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향기

공갈빵이 먹고 싶다

영지니 2008. 3. 5. 20:57

                 

                         공갈빵이 먹고 싶다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 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 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하게 보이는
빵, 반죽 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 쪽 떼어 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며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한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시 : 이영식 ' 공갈빵이 먹고 싶다 '

♬ : 슬기둥 ' 지게소리 '













자기가 아끼던 물건을 도둑 맞았거나 잃어 버렸을 때 그는 괴로와 한다.
소유 관념이란 게 얼마나 지독한 집착인가를 비로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물건을 잃으면 마음까지 잃는 이중의 손해를 치르게 된다.

이런 경우 집착의 얽힘에서 벗어나 한 생각 돌이키는 회심의 작업은
정신 위생상 마땅히 있음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리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울타리가 없는 외딴 절에 밤손님이 내방했다.
밤잠이 없는 노스님이 정랑을 다녀오다가 뒤꼍에서 인기척을 들었다.
웬사람이 지게에 짐을 지워놓고 일어서려다 말고 끙끙대고 있었다.

뒤주에서 쌀을 한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 부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둑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그시 밀어주었다.

겨우 일어난 지게에 도둑이 힐끗 돌아보았다.
"아무 소리 말고 지고 내려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이?z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것이 없었던 것이다.
"본래무일물"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은
선가에서 차원을 달리해 쓰이지만
물질에 대한 소유 관념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 후로 그 밤손님은 암자의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후문.



<'무소유자의 기쁨' : 법정 스님 무소유 中에서 >




법정스님의 이 글 속에 등장하는 노스님은
귀신도 차마 그는 못 속인다는 천진불(天眞佛) 혜월(慧月)스님으로
그가 스승 경허의 사후에 부산 선암사에 주석할 때에 있었던 실화입니다.

거짓말이라는 낱말의 의미조차도 모르는 無垢(무구)의 聖人(성인).
혜월, 그는 낫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무지렁이였지만
깨친 바 있어 경허의 수법제자가 되었지요.

혜월은 평생을 솔방울을 주어 땔감으로 사용했으며
농토를 개간하여 직접 농사짖기를 즐겨했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의 삶을 살았으며
그의 천진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혜월은 차마 웃지 못 할 숱한 일화를 남겼지만,
그중 재미나는 이바구 몇 자락 곁들입니다.





[일화 하나]


“큰스님, 제발 그 논을 파시지요.”
“절 식구들이 먹을 양식이 나오는 논인데 내 마음대로 팔 수 있는가.”

혜월의 욕심 없는 마음을 눈치챈 사하촌 주민들은 틈만 나면 졸라댔다.
부산 선암사에 주석하고 있던 혜월은
앞장서서 절 소유의 묵정밭을 개간해 옥답으로 바꿔놓았다.

비록 서 마지기에 불과했지만 그 논은 절 살림에 아주 요긴했다.
그러나 혜월은 주민들의 거듭된 간청에 못 이겨 마침내 논을 팔았다.

그들의 곤궁한 삶을 헤아려 거저 주다시피 헐값에 넘겼다.
논 판 돈을 건네 받은 제자는 사기를 당했다고 분해했다.
그러자 혜월은
“무슨 사기를 당했다는 게냐.
논 서 마지기는 그대로 있고 여기 논 판 돈이 있으니
오히려 논이 여섯 마지기로 늘어나지 않았느냐”고 태연히 말했다.

속세의 개념으로 볼 때 논의 법적 소유권은 바뀌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논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논이 그 자리에 있는데다 논 판 돈마저 생겼으니
여섯 마지기가 되었다고 짐짓 제자에게 말한 것이다.





[일화 둘]


어느날은 그가 마을에 볼 일이 있어 절간을 내려 오던 중
평소에 아는 주막에 들러 과부 아낙네 방을 열어보니
절에 부목으로 일하는 건장한 사내와 과부가 벌거벗고
둘이 누워 있는지라 혜월이 눈이 똥그레지며 물어보길,

"자네는 왜 여기에 벌거벗고 누워 있는가?" 부목이 얼떨결에
"배가 아파 벌거벗고 누워 있습니다. 스님!" 이리 답하자
혜월은 과부를 보고
"자네는 또 왜 그런가?"하고 물었다. 과부도 별 수 없이
"스님 저도 갑자기 배가 아파 부목님 옆에 발가벗고 누워있습니다"
하였다.

혜월은 볼 일도 잊고 절로 급히 되돌아와서 중들을 보고 급히

"큰일 났다 부목과 과부가 둘 다 배가 아파 벌거벗고 누워 있으니
급히 흰죽을 쑤라" 명했다.

중들은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을 안 쑬 수도 없어 망설이다
할 수 없이 죽을 쑤자 혜월은 급히 그 죽을 들고
본인이 직접 산을 내려와 손수 떠먹였다고 한다.




[일화 셋]


혜월은 서산 천장암에서 수행할 당시
해미의 한 주막에서 주모와 동거하며 한철을 보냈다.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다.
혜월은 주모와 헤어지면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다.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았고...

스승 경허가 짖궂게 물었다.
“자네는 주막에서 주모와 한철을 지냈다더니 어땠나.”
혜월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큰스님, 그 맛이란 한 철 내내 해보았지만 첫날밤 그 맛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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