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산하,풍경

분천역

영지니 2016. 7. 17. 15:55


" 여기 겨울추위가 장난이 아니던대요. 정말 추워요"
분천역 앞에서 협곡열차를 타고 내리는 탐승객들에게 후한 인심을 얹어가며 시장끼를 해결해 주고 있는 간이식당 아주머니의 얘기다.


귀농 7년차라는 임씨성을 가진 아주머니의 손님을 대하는 솜씨가 아무래도 서툰 걸 보면서 도시에서 살았었다는 흔적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세파에 닳고 닳아 반짝거리는 도회지 사람의 눈매가 아니고 그저 어리숙한 산골 냄새가 풀풀 풍기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정다운 시골에 정착하다 보니 토박이 아낙들과 어울리며 일찌감치 그네들과 동화되어서 그런가 보다.

 

 

봉화땅의 깊은 골 분천리도 상주인구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만큼은 다른 농촌지역과 별다른 차이가 있을리 없다.
다만교통여건이 열악한 이웃마을에 비해 영동선 철길말고도 울진 영주를 연결하는 36번 국도가 그나마 지척을 지나고 있는 게 다르다는 것 뿐이다.

 



 


풍애,능호,멧재.평지,숲곡,비동,광비,자마리등의 마을 명찰을 달고 있으니 이름대로 낙동강의 곱디고운 여울이며 기름진 땅, 풍요로움의 고장임에는 틀림없다.

산간오지라고는 하지만 이렇듯 산자수려한 풍광과 너그러운 인정들이 넉넉하니 주민들의 자부심과 애향심이 남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분천리가 얼마전부터 사람들의 번잡한 발걸음이 잦아들고 있어 마을 모두가 은근한 기대심리로 가슴부픈

내일을 꿈꾸기 시작했다.

코레일에서 신개념관광열차라는 야심찬 계획으로 개발된 협곡열차가 운행을 시작하고 난 다음부터다.

곁들여서 먼나라 스위스의 산간도시 체르마트마을과는 자매결연까지 맺었다니 꿈에 부플만도 하다.




강원도 철암역과 경상북도 분천역을 오가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닉네임은 아기백호.

그래서 분천역앞 소나무밑에는 백호 한 마리고 웅크리고 앉아 오는 사람들을 마중하며 반긴다.

국내최초의 개방형열차로 미니카페, 목탄난로와 선풍기 설치로 복고풍을 강조해서 그런지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전국각처에서 호기심과 설레임을 앞세우며 찾아들고 있었다.


가족과 연인들.

직장동료와 찬목회원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추억과 낭만을 더듬어 산간오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좌우로 펼쳐지는 울창한 송림사이로 휘감아 도는 물길이 그림같고 구비구비 돌아서는 꼬부랑 길 선로 저 편으로 멀어지는 철교와 터널들이 유난히 눈매를 시리게 만드는 70리 철길이꾸밈없이 정겹다.


서두름도 필요없고 재촉도 없는 느긋한 여행길은 앞뒤 좌우로 시선을 옮겨주는 일만이 바빴으니 나섰던

나들이 길에 흐뭇함을 보탠다.

한가한 분천마을에 내려서 귀농댁 임씨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청국장 한 그릇에 향수를 달랜다.

"직접 거둔 콩으로 만든 청국장예유, 드시고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얼마든지..."


인적드문 협곡위로 놓인 선로에 적막감도 함께 한다.

 

오누이의 정겨운 모습이 여정길의 풍경을 더욱 더 멋깔스럽게 해 준다.

 

 

 

 

 

 

 

 

철길 가운데의 건널목이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선이란다.

 

 

경상도 땅 첫번째 역이 석포다.

 

 

 

 

 

낙동강 지류위로 철교와 터널등을 지나는 협곡열차의 주위경관이 탄성을 자아낼만 만 하다.

 

 

눈꽃열차와 "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요...."라는 싯구로 유명한 승부역도 외롭고 고독한 낌새가 뚝뚝 흐른다.

 

 

 

 

 

 

 

탑승객들을 위한 승부역의 짧은 휴식시간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여객과 열차의 안전운송은 내게 맡겨라.몇시간만에 만나는 열차가 반가운 승부역장.

 

 

 

 

 

 

 

 

간이역 주변의 마을사람들이 팔 걷고 나서서 직접 만들어 세웠다는 양원역 .

작은 역의 마당에 벌어진 난장에서에서는 막걸 한 잔씩 걸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먼길 떠난 낙동강 물줄기는 쉴 줄도 모르고 묵묵히 제 갈길만을 재촉한다.

 

 

 

영주와 울진간에 건설되고 있는 고속로로가 개통되고 나면 또 다른 새로움에 달라진는 세상이 올꺼다. 이 오지마을도.

 

 

"잠시후에 여러분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분천에 도착하겠습니다.이상으로 안내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언변좋고 친절한 안내원의 표정이 밝다.

 

 

 

무사한 여행길의 도우미들이 잠깐이지만 휴식을 갇는 시간이다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와 자동차를 대여 해 주는 안내판.

 

 

"자 다 같이 김치ㅡㅡㅡㅡㅡㅡㅡㅡ" 단체로 기념사진도 찍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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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앞을 흐르는강물도 보게 되고 골목길 강아지도 만나지만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전부인양 마을주민들의 왕래는 드물기만 하다.

 

 

 

.풍기,영주 봉화쪽으로 손님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의 기다림.

 

손님이 없어서인가 오늘은 꽃마차도 움직일 줄 모른다.

 

 

역을 끼고있는 마을마당에 차려진 간이 식당이며 농산물 판매소도 매상액이 예상보다 시원치 않단다.

좀 더 느끼고 즐기며 다시 찾을만 한 기획상품 개발에 마을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 같았다.

 

 

 

 

 

 

자전거들은 언제쯤 손님을 만나려는지?

 

 

삼척을 떠나온 일반열차 무궁화호로 영주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