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흰봉숭아-만병의영약

영지니 2008. 2. 5. 22:40

 

귀하도다! 토종 봉숭아여,

다시 이 강산에 활짝 피어서

 

병마에 찌든 세상을 구료하라!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되는 '봉선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울밑에 선 봉선화’가 산삼과 녹용을 능가할 만큼 뛰어난 약효를 지닌 약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여러 종류의 봉숭아 중에서도 흰 꽃이 피는 토종 봉숭아는 신장결석, 요로결석, 적취(뱃속에 딱딱한 덩어리가 뭉쳐있는 병), 몸이 냉하여 생긴 여성의 불임증, 갖가지 부인병, 신경통, 관절염, 허리 아픈데, 비만증 등의 여러 난치병에 신기하다 싶을 만큼 뛰어난 효력을 발휘하는 천하의 명약이다.
 

봉숭아는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원산지로 알려진 한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지만, 봉숭아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물봉선 몇 종류가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본디부터 있던 것일 수도 있다.

나를 건드리지 마라

봉숭아는 줄기가 다육질로서 반투명한 녹색이고 잎은 버들잎을 닮았으나 양끝이 뾰족하고 잎가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겹꽃이 피는 것과 홑꽃이 피는 것이 있고, 꽃 색깔은 빨강색, 노랑색, 흰색, 보라색, 푸른색 등이 있다.

약으로 쓸 때는 반드시 흰 꽃이 피는 재래종 봉숭아를 써야 한다.

다른 색깔의 꽃에는 독이 있기 때문이다.
 

봉숭아는 씨앗에 그 특징이 있다.

씨앗은 길쭉하고 둥근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가 건드리기만 하면 주머니가 터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봉숭아의 원종이라고 할 수 있는 야생 물봉선은 씨앗 주머니가 봉숭아보다도 훨씬 민감하여 손을 대려 하면 손이 닿기도 전에 먼저 터져 버려서 좀처럼 씨앗을 받기가 어렵다.
 

'나를 건드리지 마라’라는 꽃말도 손을 대면 터져 버리는 성질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영국에서는 꽃말 그대로 봉숭아를 터치 미 낫(Touch me not)이라고 부른다.

봉숭아 씨앗은 그 약효가 즉시 나타나고, 또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 버리는 까닭에 성질이 몹시 급한 것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급성자(急性子)라고 부른다.
 

봉숭아에는 이름이 많다. 꽃 모양이 머리와 날개, 꼬리와 발을 우뚝 세운 봉황새를 닮았다고 하여 봉숭아(鳳仙花)라 하고 봉숭아, 봉사꽃, 금봉화(金鳳花), 지갑화(指甲花), 금사화(禁蛇花), 소도홍(小桃紅), 투골초(透骨草)라고도 불린다.

 

못된 귀신과 삿된 것은 물러가라 

봉숭아는 옛날부터 못된 귀신이나 질병을 쫓는 식물로 알려져 왔다.

우리 선조들은 밭 둘레나 집 울타리 장독대 주변에 봉숭아를 즐겨 심었는데, 이는 봉숭아꽃의 붉은 빛깔이 못된 귀신의 침입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숭아에는 뱀이나 벌레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울타리 밑에 심어두면 뱀 개구리 등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금사화라는 이름도 뱀이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의 남쪽지방의 농촌이나 산골을 여행하다 보면 집집마다 마당가에 봉숭아를 심어 가꾸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울타리 옆이나 장독대 옆에 봉숭아꽃이 붉게 피어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옛 농촌풍경을 보는 것 같은 향수를 느낀다.

중국 사람들이 마당에 봉숭아를 심는 것은 꽃이 보기에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더 큰 뜻이 있기 때문이다.

 

뱀을 쫓는 봉숭아
습기가 많고 무더운 중국 남쪽 지방에는 뱀이 많다.

뱀이 우리나라처럼 산이나 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한 가운데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을 예사로 볼 수 있으며, 뱀한테 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뱀이나 개구리, 두꺼비 같은 파충류나 양서류 동물은 봉숭아에서 나는 냄새를 싫어한다.

중국 사람들이 봉숭아를 마당가에 둘러 심는 것은 뱀이나 개구리 같은 것들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 선조들이 장독대 옆에 봉숭아를 심었던 것도 뱀이나 개구리 같은 것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려는 지혜가 숨어 있었다.

또 뱀한테 물렸을 때 봉숭아 줄기를 짓찧어 물린 자리에 붙이거나 봉숭아 씨앗이나 줄기를 달여 먹어서 치료하였다.

 

봉숭아 씨앗은 뼈처럼 단단한 것을 물렁물렁하게 하는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흰봉숭아 씨앗을 가루 내어 물에 타서 마시면 곧 가시가 녹아서 없어진다.

고기나 생선을 삶을 때 봉숭아 씨앗을 몇 개 넣으면 질긴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뼛속까지 물렁물렁해진다.

여성이 난산으로 고생할 때 봉숭아 씨앗을 가루 내어 물에 타서 먹이면 곧 골반 뼈가 부드러워져서 순산할 수 있게 된다.
 

또 충치나 흔들거리는 이빨을 뽑으려 할 때 흰봉숭아 씨앗을 가루 내어 잇몸 주위에 바르면 이빨이 쉽게 빠진다.

이 때 성한 이빨에 가루가 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멀쩡한 이빨이 물렁물렁해져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여자아이나 남자아이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명반과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을 들였다’고 적혔다.

조선 시대 때 이유원이라는 사람이 지은 <임하일기(林下日記)>에도‘봉숭아 꽃이 빨갛게 피면 그 꽃잎을 따서 짓찧어 백반을 섞어 손톱에 싸매고 사나흘 밤을 지나면 손톱이 빨갛게 물든다.

무당들뿐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손톱을 물들이게 하는 것은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병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적혔다.
 

이처럼 손톱에 붉은 물을 들이는 풍속의 본디 뜻은 잡귀나 병이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은 요즘 매니큐어에 밀려 거의 잊혀졌지만 반드시 되살려야 할 귀중한 민속이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약효 

봉숭아는 침투력이 매우 강한 약초이다. 약성이 뼛속까지 파고 든다 하여 투골초(透骨草)라는 이름이 생겼다.

단단한 각질인 손톱 속까지 붉은 물이 드는 것을 보면 침투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면 그 손톱이 다 자라서 없어질 때까지는 결코 붉은 빛깔이 빠지지 않는다.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면 마취제를 주사해도 마취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열 손톱을 모두 물들이지 말고 새끼손톱 두 개는 남겨두는 것이 좋다.

약효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성질과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하는 특성을 잘 활용하면 갖가지 난치병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 등 몸 안에서 생긴 돌을 빨리 녹아 나오게 할 수 있고, 역시 딱딱한 덩어리인 암덩어리를 물렁물렁하게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중국에서는 식도암이나 위암에 봉숭아 씨앗을 써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는 임상결과가 있다.

죽은 피가 뭉쳐 생긴 덩어리인 어혈이나 뱃속이 차가워 생긴 덩어리 같은 것도 봉숭아 씨앗을 쓰면 어렵지 않게 풀린다.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에는 흰봉숭아씨 30g쯤을 물 1ℓ에 넣고 10분쯤 끓여서 단숨에 마시면 격심한 통증이 두세 시간 뒤면 사라진다.
씨앗을 구하기 어려우면 봉숭아 줄기를 대신 쓸 수도 있다.

물 1.8ℓ에 잘게 썰어 말린 봉숭아 줄기 1냥(37.52g)쯤을 넣고 약한 불로 한 시간쯤 달여서 물이 반쯤으로 줄어들면 미지근할 정도로 식혔다가 단숨에 마신다.

작은 결석이라면 1주일에서 10일, 좀 큰 것은 2주일 넘게 복용해야 녹아 없어진다.
 

식도암이나 위암 등 소화기관에 생긴 암에는 흰봉숭아 씨앗 30-60g을 물1ℓ에 넣고 물이 반쯤 되게 은근한 불로 달여서 하루에 두 번으로 나누어 마신다.

흰봉숭아 씨앗은 딱딱한 암 덩어리를 물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통증을 없애는 작용도 강하다.
 

드물게 민간에서 흰봉숭아 씨앗으로 위암에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예가 있고 중국에서도 봉숭아 씨앗에 몇 가지 약재를 더하여 식도암, 위암, 임파선암 등에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말기 암보다는 초기 암에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흰봉숭아씨는 약성이 몹시 급하고 날카로우므로 병이 다 낫고 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또 태아를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으므로 임산부는 절대로 복용해선 안된다.
 

봉숭아씨에는 기름이 50%쯤 들어있다.

이 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인 파리나르산이 50%쯤 들어 있다.

이밖에 씨앗에는 사포닌, 쿠에르체틴, 켐페톨 같은 배당체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 성분들이 염증을 없애고 황색백선균, 황색포도상구균, 용혈성연쇄구균, 녹농균, 티푸스균, 적리균 등 갖가지 균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돌과 뼈도 물러진다 

흰봉숭아씨는 그 약효가 매우 빨리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이라는 의학책에서 봉숭아의 약성에 대해 '성질이 급하고 빨라서 뼛속까지 들어가 단단한 것을 무르게 한다.

요리사가 물고기를 끓일 때 봉숭아씨를 몇 개 넣으면 단단한 뼈까지 물러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적었다.
 

뱃속이 오랫동안 차가우면 죽은피와 몸 안의 노폐물 같은 것이 쌓여서 덩어리가 생기게 된다.

이 덩어리는 몹시 단단한 것도 있고, 정구공처럼 탄력이 있는 것도 있으며, 눌러서 아픈 것이 있고, 아프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런 덩어리를 한의학에서는 적취(積聚)라 부르는데,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을 오래 먹거나 춥게 지내는 것, 다치거나 얻어맞은 것, 여성의 경우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것 등 여러 원인으로 생긴다.
 

여성이 아랫배가 차가우면 임신하기 어려워진다.

자궁이 차가우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낙태를 하게 된다.
 

뱃속에 덩어리가 뭉쳐져 있거나 아랫배가 차가워 임신이 되지 않을 때에는 흰봉숭아 줄기나 뿌리 말린 것 40g쯤을 물 1.8ℓ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뭉근하게 달여 하루 두 번으로 나눠 마신다.

대개 10-15일쯤 마시면 몸 안에 쌓인 덩어리가 다 빠져나가고 몸이 따뜻하게 되어 임신할 수 있게 된다.
 

허리가 몹시 아픈 것, 신경통, 골관절염, 류머티즘관절염에도 흰봉숭아를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줄기나 뿌리, 잎을 달여 복용하여 어떤 방법으로도 낫지 않던 요통이나 신경통이 아주 짧은 기간에 치유된 예가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봉숭아의 약효를 지나치게 믿지는 말 것이다.
 

이빨에 닿지 않게 하라 

흰봉숭아 씨나 줄기, 꽃, 뿌리, 잎 등을 달인 물을 마실 때에는 치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치아에 닿으면 이가 물렁물렁해져서 흔들리거나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흰봉숭아 달인 물을 마실 때에는 빨대를 써 바로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이 좋다.

씨앗, 줄기, 꽃, 잎, 뿌리 등 어느 부위나 비슷한 효력이 있으므로 절대로 치아에 닿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봉숭아는 성질이 따뜻하므로 대개 몸이 차가운 편인 소음체질이나 태음체질에 좋은 약이다.

특히 여성들의 갖가지 자궁병에 효과가 크다.

봉숭아의 약성에 대해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혔다.

 

"봉숭아 씨앗의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다.

간경 폐경에 작용한다.

어혈을 없애고 적(덩어리)을 삭이며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자궁수축작용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생리가 없는데 적취 타박상 악창 등에 쓴다."

 

봉숭아의 옹근 풀이나 꽃도 풍기(風氣)를 없애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약으로 쓴다.

민간에서는 봉숭아를 매우 다양하게 병 치료에 활용했다.

씨앗은 종기의 고름을 빼내는데,

무좀, 배 아픈데,

머리 아픈데,

돼지고기 소고기 개고기 생선을 먹고 체 한데,

뱀이나 모기에 물린 데,

손가락 곪은 데,

생리가 제대로 안 나오는데 등에 썼고,

줄기는 생선뼈가 목구멍에 걸린 데,

고기 먹고 체한 데,

습진, 여성의 갖가지 자궁질환 등에 썼다.

 

여러 가지 부인병에는 오골계에 흰봉숭아씨나 꽃잎을 넣고 푹 끓여서 복용하고, 습진이나 무좀에는 흰봉숭아 꽃잎을 술로 우려내어 그 술을 바르며, 갖가지 피부병 종기 종창에는 흰봉숭아 줄기 뿌리 잎을 진하게 달여 고약처럼 만들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귀하도다, 토종 흰봉숭아여 세상을 구료하라

봉숭아 씨앗은 부러진 뼈를 붙이는데도 효과가 좋다.

뼈가 부러졌을 때에는 먼저 뼈를 잘 맞춘 다음에 흰봉숭아 씨앗을 가루 내어 부러진 부위에 붙이고 헝겊으로 잘 싸매 둔다. 흰봉숭아 줄기나 잎을 날로 짓찧어 붙이거나 말린 줄기를 달인 물로 수시로 씻어도 된다.

흰봉숭아는 접골작용과 함께 진통작용이 있어서 통증 없이 뼈를 빨리 아물어 붙게 한다.
 

부러지거나 금간 뼈를 더 빨리 아물어 붙게 하려면 토종달걀이나 오골계의 알 흰자위 2-3개에 천일염 한 숟가락, 흰 봉숭아씨 가루 낸 것 한 숟가락을 합쳐 반죽하여 떡처럼 만들어 골절부위에 붙인다.

부러진 뼈가 놀랄 만큼 빨리 아물어 붙는다.
 

흰봉숭아씨를 구할 수 없으면 토종 달걀과 소금, 참기름만을 써도 효과가 있다.

부러진 뼈가 단 며칠 사이에 엑스레이 사진에 아무 흔적 없이 나아버린 거짓말 같은 예가 여럿 있다.
 

흰봉숭아는 죽은피를 없애 피를 깨끗하게 하고 새로운 피를 생겨나게 하며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그러므로 중풍을 예방하는데 좋다.

옛 의학책에 흰봉숭아는 풍을 없애고 뭉친 기를 흐트러뜨리며 붉은 봉숭아는 죽은 피를 없애고 아이를 떨어뜨린다고 하였으나 붉은 봉숭아는 독성이 있으므로 약으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손발이 늘 차갑고 아랫배가 냉하며 찬 음식을 먹어서 설사가 날 때에는 봉숭아 줄기나 잎을 달인 물로 목욕을 자주 하면 효과가 있다.

몸이 따뜻하게 되어 냉증으로 인한 갖가지 병이 낫는다.

봉숭아줄기나 잎 200-300g을 푹 끓여 그 물을 욕조에 부어 목욕하면 된다.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피부 속에 들어 있는 노폐물들도 밖으로 빠져 나온다.

줄기와 잎을 달여 먹으면 변비와 비만증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오래 복용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한 달 넘게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흰봉숭아는 공해독, 뱀독, 벌독, 화학약품독 같은 갖가지 독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특히 뱀에 물렸을 때 줄기를 달여 먹으면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지면서 차츰 낫는다.
 

흰봉숭아씨를 소주에 사흘쯤 담가 두었다가 말려서 가루 내어 쓰면 약성이 더 높아지고 독성은 적어진다.

꽃잎도 소주에 담가서 한 달쯤 우려내 그 술을 약으로 쓰는 것이 효과가 더 높다.

어혈이나 뱃속의 덩어리가 뭉친 것 등에 효과가 매우 빠르다.
 

봉숭아를 예전에는 집집마다 울밑이나 장독대 옆에 심었으나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들게 되었다.

있다 해도 겹꽃이 피는 개량종 봉숭아뿐이고, 홑꽃이 피는 토종 흰봉숭아는 거의 찾기 어렵다.

개량종 봉숭아들은 약효가 토종봉 선화에 훨씬 못 미칠 뿐더러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는 야생봉숭아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이들을 물봉선이라 부른다.

줄기나 꽃의 생김새, 꽃색깔이 봉숭아를 닮았다.

산물봉선, 제주물봉선, 처진물봉선, 노랑물봉선, 미색물봉선, 흰물봉선 등이 대개 개울가나 물기 많은 땅에서 자란다.

이들 야생물봉숭아들은 대체로 집에서 가꾸는 봉숭아와 약효가 비슷하다.

토종 흰봉숭아 대신 쓸 수 있으나 약효는 다소 약하고 독성은 더 세므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토종 흰봉숭아는 요즘 사람들의 갖가지 병을 물리쳐서 많은 사람을 병고에서 구할 수 있는 귀한 약초이다.

집집마다 흰봉숭아를 심던 옛 풍속을 되살린다면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제 거의 사라진 토종 흰봉숭아가 몹시 그립다. 귀하도다!

토종 봉숭아여,

다시 이 강산에 활짝 피어나 병마에 찌든 온 세상을 구료하라!

-운림

 


 

 

흰봉선화야 너는 어찌 희어서

 

저기 둔덕에 꽃이 있으니,

이름은 봉선.

비단처럼 반짝이고 붉은 모래(丹砂)처럼 무성하여 야들야들 사랑스러워라.

따서 손톱에 물을 들이면,

연지를 바른 듯 하여 아침에 뜰에서 꺾어 저녁에는 화장대 앞에 가져가네.

아아, 서리처럼 흰 여인들의 손이 줄기며 잎을 죄다 뜯어 온전치 못하구나.

홀로 온전한 것이 하나 남아 초연하게 자신을 지키고 있나니,

흰 눈 같되 녹지 않고 옥 같이 흠이 없어라.

겨울 매화의 개결(介潔)한 아우라라고도 하고,

고운 배꽃의 외경하는 벗이기도 하네.

성근 그림자를 달빛 아래 갸웃 드리우고,

맑은 향기를 비 온 뒤 흘려 보내누나.

하지만 흰 색이라 붉게 물들이지 못하기에,

여인들이 잡초와 마찬가지로 여겨 손으로 따지 않고 비단 치마를 돌리나니,

수풀 속을 집 삼아서 나비를 맞아 홀로 즐겨,

따뜻한 바람 맞으며 수명대로 사는구나.

아, 모든 꽃이 붉거나 자색이거늘,

어이하여 너만 홀로 흰 것이냐?

뭇 꽃이 모두 꺾이거늘 어이하여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냐?

너는 짓붉은 복사꽃이 진작에 시들어도 서릿국화가 늦도록 시들지 않는 것처럼,

번화함을 멀리 하고 세상을 초월하여 소요하는 것인가?

나무는 청색 황색 글자를 새기는 까닭에 재앙을 당하고 난초는 향기 때문에 태워지지만,

너는 빛을 감추고 아름다움을 깎아 명철보신(明哲保身-밝고 현명하게 자기 몸을 지킴)하는 것인가.

가죽나무와 가래나무가 재목이 되지 못하고 울퉁불퉁 이리 저리 틀려 있듯이,

쓸 데가 없기에 천명을 보존하는 것이더냐?

상산(商山)의 지초(芝草)가 한(漢)나라를 가볍게 여기고 백이 숙제의 고사리가 주나라를 업신여겼듯이 초연하게 길이 세상을 떠나서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는 자이더냐?
아, 내가 봉선화 너를 보니 쓰일 곳이 많도다.

갈아서 색가루로 만들면,

그것으로 치마에 그림을 그릴 수가 있고,

술을 빚어 화주향을 만들면 그 향기를 술잔에 채울 만하도다.

그 기름을 얻어서 큰 국에 탈 수가 있고,

그 뿌리는 거두어서 악창을 그치게 할 수 있도다.

꽃잎 하나,

잎 하나라도 어디든 좋지 않은 것이 없으니 어린 계집아이들이 몰라 준다고 해서 해될 것이 무어 있겠느냐?

어쩌면 하늘이 저무는 봄빛을 민망히 여겨서 너를 머물러 두어 한 때의 광경을 빚어 내는 것이 아니더냐?

아이야, 잘 보듬어 주어라.

내 장차 홍진 속에서 몸가짐이 결백하지 못한 자를 위하여 자세히 말하리라.

- 이옥(李鈺).

<봉선화부(鳳仙花賦)>.

 

 

이옥은 조선 정조 때의 문인이다. 성균관 유생으로 있다가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고 불우한 생활을 하다가 죽었다. 

 

 

 
운림(wun123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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