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 김홍도, 삼공불환도, 조선 1801년, 133.7 x418.4cm, 삼성미술관 리움, 위: 전도. 아래" 사대부 주택 부분.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 ~1806년경) 가
말년에 그린<삼공불환도 三公不煥圖>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자체 소장한 단원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작은 특별전을 마련하면서 장기간의 보존처리를 마친
이 대작을 15년만에 공개한 것이다.
이 작품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긴 상처가 있는데
이는 앞 소장가 집에 불이 날 때 탄 자국이다.
하마터면 이 명작을 화마가 삼킬 뻔했던 위급 상황이었기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삼공불환" 이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평안한 삶을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 자리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림 왼쪽 위에는 단원과 절친했던 홍의영(洪儀泳)이
이 그림의 내력을 장문의 제발로 밝혀놓았다.
내용인즉 한(韓)씨 성을 가진 유수(留守, 아마도 강화유수 한만유)가
1801년 12월 임금님(순조)이 앓던 수두(水痘)가 쾌유된 것을 기념한다며
간부 세 사람에게 각기 갖고 싶은 그림을 말하라고 하자,
유수 한공과 홍의영은<신농씨가 치수하는그림>,
한 사람 <총제 摠制>은<꽃과 새> 그리고 또 한 사람
주판(州判)은<삼공불환도>를 원하여 단원에게
이를 제작하게 해 나누어준바, 바로 그 그림이라는 것이다.
홍의영은 이렇게 내력을 말한 다음 삼국지에도 나오는
유명한 문인인 중장통(仲長統)의<낙지론 樂志論>을 적어 넣었다.
"살기 좋은 집에는 넓은 논밭이 있고, 산을 등지고 냇물이 흐르며 (----)
대나무와 수목이 두루 펼쳐져 있다. 타작마당과 채소밭이 집 앞에 있고
과수원이 집 뒤에 있다. 배와 수레가 있고, 심부름하는 이가 있어 육신이
쉴 수 있다. (----) 좋은 벗들이 모이면 술과 안부로 즐기고 (----)맑은
물에 몸을 씻고 바람 쐬며 놀다가(----) 시를 읊조리며 아름다운 곡도
연주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 통달한 사람과 도를 논하며 고금의
인물을 평해본다. 책임질 일을 맡지 않고 천수를 다하면 우주 밖으로도
나갈 기분인데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하겠는가."
단원은 이 낭만적이면서 허허로운 주제를 그리면서
8폭병풍을 한 폭으로 삼아 폭 4.2m, 높이 1.4m의 대작으로 그렸다.
화면 왼쪽 절반은 평화로운 들녘과 강변 풍경이 있는 산수화로,
오른쪽 절반은 규모 있는 양반집의 넉넉한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풍속화로 그려 단원의 특기인 산수화와 풍속화가
한 폭에 집대성된 명작이 되었다.
화면 왼쪽의 산수화는 전경에 준수한 봉우리를 배치하고
먼 산을 한껏 뒤로 물러나게 설정하여 화제의 내용대로
좋은 논밭이 냇물과 산자락 사이로 아늑히 펼쳐지는 풍광을
아주 부드러운 필치로 그렸다.
화면 오른쪽 대갓집 모습은 아낙네의 베 짜기, 아이들의 글공부,
딸아이의 그네뛰기, 친구와의 만남, 농사짓는 사람, 새참 나르는 사람,
집에서 기르는 개와 닭까지를 향토적 서정이 넘치게 담았다.
인물의 몸동작이 정확하고 묘사가 섬세하여
"과연 단원이구나"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단원 나이 57세의 무르익은 필치가 매 장면마다 유감없이
구사되었으니 단원의 명작으로 꼽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처럼 어떤 소재도 소화할 능력이 있고,
어떤 대폭이라도 감당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단원은 진실로 위대한 화가였음을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화제를 쓴 간재(稈薺) 홍의영(1750 ~1815)은
정조 7년(1783)에 문과에 급제하여 훗날
경기도암행어사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시와 글씨에 뛰어났다.
특히 단원의 그림에 화제를 많이 썼다.
<삼공불환도>이외에도<병암진장첩>,<기노세련계도>에도
유한지의 전서 글씨와 함께 그의 글이 실려 있어
이들 세 명이 함께 자주 어울렸음을 보여준다.
연풍현감 이후 단원은 이처럼 당대의 문인들과 어울리면서
더욱 높은 화격(畵格)을 유지하게 되었음을 이 작품은 말해준다.
(유홍준의 국보순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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