블레이드의 경우 12.7㎜ 기관총탄에 피탄되더라도 기능을 상실하지 않게끔 제작됐다.

주 기어박스도 공격받았을 때를 대비해 윤활유가 없는 상태에서도 30분 이상 가동이 가능하다.

조종석의 경우, 육군이 보유한 헬기 중 가장 디지털화돼 조종사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3차원 전자지도,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 등을 장착하여 주・야간 악천후에도 비행이 가능하다.

◆ KMH, KHP 그리고 수리온

수리온은 '한국형 헬기개발사업'(이하 KHP)에 따른 결과물로, 이 사업은 2011년부터 240여 대의 국산헬기를 생산해 노후한 'UH-1H', '500MD' 헬기 등을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1조 3000억 원의 개발비와 생산비를 포함 약 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획득공고가 게시된 이래 같은해 8월 말 18개 국내생산업체와 28개 협력기관이 선정됐으며, 12월에는 유로콥터사가 해외협력업체로 선정돼 그때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KHP사업의 뿌리를 살펴보면 지난 1988년 육군의 '한국형 경헬기 사업'(이하 KLH)과도 관련이 있다.

이 사업은 노후한 500MD 정찰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면허생산을 통해 130여 대의 경헬기를 도입하는 사업이었으나 대폭 축소되면서 12대의 'Bo-105CBS5'헬기가 생산되는 것으로 사업이 종료됐다.

결국 500MD 헬기는 대체할 전력이 없는 상황에서 퇴역이 시작됐으며, 여기에 UH-1H 헬기의 퇴역과 'AH-1S' 공격헬기의 노후화가 더해지면서 육군은 운용하고 있던 5종의 주력 헬기 중 3종이 대체할 수단이 없는 가운데 퇴역 중이거나 퇴역이 임박해오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육군은 정찰헬기와 기동헬기, 공격헬기를 함께 개발하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사업'(이하 KMH)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이 KMH사업은 상당히 광범위한 성능과 많은 수량을 요구했기 때문에 개발비만 2조 원, 양산비용까지 합치면 최대 13조 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대형 사업이었다.

결국 2004년 전면재검토 결정이 내려져 공격형은 추후 개발상황을 지켜보며 개발하고 우선 기동형만을 개발키로 결론나면서 사업명칭도 KHP로 변경됐다.

◆ KUH 수리온 헬기 제원

길이 : 약 14.9m

높이 : 약 4.5m

중량 : 약 4.8t

최대 이륙중량 : 약 8.7t

엔진 : T700-GE-701K 2기

속도 : 약 260㎞/h

최대 항속거리 : 약 450㎞

승무원 : 2~4명

수송능력 : 무장병력 9명, 화물 최대 3.7t(외부 포함)

서울신문 M & 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