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파고지-개암풀열매

영지니 2008. 2. 5. 21:39
파고지(破古紙개암 열매)
 
파고지는 신(腎)을 보하고 성기능을 돕는다.
술이나 소금물에 불려 먹으면 그 효능이 높아진다.

옛날 어느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집을 떠날 때 아내가 남편을 위하여 몸에 좋은 개암풀 열매를 준비해 주었다.
한양으로 온 선비는 틈틈이 개암열매를 끓여 마셨는데, 기운이 솟구친 까닭에 잠잘 때 아내 생각이 간절하였다.
당장 집으로 달려갈 수가 없으므로 어느 날 밤 춘정을 달래려 수음하였는데, 그 방사가 어찌나 셌던지, 
그만 머리맡에 놓아둔 서책에까지 튀어 책장을 뚫어놓고 말았다.
이러한 연유로 파고지(破古紙)라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보골지(補骨脂)’라고도 하는 파고지(학명 Psoralea corylifolia L.)는 양기를 보충하기 위한 한약 처방에 흔히 쓰이는 국내 자생식물이다.
우리나라 남부지역 야산에 흔히 자생하였으나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서 채취되는 양이 적어 주로 중국산을 수입해 쓰고 있다.

파고지란 우리말로 개암풀 열매를 말한다.
콩과 식물로, 키는 40~90cm이고 몸 전체에 황백색의 털과 갈색의 줄무늬가 덮여있다.
가지는 곧고 단단하며 세로 줄무늬가 있다.
주름무늬와 톱니가 잇는 심장 모양(계란형 또는 둥근 삼각형)의 잎이 어긋맞게 나고, 7~8월에 작은 나비 모양의 자줏빛 꽃이 핀 뒤 가을에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익는다.

약으로 쓰이는 것은 주로 열매다.
깍지 속에 담긴 낱알의 크기는 여물다만 작은 콩에 비할 만하다.
길이 3∼5mm, 너비는 2∼4mm이고 두께가 15mm 정도로 작아 흔히 ‘파고지 콩’이라 부른다.
열매는 향기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있다.
성숙한 종자를 채취하며 햇볕에 말려 쓰는데, 껍질이 잘 벗겨지지는 않는다.

전통 한방에서는 양기북돋우기 위한 처방에 ‘감초’만큼이나 흔하게 파고지를 사용했다.

본래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는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으나 근래는 국산 생산량이 적어 거의 중국산을 수입해 쓰고 있다.
중국산은 사천 하남 섬서 안휘 등지에 널리 자생하는 난대성 식물인데, 최근 국내에서는 몇몇 농가에서 인공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파고지의 약성은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맵고 조금 쓰기도 하다.
북한 출신의 귀순 한의사 허창걸씨는 “그대로 또는 소금물이나 술에 담가 놓았다가 닦아서 쓴다”라며 소금물에 불리면 신을 보하는 작용이 보다 강해진다말한다.

이 방법은 한방 전통에 전해오는 것이다.
중국 의서 <본초강목>은 파고지에 대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파고지는 따뜻하니 염초나 주초해서 쓰면 요통, 슬통을 다스리며 고정하는 효력이 교묘하다.’

이밖에도 파고지는 술에 담가놓았다가 후라이팬에 볶아 사용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술에 하루 담가놓았다가 동류수(東流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3일간 담가놓은 후 꺼내 반나절을 찌어 햇볕에 말려 사용하기도 한다.
검은 깨와 함께 후라이팬에 볶은 뒤 파고지만 골라내 사용해도 된다.

파고지는 남성이나 노인의 양기를 돕는 것이 대표적인 효능이다.
동신대 한의학과 정종길 교수는 “파고지는 신(腎)을 보하고 성 기능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양기를 북돋아 정력제로서의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역시 신허(腎虛)로 인한 설사, 소변을 지리거나 정액이 빠져 나가는 것, 소변이 잦은 것, 신기가 쇠약하여 음경의 발기가 되지 않거나 발기는 되지만 단단하지 않은 증세, 허리와 무릎이 차고 아픈 증세, 허하고 차서 생기는 천식 등을 치료하는 처방에 파고지가 들어간다.
특히 남성의 요통, 무릎이 시리고 음낭이 습한 증상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

허창걸씨는 전해오는 민방에서의 또다른 용도를 설명한다. “보골지는 티눈이나 사마귀를 없애고 설사를 멎게 하는 데도 쓰인다.”

파고지는 또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개선하고 심장의 능률을 높이며 심혈관에 대한 뇌하수체 후엽소와 유산의 해로운 작용을 저하시키 효과도 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보골지는 사람의 건강 장수를 돕는 약재로 평가받고 있다.

파고지를 보골지라고 부르는 데는 전설이 있다.
하늘의 신이 늙으막에 아들을 낳아 세상을 다스리도록 내려보냈으나 뼈와 생식기가 약하여 안심할 수가 없었다.
이에 를 보하고 생식기를 보하는 을 내려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보골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몸을 덥게 하는 약재이므로 금기도 있다.
정종길 교수는 “파고지는 몸에 열이 많거나 피오줌을 보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한다.
고혈압 갑상선중독증 결핵, 간과 신장의 질병, 중추신경계통의 질병,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도 쓰지 않는다.
몸이 마르고 체내 수분이 부족한 사람은 신중해야 하니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움말=대한본초학회 총무이사 정종길 교수(동신대학교 한의대), 허창걸 한의사(금강산식품 대표)

 

 


'산야초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삽주-무병장수의선약  (0) 2008.02.05
소나무  (0) 2008.02.05
생강나무  (0) 2008.02.05
구절초  (0) 2008.02.05
고로쇠  (0) 200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