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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를 꼽으라면 단연 커피일 게다. 세계인의 하루 커피 소비량은 25억잔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인의 경우 1인당 연간 300잔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진다. 웬만한 사무실 복도엔 커피 자동판매기가 없는 곳이 없고, 사무실 안에는 100봉지짜리 ‘업소용’ 커피믹스가 필수품인 세상이다.
하지만 커피의 성분 중 카페인이 있다는 점을 들어 독(毒)이라는 이도 있고, 암 발생을 줄여주는 약(藥)이라는 실험 결과도 나온다. 인터넷엔 커피를 이용한 다이어트방법도 나돌 정도다.
이렇듯 생활 깊숙이 파고든 커피. 하지만 우린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호기심 소년’이 발견한 커피
커피는 세계인의 기호식품이다보니, 이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기원에 관한 이야기도 가지가지다. 7세기 무렵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양치기 소년 ‘칼디’ 이야기는 그 중 대표적이다. ‘호기심 소년’ 칼디는 어느날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은 뒤 자지 않고 울며 소란을 피우는 걸 본 뒤 자신도 따먹어봤다. 전신에 활력이 넘치고 기분이 상쾌해지더란다. 이 사실을 가까운 이슬람 수도원에 알리면서 이후 수도승들이 각성제로 사용했고, 회교승들에 의해 여러 사원으로 퍼졌다고 한다.
또 다른 기원설도 있다. 이슬람 승려 오마르가 중병에 시달리는 성주의 딸을 치료한 뒤, 그만 공주를 사랑하게 됐다. 이에 성주는 오마르를 오자브라는 지방으로 유배시켰는데, 오마르는 그곳에서 우연히 커피열매를 발견해 괴질을 치료하는 약제로 사용했다. 그 덕에 면죄를 받아 귀향 후 커피를 전파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건 언제일까. 1895년 고종 임금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을 때 처음 맛보았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내 커피의 기원이다. 그로부터 불과 100년만에 커피는 한국인의 대표적 기호음료가 됐다.
▲ 마시는 보석, 커피의 유혹은 계속되고 있다. 커피콩을 볶아 만들어진 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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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마일드’가 최상품
커피는 현재 상업적으로 여러 대륙에서 재배하고 있는데, 원산지는 아프리카다. 그 중에도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우선 아라비카종(coffea arabica).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다. 카페인 함량이 적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원두의 70%를 차지한다. 아라비카 종은 다시 크게 마일드(mild)와 브라질(brazil)로 구분하는데, 마일드는 질 좋은 아라비카종에 붙이는 무역용어로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가 원산지이며 맛과 향이 뛰어나고 생산량도 많다. 브라질은 세계 제일의 산출량을 자랑하는 품종으로, 부드럽고 신맛이 강하다.
두번째 로부스타종(coffea robusta). 아프리카 콩고가 원산지다. 전세계 생산량의 20~30%를 차지한다. 아라비카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많으며 쓴맛이 강하고 향이 부족해, 인스턴트커피의 주원료로 많이 쓰인다. 앙골라 우간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된다.
끝으로 리베리카종(coffea liberica)은 아프리카 리베리아가 원산지다. 향미가 떨어지고 쓴맛이 강하며 리베리아, 수리남, 가이아나 등지에서 거의 자국 소비용으로 재배된다.
결국 커피 최상품은 에티오피아 마일드 커피로 꼽히는데, 요즘은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 그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거대 커피농장에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 농민과 어린이들이다. 국내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잔을 5000원 주고 마셨을 때, 커피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겨우 250원에 불과하다.
에티오피아 커피농장의 농민이, 한국에선 커피 한잔에 5000원을 주고 사먹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걸 마시는 사람들 참 가엽네요.” 에티오피아에선 커피 한 잔에 3에티오피아 센트(한국돈 약3원)이면 되니까.
커피, 약인가 독인가
커피는 많은 사람들이 기호식품으로 먹지만, 청소년들에겐 금기시되는 음료다. 카페인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는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일본 국립암센터의 2005년 보고에 따르면,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확률이 절반정도다. 또 2006년 국제암저널에는 “커피를 하루 1~3잔, 6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각각 10%, 25%, 6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커피 속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이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방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에서 커피, 홍차, 레드와인 등 기호식품의 폴리페놀량을 측정한 결과는 ‘커피> 레드와인> 홍차> 녹차’ 순이었다. 커피 속 카페인은 1%인 반면, 폴리페놀은 10%다.
명심할 것은 건강에 도움되는 것은 달고 풍성한 맛의 ‘다방커피’가 아니라, 설탕과 크림이 첨가되지 않은 블랙커피라는 사실.
세계인이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25억잔,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신다. 우리나라 사람이 1년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1인당 300잔이나 된다. 커피가 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적당량을 섭취하면 신경활동이 활발해지고 피로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 그래서 마시는 피로회복제에도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문제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카페인 중독’(caffeinism)이 생기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갑자기 카페인을 끊는다면 30~50%에서 18~24시간 내에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정신의학회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250㎎ 이상이면서 수면장애, 잦은 소변, 가슴 두근거림, 위장장애, 안절부절, 흥분, 동요, 근육경련, 지칠 줄 모름, 신경과민, 산만, 안면홍조 등 12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카페인 중독’으로 진단한다.
■ 대학생 하루 커피 1.6잔 마셔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팀이 국내 남녀 대학생 810명을 대상으로 카페인 중독성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들은 하루 평균 자동판매기 커피 1.6잔 정도에 해당하는 카페인(120.49㎎)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6.3%는 카페인 섭취에 따른 금단 증상을 경험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100㎎ 미만이 51.7%, 100~249㎎이 40.4%, 카페인 중독에 해당하는 250㎎ 이상이 7.9%였다. 하지만 의학적 잣대로 봤을 때 카페인 중독으로 볼 수 있는 대학생은 2.1%였다.
24시간 카페인 섭취를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금단 현상으로는 피로(37.7%)를 비롯해 졸림(17.6%), 두통(14.5%), 불안(8.3%), 우울(6.0%), 구역질(2.1%), 구토(0.7%) 등의 순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하루 카페인 섭취기준을 어른 400㎎ 이하, 임신부 300㎎ 이하, 19세 이하 청소년 및 어린이는 몸무게 1㎏ 당 2.5㎎ 이하로 정했다.
식약청 조사결과 커피 1잔(12g짜리 커피믹스 1봉 기준)에는 69㎎, 캔커피 1캔(175㎖)에는 74㎎, 커피우유 1팩(200㎖)에는 47㎎, 콜라 1캔(250㎖)에는 23㎎, 녹차 1잔(티백 1개 기준)에는 15㎎, 초콜릿 1개(30g)에는 16㎎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몸무게 22kg인 6세 어린이의 경우 섭취기준은 하루 55㎎ 이하가 되는데, 만일 이 어린이가 하루에 콜라 1캔, 초콜릿 1개, 커피맛 아이스크림 1개를 먹으면 카페인 섭취량이 68㎎에 달해 기준을 13㎎ 초과하게 된다. 또 몸무게가 52㎏인 15세 학생의 경우 하루에 캔커피를 2개만 마셔도 148㎎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돼 섭취기준 130㎎을 훌쩍 넘게 된다.
■ 이런 사람 카페인 멀리해야
정상적인 성인은 카페인을 하루 300㎎까지 별 무리없이 대사한다. 인스턴트 커피 4잔(차 5~6잔, 원두커피 3잔) 분량이다.
하지만 카페인에 아주 민감하거나 카페인으로 병이 생길 우려가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우선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어 잠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이뇨작용으로 인해 취침시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 잠을 방해할 수 있다. 꼭 마시고 싶다면 오전에 마시고, 잠자기 8시간 전부터는 되도록 카페인이 든 음식을 삼가야 한다.
뼈가 약한 사람도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하는데, 소변과 함께 칼슘과 철분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카페인을 하루 150㎎ 섭취하면 칼슘 배설량을 5㎎ 늘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 대학병원이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커피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골밀도가 낮아지고 골다공증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여성 호르몬이 감소해 뼈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카페인의 양을 줄여야 한다.
임신부는 하루에 카페인을 300㎎ 이상 섭취할 경우 자궁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카페인은 철분 흡수를 방해해 임신부나 태아가 빈혈에 걸리기 쉽다. 미국 국립독성원은 임신부의 카페인 섭취량을 하루 150㎎ 이하로 할 것을 권고한다.
또 카페인은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을 늘리므로 위궤양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나 위나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카페인은 신경을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어 건강한 사람도 카페인이 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간다. 심장이 약한 사람이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 도움말=가톨릭의대 성가병원 신경정신과 김대진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2008/06/26 한국일보 권대익기자 / http://new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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