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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차례상 '간소'해야 '진짜'다

영지니 2016. 9. 12. 23:14

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명절 차례상 간소해야 진짜다

“차례상에 인스턴트 식품이나 열대과일을 올려도 되나요?”
“복숭아나 ‘치’자가 들어간 생선은 올리면 안 되나요?”
“홍동백서나 조율이시가 뭐죠? 꼭 지켜야 하나요?”

유교 전통과 예법을 연구하는 성균관 전례연구회가 매년 추석 명절마다 받는 질문들입니다.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바로, '차례상'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차례상을 처음 차리는 신혼부부는 궁금증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균관 전례연구회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람들이 명절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차례상 음식은 가짓수가 많으면서도 복잡한 예법을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죠.

조선시대 가정 내 예법을 다루고 있는 ‘가례집람’을 살펴보면 차례상은 아주 간단한 음식들로 충분했습니다.
 
[ 성균관 전례연구회 ]
“전통 예법대로 차린 차례상은 지금보다 훨씬 간소했습니다. 유학서적을 봐도 차례상을 차리는 규율은 따로 없고 제철과일을 사용하라는 말뿐입니다. 여전히 유교 전통 방식을 따르는 종가집은 간소한 차례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전통 예법을 지킨 차례상은 실제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차례상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홍동백서·조율이시' 지키지 않아도 된다

홍동백서: 붉은색 과일은 동쪽, 흰색 과일은 서쪽에 둔다.
조율이시: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올린다.
 
과거 차례는 양반들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구한말 신분 제도가 폐지되면서 누구나 차례상을 차릴 수 있게 됐죠.

이때 정부는 사람들의 혼란을 막는다는 취지로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를 가르치고 따르도록 계몽했죠. 

그러나 성균관 전례연구회는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를 옛 예서나 문헌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홍동백서의 내용대로 붉은 색 과일을 동쪽에 둬야 한다면 껍질 벗긴 과일은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례상에 과일을 올리는 순서는 정해진 바가 없으니,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는 문헌에 근거한 바 없는 그냥 그럴싸한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과, 배, 감 등 꼭 어떤 과일이어야 한다는 명시는 없죠. 다만, 차례나 제사가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는 행사이기에 과일을 가장 멀리 두는 것만 있을 뿐이죠.”


차례상에 관한 근거 없는 속설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복숭아와 ‘치’자가 들어간 생선을 차례상에 올려선 안 된다는 속설도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복숭아는 귀신을 내쫓는다는 미신 때문에, 삼치와 꽁치, 갈치 등 ‘치’로 끝나는 생선은 천하다는 인식 때문에 피해야 할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성균관 전례연구회는 해당 음식을 금지했다는 전통 문헌이 없고 다만 민간에서 전해지는 관습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사상에 인스턴트나 열대과일 올려도 될까?

가례집람은 제사나 차례상에 적(고기를 양념하여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과 밥, 술을 놓도록 하고, 과일은 가장 앞에 두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그 시기에 나는 과일’을 올리라는 정도만 언급할 뿐, 과일이나 음식 종류에 대한 세세한 언급은 없습니다.

성균관 전례연구회는 현재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열대 과일인 바나나나 파인애플, 망고를 차례상에 올린다고 불효로 볼 근거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차례라는 것은 우리가 설과 추석 때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화합을 다지고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축제의 장입니다. 간소하지만 그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장만해 정성껏 차례를 지내고 다 같이 음복을 하는 것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림으로써 아이들의 참여도 이끌고 조상들의 뿌리를 가르쳐주는 장소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나오는 과일을 사용하라 했으니 열대과일 사용 자체를 예의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하게 인스턴트 음식이나 열대 과일을 올리는 것은 전통을 계승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고, 성의도 없어 보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케이크나 피자만 덜렁 올리기보다 떡과 함께 차려놓는 것이 좋다고 본 것이죠.

전문가들은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격식보다 마음가짐, 정성이라고 강조합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 김미화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