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뇌졸.중풍

심장 느리게 뛰도록 하자

영지니 2008. 2. 13. 22:53

 

 

 

[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심장 느리게 뛰도록 하자

 
[중앙일보 홍혜걸] 대가들의 통찰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쓰는 기자의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심장병 분야의 대가인 이종구 박사에게서 여러분이 알아두시면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맥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맥박은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관심 없는 분야입니다.
혈압은 열심히 재지만 맥박을 재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선 맥박을 느리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6년 유럽심장학회지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
맥박이 빠른 동물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갈라파고스 거북이의 경우 평균수명이 177년인데 분당 심장 박동수는 6회란 것입니다.
쥐의 경우 평균수명이 5~7년인 반면 분당 심장 박동수는 300~500회나 된다는 것이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2001년 임상역학회지에 따르면 분당 심장 박동수가 90회 이상으로 맥박이 빠른 사람은, 60~69회로 느린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2.68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맥박은 분당 60~100회를 정상으로 봅니다.
60회를 밑돌면 서맥(徐脈), 100회를 넘기면 빈맥(頻脈)이라 합니다.
그러나 60~100회의 정상 범위라도 가능하면 느린 것이 좋습니다.
60회 아래의 비정상 서맥이 아니라면 60회가 가장 이상적인 분당 맥박수인 셈입니다.

그러나 60세 이상 노인이라면 60회 아래라도 바람직한 경우가 있습니다.
맥박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구 박사는 연령을 감안해 이상적인 심장 박동수를 다음처럼 제시합니다.

10대에선 80~90회,

20~30대에선 70~80회,
40~50대에선 60~70회,
60~80대에선 50~60회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고령뿐 아니라 협심증처럼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50~60회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말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맥박이 어떠한지 지금 잠깐 손목에 손가락을 놓고 분당 심장 박동수를 점검해보기 바랍니다.
심장은 느리게 뛸수록 좋습니다.
최근 분당 심장 박동수의 정상 범위를 100회 아래에서 85회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느린 맥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저는 운동보다 손쉬운 방법 하나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시계 바늘을 5분 일찍 돌려놓는 것입니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하는 가장 흔한 경우가 서두를 때입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조마조마하게 서둘러 운전할 때 맥박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될수록 여러분의 수명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지요.
5분만 일찍 나서면 약속 장소에 늦지 않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무쪼록 심장이 천천히 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홍혜걸 객원 의학전문기자 es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