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암자.정자

남간정사

영지니 2008. 2. 24. 22:33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는 남간정사의 출입문 

 

남간정사는 조선조 노론의 대표로써 당대 최고의 정치가이며 성리학자인 조선후기의 대유학자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1607-1689)이 대전의 소제동에 거주하면서 후학을 가르치는 서당을 이른다. 남간정사란 명칭은 주부자(朱夫子)의 '운곡남간(雲谷南澗)'에서 유래하였고 주자를 사모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조선 숙종 8년(1683)에 세워졌으며, 정조 때 한 차례의 중건과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가장 최근에는 1976년에 수리되었다.


남간정사(南澗精舍)의 조경은 동쪽의 계곡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이 연못 앞에서 조그만 낙수(落水)를 만들고, 정사(精舍)의 대청 밑을 거쳐 흘러온 물과 연못에서 합쳐지게 하였다. 이러한 기법은 우리나라 전통 정원조경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수법이다. 낙수 주변은 대나무와 잘 어우러진 작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연못 한 쪽에 둥근 섬을 만들고 왕버들을 심어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정자 밑으로 물을 흐르게 만든 남간정사와 현판

 

남간정사의 출입은 건물의 뒤편에서 이루어진다. 남간정사는 정면 4칸, 측면 2칸이며, 중앙의 통으로 된 4칸은 우물마루의 대청이 있다. 건물의 구조를 보면, 연못에 면한 부분은 팔각 주초석을 사용하고, 물이 흐르는 대청 밑 부분은 팔각 장초석을 사용하였으며, 이들 주초석 위에는 원주를 세우고 그 기둥머리는 초익공 계통의 공포로 꾸며져 있다. 기둥위에 홈을 파서 창방과 대들보를 함께 끼워 맞추었다. 남간정사의 위에 자리한 남간사(南澗舍)는 1924년 기국정과 함께 소제동에 있던 우암고택에서 이전한 사당이다. 남간정사 뒤의 계단은 통해 진입하게 되며, 정면 4칸 측면 3칸의 평면에 팔작지붕으로 구성된다.
 

 

송시열 선생의 별당이었던 기국정의 정면과 남간정사 쪽 측면 


기국정(杞菊亭)은 원래 소제방죽 주변에 있던 송시열의 별당이었다. 정자 주변에 국화와 구기자를 심은 것을 본 유생들이 정자의 이름을 기국정(杞菊亭)이라 부르게 되었다. 본래 초가지붕이었으나, 그의 장손 은석(殷錫)이 기와지붕으로 수리하였으며, 도시가 발전하면서 소제호가 매몰되자 1927년에 현재의 위치인 남간정사 옆으로 이건하였다. 화강석을 다듬어 쌓은 기단 위에 방형(方形) 주초석을 놓고 방형(方形) 기둥을 세운 기국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대청과 온돌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 방송일로 몇 번 찾았던 기국정을 다시 찾았다. 너무 오랜만에 들려서인가 옛 모습은 남간정사와 기국정만 남아 있을 뿐 사적공원으로 조성된 사적지는 거대한 유물관과 건물 등 한참이나 돌아보아야 할 사적지 경내가 차라리 부담스럽다. 기국정의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을 오히려 한편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왜 우리들은 요즈음 무엇을 복원한다고만 하면 이렇게 거대한 건물들을 지어 옛 정취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 전시행정적인 얕은 지식이 무조건 거대한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국정 주변을 찬찬히 돌아본다. 사적지가 거대하고 모든 것이 깨끗이 정리가 된데 비해 기국정과 남간정사는 문창호지가 다 찢겨진 채, 봄날이라고 하나 어딘지 쓸쓸한 기분마저 감돈다.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는가 보다. 남간정사는 우암선생의 후손들이 맡아 관리를 하고 있고, 사적지는 대전시에서 관리를 하는 이원화 체계로 되어 있어 서로가 다른 모습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는 얼마나 더 걸려야 제대로 제자리를 찾을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남간정사를 들어가는 문도 단단히 잠을 통으로 걸려있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만 몇 번이고 안을 들여다보다 발길을 돌렸다.

 

 

찢어진 채 방치된 기국정의 문창호지. 깨끗하게 정리가 되기를 바란다. 


모처럼 찾아온 기국정과 남간정사. 우암 선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작은 정자 하나가 오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리고 그저 크게만 조성한 느낌이 드는 주변 건축물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뒤돌아 나오는 길에 몇번이고 쳐다본 남간정사와 기국정이 이젠 또 어떤 모습으로 한편에 웅쿠리게 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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