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대하는 환자의 자세
환자들은 병원이 가진 이미지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우선 환자는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다보니 육체적, 심리적으로 가장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엔 24시간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의 고뇌의 흔적이 곳곳에 깔려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병원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어떨까?
우선은 '매우 가기 싫은 곳'이라는 생각들이 많은 듯하다. 복도를 장식하는 소독약 냄새, 딱딱한 의사나 간호사들의 제복과 가운, 가끔씩 보이는 피를 흘린 채 베드에 누워 어디론가 급하게 옮겨지는 환자들, 응급실복도를 지나려하면 원하지 않아도 듣게 되는 환자의 비명소리, 병원방송을 통해 들리는 긴급 호출 안내 등등. 이런 장면들이 일상이 아닌 일반인들은 매우 생소하고 두려울 수 있다.
두 번째는 '권위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은 알다시피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택하고 있어서 누구나 언제든 아프면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진료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싼 편이어서 그런지 hospital shopping을 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학병원급들은 일반인들에게는 문턱 높은 바위나 마찬가지의 중압감을 준다. 개인병원에서 마련해준 진료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의 접수창구에 가면서부터 위축도 되기도 한다. 절차도 복잡하여 겨우겨우 진료를 시작하게 되면 자신 말고 진료실 복도를 꽉 메운 다른 환자들을 보게 되면서 긴장이 된다. 드디어 의사와 마주앉은 환자는 머릿속을 맴도는 여러 질문들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몇분만에 진료실을 나오고 만다.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병원만 가면 제목소리 한번 못 내고 진료를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의 불만과 긴장을 의사들도 동일하게 느낀다. A의사의 일상을 보자. 아침 7시에 병원에 출근하면 컨퍼런스가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발표하는 건 아니지만 전공의들의 발표를 듣고 적절한 코멘트도 해주어야하고, 그 분야의 최신 지견도 전공의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이를 마치면 전공의의 인도하에 아침 회진(rounding)을 시작한다. 자신의 환자가 있는 각층의 각 병실마다 방문하여 전공의의 간략한 리포트를 듣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검사결과를 종합해서 환자에게 필요한 내용은 간단하게나마 설명도 해주어야 한다. 회진을 마치기가 무섭게 외래진료를 시작해야하고, 12시를 넘겨서 수십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일정도 늘 빠듯하다. 이렇게 하루 종일 수십명에서 100여명의 환자를 그 시간에 초스피드로 진료를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의사와 환자, 둘 사이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이기도하고 같은 배를 탄 공동 운명체이기도하다. 둘의 목표는 동일하다. 질병의 완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여러 갈등이 존재한다.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의 불성실이나 무관심에 서운하고,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의 지시불이행이나 자신의 처방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답답해한다.
이는 철저히 시간과 소통의 문제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는 나의 주장과 나의 이득이 늘 먼저라는 생각이 둘 사이를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환자는 자기가 아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내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다른 환자도 존중해야하고 의사나 간호사의 역할도 이해해야한다. 아프고 괴롭다는 것은 정말 주관적으로는 매우 슬프고 안된 일이지만, 진료나 치료는 그런 감성까지 감싸주기에는 지나치게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다. 아니 그래야한다. 의사가 늘상 환자의 아픔과 어려움에 몰입되어 진료를 주저하고 치료에 대해 걱정한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끌고 나가기 힘들다.
환자라고 무조건 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지체 없이 그리고 가급적 제대로 이행해야하며 그들이 자신의 질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또 의사의 생각을 부정하며 자기 의견만을 고집해서도 안되며 스스로 단정 짓고 간호사의 간호를 거부하거나 방해해도 안 된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질병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는 환자의 권리이기도한데 자신이 무슨 검사를 했는지 그 결과가 어떤지, 그 결과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결과에 따라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담당 의사와 간호사에게 분명하게 요구하고 그들과 함께 고민해야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의사들은 질문을 많이 합리적으로 하는 환자들에게는 더 많이 설명해주고 알려주고 싶어 하는 부분도 있다.
만약 의사가 시간이 없어서 설명해주거나 같이 고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면 간호사와 자주 소통해야한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를 실제 이행하는 일도 하지만, 의사와 함께 환자의 질병을 관리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실행을 하는 직종이다. 그들은 의사와 환자사이의 중개자이며, 환자의 문제를 최일선에서 발견하여 질병의 악화를 예방하고 빠른 의료적 조치가 가능하게 할수 도 있는 환자에게 최대의 조언자이다. 의료진과의communication은 질병을 빨리 낫게하는 지름길이다.
암이란닷컴 최상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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