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나무와효능

고로쇠 수액

영지니 2008. 6. 7. 08:47

<출처;naver 아엠해피>

 

뱀사골 상류에는 '들돌골'(擧石谷)이라는 작은 지류들이 합쳐지는 곳이 있다.
지리산에 고로쇠와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하나는 반야봉에 살던 반달곰이 포수의 화살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 고로쇠 수액을 마시라고 했단다.


산신령의 계시대로 수액을 마신 반달곰은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전설은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변강쇠가 뱀사골을 찾아왔다.

정력의 상징인 변강쇠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았던지라 반달곰이 마신 고로쇠 수액을 마시면 나아질까 기대를 했던 것인데, 생각대로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기력을 회복했다고 한다.


회복된 변강쇠가 뱀사골에서 내려와 들돌골에 이르러 자그마치 500근이나 되는 돌을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들돌골은 정력의 상징이 되었단다.

전설이지만 고로쇠 나무가 '골리수(骨利樹), 뼈를 이롭게 한다'라고 불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또 하나의 전설은 이렇다.

통일 신라말 도선국사가 고로쇠 나무 아래서 수도에 정진을 했다.

드디어 득도를 했지만 오랜 수행 끝에 무릎이 펴지지 않았단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일어서려는데 나뭇가지가 '뚝!' 꺾이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황당해서 위를 쳐다보는데 꺾인 나뭇가지에서 수액이 떨어졌고, 오랜 수행 끝에 목이 말랐던 도선국사는 그 물을 받아먹었는데 거짓말처럼 무릎이 펴졌다는 것. 그래서 도선국사가 이 나무의 이름을 '골리수(骨利樹)'라고 붙여주었단다.   


외에도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군사들이 전쟁을 하는 중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 화살을 맞은 고로쇠 나무에서 수액이 나와 갈증을 풀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니, 고로쇠 수액이 오늘날까지 봄철이면 특별상품으로 등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로쇠 나무는 치밀하고 단단하여 잘 갈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고로쇠 수액은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수와 곡우를 전후해서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많은 수액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수와 곡우를 전후한 시기라도 바람이 심하고 비나 눈이나 강풍이 불면 수액이 적게 나온다고 하니 고로쇠 수액을 얻으려는 이들은 이맘때면 날씨 좋은 날을 고대하고 또 고대할 것이다.


봄이 오는 산에 들꽃을 만나러 간길, 마음이 급했는지 물을 가져가지 않았다.

아직 잔설의 기운이 남아있는 산이지만 한참을 걷다보니 갈증이 났다.

그런데 어느 나무에 호스가 꽂혀있고 비닐에는 물이 가득했다.

직감적으로 고로쇠 수액인줄 알고 주인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조금 나눠마셨다.

그 맛이란, 사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아마 작은 물통 같은 것이라도 있었으면 한 통 담아오는 염치없는 짓을 할 뻔도 했다.


그만큼 물 맛이 달았던 것이다.모든 나무에는 수액이 있지만 고로쇠처럼 내놓지 않는다.

밤 사이에 흡수한 물을 날이 풀리면 내놓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것을 갖지 않는 나무의 품성을 본다.

그리고는 화사하지 않은 연록의 작은 꽃을 총총하게 달지만 그 기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나무의 품새나 이파리의 크기에 비하면 작은 꽃, 그 작은 꽃도 은은한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소박한 아름다움, 그것을 간직한 것들만이 남에게 자신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것을 주는 나무,

심지어는 자신의 피라고 할 수 있는 수액까지도 주는 나무가 있으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제목의 책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나무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겠다.





네 몸뚱이에 상처를 내고 피처럼 흐르는 너를 마신다.
주고 또 주고도 모자라 피까지 내어주는 마음이 고맙고 측은하다.
겨울과 봄 사이 이파리를 내고 꽃을 피우려면 오랜 겨울의 갈증을 씻어버리려면 홀로 가져도 모자랄 것 같은데 밤사이의 수고를 다 주어도 기필코 푸른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나무 인간의 이기심으로 송송 뚫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무

- 자작시, <고로쇠 나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신기하다.

어쩌면 저런 품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걸 또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독초는 독초 대로, 약초는 약초 대로 그 쓰임새가 있다.


물론 사람에게 유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유용하면 그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자연을 대하면서 빠질 수 있는 함정 중 하나는 인간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인간을 그 중심에 놓을 수밖에 없다면,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들을 중심에 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태어나서 올 봄에 처음으로 훔치다시피 먹어본 고로쇠 수액 두어 모금의 향기가 그 꽃을 보고, 그 글을 쓰는 순간에 입안에서 은은하게 도는 듯하다.


솔직하게 나무에 구멍을 뚫어 그들의 피를 훔치는 인간들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 일들이 이어져왔는데도 고로쇠 나무는 잘 자라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나 동물들이 수액을 얻기 위해 상처를 내지 않으면 스스로 나뭇가지를 잘라서라도 수액을 배출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자위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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