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짙어 가면서 공원 한 구석에서부터 생 울타리까지 빨간 열매로 온몸을 뒤집어쓰고 있는 자그마한 나무들과 흔히 만난다.
바로 피라칸다(Pyracantha)란 나무다.
라틴어로 ‘pyr’는 불을 나타내며, akanthos는 가시의 뜻이라고 한다.
또 영어 일반이름 fire thorn도 역시 ‘불 가시’를 나타내며 중국에서 피라칸다 종류를 화극(火棘)이라고 부르는데. 또한 불 가시다.
나뭇가지에 가시를 달고 있으면서 열매가 익을 때는 나무 전체가 불꽃처럼 붉게 물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겨울날, 멀리서 열매가 잔뜩 붙어있는 피라칸다를 보고 있으면 이런 이름들이 나무의 특징과 잘 나타낸 것으로도 느껴진다.
피라칸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입나무다.
처음 중국원산의 피라칸다를, 일본을 거쳐 광복 후부터 들어오기 시작하여 널리 심었다.
피라칸다는 가시를 가지고는 있으나 탱자나무처럼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가지를 촘촘히 잘 뻗고 건조한 땅이나 공해가 심한 도로변에도 잘 자란다.
그래서 꼭 출입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경계 표시로 심는 생 울타리로는 제격이다.
금상첨화로 아름다운 열매를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달고 있으니 삭막한 겨울풍취를 부드럽게 가꿔주는 데도 제 몫을 다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상록수이면서 붉은 열매는 매다는 나무들 중에, 추운 지방까지 버틸 수 있는 나무를 찾는다면 피라칸다 이외는 마땅히 심을 나무가 없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보급되어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는 흔한 나무가 되었다.
우리는 그냥 피라칸다라고 부르는 나무는 모두 6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중국 피라칸다로 대표되지만, 최근에는 서양피라칸다와 히말라야피라칸다가 들어와 사실은 3파전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피라칸다가 아무래도 자꾸 밀려나는 형국이다.
서양피라칸다와 히말라야피라칸다는 중국피라칸다에 비하여 열매가 더 많이 달리고 더 굵고 붉은 열매를 가졌다.
중국 피라칸다의 누르스름한 열매는 간색(間色)을 싫어하는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아 새빨간 열매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국 피라칸다의 본명은 착엽화극(窄葉火棘), 좁은 잎 붉은 열매가 달리는 가시나무란 뜻이다.
가을에 딴 열매를 말린 것을 적양자(赤陽子)라고 하여 소화를 돕고 염증을 치료하는 약제로 쓰인다고 한다.
높이 1~2m정도 밖에 자라지 않은 늘 푸른 관목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에 잎이 지기도 한다.
가시가 달린 가지가 서로 뒤엉킬 만큼 많이 뻗는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어 밋밋하다.
새끼손톱 크기의 작은 흰 꽃이 위가 편평한 우산 모양 꽃차례에 달린다.
서양피라칸다(Pyracantha coccinea)는 높이 7m정도까지 자라며 가지가 많이 뻗지 않아 생 울타리 나무로서는 중국 피라칸다보다 못하다.
잎은 길이3~4.5cm、나비0.8~2.5cm로서 좁은 타원형이며 다 자란 잎에는 앞뒤 모두 털이 없다.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다.
꽃은 6월쯤에 우산모양의 꽃차례로 하얗게 피고 꽃의 크기는 지름 1cm 정도 된다.
열매는 빨갛게 익으며 지름 7~8mm정도로서 잎이 잘 보이지 않은 정도로 많이 달린다.
중국 피라칸다는 키가 작고 잎이 더 길며 열매가 주황색인 반면, 서양피라칸다는 키가 크고 잎이 타원형에 가까우며 열매가 선명한 붉은 색이므로 쉽게 구분해 낼 수 있다.
그러나 히말라야피라칸다(Pyracantha crenulata)와 서양피라칸다는 비슷하여 구분이 어려운데, 서양피라칸다가 더 붉고 열매가 거의 모여 있는 경향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