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황충길 옹기명장의 전통예산옹기 전시박물관을 찾아서

영지니 2007. 3. 3. 19:54

 

 

옹기는 선사시대의 토기로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나라 식기문화의 발전적인 형태로서, 가공되지 않은 자연재료인 점토를 원료로 만든 토기에 나무를 태운 재와 부엽토를 섞어 발효시킨 천연 유약을 발라 고온에 구워 만든 그릇입니다. 옹기는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칭하는 말로서 만드는 방법에 따른 재질상의 차이로 질그릇, 푸레독, 반옹기, 옹기, 오지그릇으로 분류되며, 모양에 따라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운두가 높고 중배가 부르며 키가 큰 것은 '독'이라 하고, 위아래가 좁고 배가 부른 것은 '항아리'라고 합니다. 또 독보다 조금 작고 배가 부른 것은 '중두리', 중두리보다 배가 부르고 키가 작은 것은 '바탱이', 독의 뚜껑으로 쓰이는 굽 없는 접시 모양의 그릇은 '소래기',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쫙 벌어진 것은 '자배기'라고 합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생활풍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전통옹기는 곡식을 저장하고 식품을 보관하는 독과 항아리, 물동이, 양념단지, 시루, 약탕관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용품으로서 널리 애용되어왔습니다. 옹기의 입자는 물입자보다 작고 공기입자보다는 큰 구조로서, 물을 담아 놓았을 때 삼투압 현상으로 불순물을 빨아들여 그릇 벽에 붙거나 바닥에 가라앉혀 물을 맑게 하는 작용을 하며, 옹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탄소알갱이와 잿물유약은 쌀이나 보리 등의 씨앗을 넣어두어도 다음 해까지 썩지 않게 하는 방부성의 효능이 있습니다. 우리 음식은 김치와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의 발효식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안과 밖의 공기가 통하게 하여 천천히 발효되도록 하는‘숨 쉬는 그릇인 옹기’야말로 이들 식품 저장에 가장 적합한 용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옹기는 서구식 주거문화의 영향으로 장독대가 사라지고 김장독을 대신하는 냉장고와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에 밀려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평생을 외곬으로 옹기 제작에 열정을 바쳐온 소수 장인들의 손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면서 인체에 무해한 용기로서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전통옹기가 소비자들의 오랜 외면에서 벗어나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오랜 세월 고독한 장인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옹기공예부문‘명장(名匠) 1호’이신 황충길(黃忠吉,61) 명장님은 17세 때 가업을 이어 받아 처음으로 흙을 만진 후, 지금까지 40여년의 세월 동안 오로지 우수한 전통옹기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현대인의 식생활에 적합한 옹기를 개발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오셨습니다. 

황 명장님은 3대째 옹기 장인의 대를 이어온 분으로서, 현재 막내아들 진영씨(과장,33)가 대학에서 도예공부를 한 뒤 부친으로부터 옹기제작 기술을 전수받으며 4대째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옹기장이의 삶이 너무 힘들고 외로워 반대했었는데, 이제는 너무 고맙고 기특하게 여긴다"는 황 명장님은 “손자대까지도 가마터를 지켜 우리나라 최고의 가업계승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옹기 명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습니다.황 명장님은 전통예산옹기 공장이 있는 예산군 오가면 원천리에 '전통예산옹기 전시박물관'을 건립하여 우리 전통옹기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예산군 오가면 오촌리 전통예산옹기 전시박물관

 

 

황충길 명장님(전통예산옹기 대표) 

 

 

전통예산옹기는 연간 매출액 15억 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 유망 중소기업으로서, 전통 옹기 외에 냉장고용 김칫독을 비롯하여 200여종의 각종 옹기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통예산옹기는 현재 일반 시장과 백화점, 홈쇼핑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로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방문객 우측에 보이는 옹기 콩나물 시루는 가정에서 직접 무공해 콩나물을 길러먹을 수 있으며 겨울철에 방안에 습기를 제공하는 가습기 대용도 되고, 미나리를 키우거나 관상용 꽃을 심는 등 여러가지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옹기의 문양은 옹기를 만드는 장인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지만, 전반적으로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옹기의 대표적인 장식 기법은 손가락만을 이용하여 무늬를 나타내는 수화문입니다. 이 문양은 유약의 두께를 감정하기 위한 필요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힘찬 손놀림의 표현에서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예산옹기는 예전에 마당이나 광에 주로 보관되던 옹기를 실내 생활용기로 만들기 위해서 전통 조형미를 가미한 디자인을 개발했고, 실내 바닥이 긁히지 않도록 밑바닥을 매끄럽게 처리했으며 잘 넘어지지 않도록 안정성도 높였습니다.

 

 

맛 가마솥 - 옹기 가마솥(왼쪽)은 고슬고슬하고 윤기가 흐르는 맛있는 밥이 되고, 고소한 누룽지가 생겨서 옛날 가마솥에 끓인 구수한 숭늉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옹기의 투박한 질감이 멋스러운 간장귀단지

 

 

김장독과 간장독

 

 

위쪽 배가 불룩한 작은 항아리는 전통옹기 특자리입니다. 기존용기 보다 높이가 낮으며 배가 나와서 용량에 비해 작아 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칫독, 된장, 고추장독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내에 놓고 물항아리, 꽃꽂이 등 장식용으로도 쓸 수 있으며, 물을 담아놓으면 정화, 정수가 되고, 꽃을 꽂아 놓으면 시들지 않고 장기간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양귀 냄비

 

 

옹기 냄비에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는 맛이 구수할 뿐만 아니라,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한 찌개의 온도가 계속 유지됩니다.

 

 

아래 중앙에 둥근 원형의 냉장고용 김칫독은 음식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면서도 꾸준한 발효작용을 하며, 냉장고의 좁은 공간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옹기입니다.

 

미생물이 밀폐된 용기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 전통 옹기 밖에 없다고 합니다. 김장김치를 냉장고용 김칫독에 넣어 익히거나 보관하시면 알맞게 잘 익은 김장김치를 드실 수 있습니다.

 

 

아담하고 소박한 정감이 배어있는 다기세트

 

 

토속적인 옹기의 친근함이 느껴지는 머그잔

 

왼쪽부터 찬통, 주발세트, 밥공기, 반찬그릇, 설렁탕 그릇, 원형접시

  

 

우리 전통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용기로 쓰여 온 시루는 그릇 밑바닥 중앙의 큰 구멍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습니다. 시루를 보관할 때는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장독대 위에  바닥의 구멍이 하늘을 향하도록 엎어서 보관하였습니다.

 

 

전통예산옹기 쌀독(왼쪽)은 뚜껑에 손잡이가 달려서 사용이 편리하고, 미려한 디자인과 안정감을 주는 색상으로 실내 공간에 자연스럽게 잘 어울립니다. 옹기 쌀독은 여름철에도 쌀벌레가 생기지 않아서 미질을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뚜껑이 없는 옹기는 새우젓 독입니다. 대개 그늘진 처마밑이나 부억에 두었다고 하는데, 젓갈통의 수와 크기에 따라 그 집안의 살림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금, 깨, 고춧가루 등 마른 양념들을 담아 사용하던 단지입니다. 단지 수가 하나인 것부터 여섯인 것까지 있는데, 단지 수가 많은 것일 수록 부잣집에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꿀단지와 꽃단지(손잡이), 양념통

 

 

옹기의 생김새가 마치 자라처럼 생긴 자라물병입니다. 좌우 양쪽과 아래쪽에 구멍이 있고, 이 구멍에 줄을 묶어서 들고 다녔습니다.

 

 

현대의 미적감각에 맞게 디자인한 원형접시와 사각접시입니다. 우리 음식은 옹기그릇에 담아놓으면 더욱 맛깔스럽게 보이는 특성이 있으며, 수저나 젓가락이 투박한 그릇에 부딪힐 때 나는 둔탁한 소리는 도자기 그릇의 쨍그랑하고 울리는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감어린 시골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전통 항아리 형태를 도입한 항아리 머그잔

 

 

오른쪽 맨 뒤쪽에 코끼리 코처럼 길게 주둥이가 나온 8자 모양의 옹기는 '소줏고리'라는 것으로 양조주를 증류시켜서 소주를 만들어내는 용기입니다. 무쇠솥에 양조주를 담고 이 소줏고리를 올려놓은 다음 은근한 불을 지펴서 수증기를 발생시키면 모인 물방울들이 돌출된 주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소주입니다.

 

 

전통예산옹기 전시박물관 뒤편에 있는 전통옹기공예 학습체험관 모습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옹기체험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및 단체체험, 가족체험, 취미수강 등으로 나뉘며 옹기제조과정 견학 및 전통가마 견학을 하고, 수작업과 전기물레작업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전통옹기의 미적 가치와 실용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통예산옹기 전시박물관! 예산을 찾아오시는 분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둘러보고 가야할 전국적으로 소문난 예산의 명소입니다. 


'박물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경북지역 박물관   (0) 2007.03.03
제주지역 박물관   (0) 2007.03.03
물 속에서 공연을 즐기는 `거창세계연극제`   (0) 2007.03.03
옹기민속박물관   (0) 2007.03.03
한국만화박물관   (0) 2007.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