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파에톤

영지니 2007. 5. 31. 17:05

제 5 장 파에톤 PHAETON




조셉 하인즈 Joseph HEINTZ the Elder(1564 - 1609),
[파에톤의 추락] The Fall of Phaeton,
1596, Oil on wood, 122,5 x 66,5 cm
Museum der Bildenden Künste, Leipzig

파에톤은 아폴론과 님페인 클뤼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네가 무슨 신의 아들이냐고 비웃었다. 파에톤은 노엽고 부끄러운 나머지 집을 돌아가 모친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만일 제가 신의 아들이라면 어머니, 그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그리고 저의 이 명예스러운 신분을 보장해 주십시오."
클뤼메네는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말했다.
"내가 네게 한 말이라는 것에 대한 증인으로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태양신을 내세우겠다. 만약 내 말이 거짓이라면 당장 죽어도 한이 없겠다. 그리고 네 자신이 가서 물어보는 데 별로 큰 힘이 들지 않을게다. 태양이 떠오르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 접경하고 있다. 가서 태양신에게 너를 자기의 아들로 인정하느냐고 물어 보아라."
파에톤은 이 말을 듣자 기뻤다. 그는 바로 해뜨는 지방에 해당하는 인도를 향해 길을 떠났다. 그리고 희망과 자신에 넘쳐서 그의 아버지의 여로의 출발점인 목적지에 접근하였다. 태양신의 궁전은 원주(원주) 위에 높이 솟아 황금과 보석으로 빛나고 있었다. 천정은 잘 닦아서 윤이 나는 상아(상아)로 되어 있었고 문은 은으로 되어 있었다. <재료들보다도 그것들을 가공한 솜씨가 더 훌륭하였다.> 왜냐하면 벽에는 헤파이스토스가 대지와 바다와 공중과 그 주민들을 그렸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님페들이 있어 물결 속에서 장난도 하고 혹은 고기의 등에 타기도 하고, 혹은 바위 위에 앉아 바닷물과 같은 푸른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은 다 같다고도 할 수 없고 같지 않다고도 할 수 없었다.> 말하자면 동기간과 같은 모습이었다. 대지에는 마을과 숲 그리고 내와 전원의 신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 모든 것 이에는 영광스러운 천계(천계)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또 은으로 된 문에는 양쪽에 여섯 개씩, 12궁의 성좌가 조각되어 있었다.
클뤼메네의 아들은 험한 오르막길을 올라가서 논쟁거리가 된 그의 아버지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광선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를 못하였고 발을 멈추었다. 아폴론은 자주빛 옷을 입고, 금강석을 박은 듯이 반짝이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좌우에는 날[일]의 신과 달[월]의 신과 해[년]의 신이 서 있었고, 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때[시]의 신들이 서 있었다. 봄의 여신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었고 여름의 신은 옷을 벗은 채 익은 곡식줄기로 된 관을 쓰고 있었으며, 가을의 신은 발이 포도즙을 더럽혀져 있었고, 얼음이 언 겨울의 신은 흰 서리로 모발이 굳어져 있었다.
이러한 시종들에게 둘러싸인 태양신 아폴론은 삼라만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이 진기하고 장려한 광경에 눈을 굴리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대체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젊은이는 대답했다.
"오, 끝없는 세계의 빛, 빛나는 태양의 신, 나의 아버지-이렇게 불러도 좋다면-제발 제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파에톤은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아폴론은 머리에 쓰고 있던 빛나는 관을 벗어 옆에 놓고, 젊은이에게 좀더 가까이 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를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너는 내 아들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너의 어머니가 너에게 말한 바를 확증한다. 너의 의심을 풀기 위하여 무엇이든지 네가 원하는 선물을 줄 테니 말해 보아라. 나는 아직 본 일이 없다마는 우리 신들이 가장 엄숙한 약속을 할 때 내세우는 저 무서운 강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
파에톤은 즉석에서 태양의 이륜차를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부리게 해달라고 하였다.


오딜롱 르동 Odilon Redon(1840-1916),
[파에톤] Phaethon,
pastel, private collection

부친은 약속한 것을 후회했다. 몇 번이나 머리를 흔들며 거절했다. 그는 말했다.
"너는 너무 경솔한 말을 하는구나. 그 청만은 거부하고 싶다. 너도 철회하기를 바란다. 그런 청을 들어 준다는 건 도리어 너에게 해가 될지도 모르겠고, 또 너의 연령과 힘에 벅차다. 너는 인간인데도 인간의 힘에 겨운 것을 원하고 있다. 너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들까지도 감히 생각지 못하는 일을 해보려 한다. 나 외에는 저 타오르는 날[일]의 차[차]를 부릴 자는 없을 것이다. 무서운 오른팔로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까지도 이것만은 불가능하다. 그 차가 가는 길은 처음엔 험해서 말들이 아침에도 오르기 어렵다. 중간의 길은 높은 하늘에 있기 때문에 나도 나의 밑에 가로놓여 있는 지구와 바다를 정신 아찔해서 내려다보기가 곤란할 정도이다. 그리고 최후의 길은 경사가 심해서 차를 부리는 데 가장 경계를 요한다. 나를 접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내가 거꾸로 넘어지지나 않을까 근심하여 떠는 일이 종종 있다. 뿐만 아니라, 하늘을 늘 회전하면서 여러 별들을 가져온다. 나는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그 회전운동에 휩쓸리지 않도록 부단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내가 너에게 그 이륜차를 빌려 준다면, 너는 어떻게 할 작정이냐? 천구(천구)가 밑에서 회전하고 있는데, 진로를 똑바로 유지할 수 있겠니? 아마 너는 도중에 신들이 사는 숲과 마을도 있고 궁전과 신전도 있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실은 그렇지 않고, 길은 무서운 괴물들 사이를 통과한다. 사수궁(사수궁) 앞에 있는 황소(금우궁)의 뿔 곁을 지나고, 활을 든 반인반마(반인반마)의 괴물 앞을 지나고, 사자궁 턱 가까이 가기도 하고 전갈[천갈궁]이 한편으로 팔을 뻗치고 다른 편에는 게[천해궁]가 팔을 밖으로 구부리고 있는 곳도 통과한다. 또한 이륜차를 끌고 가는 말을 몰기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말들의 가슴은 입과 콧구멍으로부터 내뿜는 불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말들이 말을 듣지 않고 고삐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그들을 지배하기 쉽지 않다. 잘 생각해 보아라. 만약 너에게 이륜차를 빌려 준다면 너의 생명이 위태롭게 될지도 모를 것이니까, 아직 늦지 않으니, 너의 청을 취소하라. 네가 나의 혈육이란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한다면, 내가 너를 위해 걱정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날 봐라. 네가 나의 가슴 속을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넌 한 아비로서의 걱정을 그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계속 말했다.
"자, 세계를 돌아보고, 바다의 것이든 지상의 것이든 네가 가지고 싶어하는 가장 귀중한 것을 골라 그것을 청하라. 네 마음대로 해줄 것이니, 오직 이륜차만은 조르지 말아라. 그것은 명예가 아니고 파멸을 초래할 뿐이다. 아직도 내 목을 껴안고 조르는구나. 네가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이륜차를 주마-서약을 한 이상 지키지 않으면 안되니까-그러나 좀더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아폴론은 말을 맺었다. 그러나 파에톤은 아무리 훈계를 해도 듣지 않고 처음 소원을 굽히지 않았다. 아폴론이 거듭 설득하였으나 듣지 않으므로, 하는 수 없이 천계의 이륜차가 놓여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 이륜차는 헤파이스토스가 선사한 것으로서 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차축(차축)도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채와 바퀴도 금으로 되어 있었으며, 바퀴의 살만 은으로 되어 있었다. 좌석의 측면에는 감람석과 금강석을 박은 것이 여러 줄 있었는데, 그것이 태양의 광선을 사방으로 반사하였다. 대담한 젊은 파에톤이 감탄하면서 들여다보고 있을 때, 새벽의 여신은 동쪽의 자주빛 문을 열어 젖히고 장미꽃을 여기저기 뿌린 길을 나타냈다. 별들은 금성의 지휘하에 물러나고 마침내는 금성도 퇴각하였다. 아버지 아폴론은 지구가 붉게 빛나기 시작하고 달의 여신도 퇴각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시간의 신들에게 명령하여 말들에게 마구를 지우게 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높은 마구간으로부터 암브로시아로 배가 부른 말을 몇 필 끌어내어 고삐를 맸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에다 영약을 발라 주어 화염(화염)에 견딜 수 있도록 하였다. 아버지는 전에 벗어놓았던 빛의 관을 머리에 다시 쓰고 불길한 일을 예감한 듯이 탄식하였다.
"내 아들아, 적어도 한 가지만은 명심하여 아비의 말을 들어야 한다. 다름 아니라 채찍질은 삼가고 고삐를 꼭 쥐고 있어야 한다. 말들이 멋대로 질주하므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다섯 개의 궤도를 곧장 달리지 말고 왼편으로 비켜가야 한다. 중간지대만을 가고 북극지대나 남극지대는 피해야 한다. 가다 보면 수레바퀴 자국을 볼 것이다. 그것이 길의 방향을 가르쳐 주리라. 공중과 지구가 다 적당한 열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진로를 너무 높이 잡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천상에 있는 신들의 십을 태워 버릴 것이다. 또 너무 낮게 잡으면 지상에 불을 지르게 될 것이다. <중간 진로가 제일 안전하고 좋다.> 이만큼 말했으니, 나는 너를 운명에 맡긴다. 행운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인력보다도 운명에 달린 것이니까. 밤이 서쪽 문 밖으로 나가고 있으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어서 고삐를 잡아라. 만일 자신을 잃을 때는 내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럴 때는 어디든지 안전한 곳에서 말을 멈추어라. 그리고 지구를 비추고 따뜻하게 하는 일은 나에게 맡겨라."
이 민활한 젊은이는 이륜차에 뛰어오르자 가슴을 활짝 펴고 기쁨에 넘쳐 고삐를 잡았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그동안에 말들은 콧바람을 불고 불을 뿜는 숨을 내쉬며 성급하게 발을 구르고 있었다. 고삐를 풀어 주니, 우주의 무한한 대평원이 그들 앞에 전개되었다. 그들은 앞으로 돌진하여 안전을 가로막고 있는 구름을 헤치고, 같은 동쪽 지점에서 출발한 미풍보다도 앞서 나아갔다. 말들은 짐무게가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짐을 싣지 않은 배가 해상에서 이리저리 동요하는 것과 같이 이륜차도 전과 같은 무거운 짐이 없기 때문에 빈 차처럼 덜컹거렸다. 말들이 함부로 돌진하였기 때문에 평소의 궤도를 벗어나게 되었다. 파에톤은 깜짝 놀라 어떻게 말을 몰지 몰랐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힘이 부족하였다. 맨 처음에 대웅성과 소웅성이 불에 그을었다. 그들은 가능하면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북극에서 몸을 사리고 움직이지 않은 채,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누워 있던 뱀[사성좌]은 온기를 느끼게 되자, 다시 광포한 성질이 솟아나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견우성은 쟁기를 끌고 날쌔게 움직이는 데 익숙하지는 않았으나 어느 새 달아났다는 것이다.
 
불운한 파에톤은 그의 다리 밑을 한없이 전개된 지상을 내려다보았을 때, 안색이 창백해지고 무릎이 공포로 인해 떨렸다. 사방이 휘황찬란한데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흐릿해졌다.
아버지의 말에 왜 손을 댔던가, 아버지가 내 소원을 끝까지 거절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후회했다.
그는 폭풍우에 흔들리며 배와 같이 떠내려 갈 따름이었다.
그럴 때는 유능한 뱃사공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기도만 올릴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먼 길을 지나왔으나, 앞으로 남은 길은 더 멀다. 그는 눈을 한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출발점을 돌아보기도 하고 도착할 것 같지도 않은 해 지는 나라를 쳐다보기도 하였다. 그는 자제력을 잃고 어찌할 바랄 몰랐다-고삐를 죄어야 할 것인가, 늦춰야 할 것인가, 말들의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천상의 도처에 산재해 있는 여려 괴물들의 형태를 보고 공포로 인해 떨었다. 특히 전갈[천갈궁]은 큰 두 팔을 벌리고 꼬리와 굽은 발톱은 12궁 중 두 궁에 삐쳐 있었다. 파에톤은 독기를 풍기고 송곳니로 위협을 하는 이 전갈을 보는 순간 정신을 잃고 고삐를 놓았다.
등에서 고삐가 풀린 것을 느끼자, 말들은 줄달음질을 치고 공중의 미지의 영역으로 별들 사이를 멋대로 돌진하여, 이륜차는 길도 없는 곳에 내던져지고 때로는 높은 하늘 위로 오르고 때로는 거의 지구 가까이 까지 내려갔다. 달의 여신은 오라비의 이륜차가 자기의 차 밑을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구름은 연기를 내기 시작하고, 산꼭대기에서는 불이 났다. 들은 열 때문에 마르고 식물은 시들고 잎이 무성한 수목은 타고 추수한 곡식은 화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큰 도시들이 순식간에 그 성곽과 탑과 더불어 소실되었다. 모든 국민이 재가 되었다. 아토스,타우로스,트몰로스,오이테 등 살림이 우거진 산들도 탔다. 샘으로 유명하던 이다 산도 이제는 다 말라 버렸고, 무우사 여신들이 사는 헬리콘 산도 또 하이모스도 타버렸다. 아이토나는 안팎으로 불이 붙고, 파르낫소스 산의 두 봉우리도 다름이 없었고, 로도페 산은 눈으로 된 관을 벗지 않으면 안되었다. 북극의 추위도 스퀴티아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카우키소스 산도 타고, 옷사 산도, 핀도스 산도, 또 이 두 산보다 큰 올륌포스 산도 탔다. 공중에 높이 솟은 알프스 산이나 구름의 관을 슨 아페닌 산도 모두 타버렸다.
 
파에톤은 온 세계가 불바다가 된 것을 보았고 자신도 그 열기로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가 호흡하는 공기는 커다란 용광로에서 뿜어내는 열기처럼 뜨거웠고, 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정처없이 달아났다. 이때부터 이디오피아 인들은 열 때문에 갑자기 체내의 검은 피가 표면에 몰려 피부색이 검어졌으며 리비아 사막도 열 때문에 모두 증발되어 오늘날의 상태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샘의 요정들은 머리를 풀고 말라가는 물을 슬퍼하였는데, 둑 아래를 흐르는 강도 또한 무사하지는 않았다. 타나이스 강도 카이코스 강도 크산토스 강도 마이안드로스 강도 모두 증발해 버렸다. 바빌론의 에우프라테스 강도 갠지스 강도 사금(사금)이 나오는 타고스 강도 백조가 머물고 있는 카위스트로스 강도 모두 말라버렸다. 나일강은 달아나 사막 속에 그 머리를 숨겼기 때문에 지금도 거기에 숨겨져 있다. 옛날에는 이 강도 일곱 개의 입에서 물을 바다로 배출하고 있었는데 그곳도 지금은 일곱 개의 마른 하상(하상)이 남아 있을 분이다. 대지는 크게 갈라지고, 그 틈으로 광선이 명계(명계)인 타르타로스까지 비춰 명부(명부)의 왕과 여왕을 놀라게 했다. 바다는 오그라들었다. 전에 바닷물이 있던 곳은 건조한 평원이 되고 물결 밑에 파묻혔던 산은 머리를 들고 섬이 되었다. 물고기들은 가장 깊은 곳을 찾아가고 돌고래는 전과 같이 해사에서 놀 용기를 잃었다. 바다의 신 네레우스와 그의 아내 도리스까지도 네레이스라 부르는 딸들을 데리고 제일 깊은 바다 속 동굴로 달아나 버렸다. 포세이돈은 세 번이나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대지의 여신은 물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머리와 어깨는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늘을 향하여 쉰 목소리로 제우스를 불렀다.
 
"오, 신들의 지배자여, 만일 내가 이러한 대우를 받아 마땅하고 불에 타 죽는 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왜 당신은 번개를 내리지 않으십니까? 기왕 죽이시려거든 직접 손을 내려 죽여 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다산(다산)과 충실한 봉사에 대한 보수입니까? 나는 가축에겐 풀을, 인간에겐 과실을 주었고, 당신의 제단에는 유향(유향)을 바쳤는데, 그 보수가 이것입니까. 설령 나를 도외시한다 하더라도, 내 동생 오케아노스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운명을 겪어야 합니까? 또 우리 둘이 다 당신의 동정을 받을 수 없다면, 원컨대 당신 자신의 하늘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궁전 지주(지주)가 연기를 뿜고 있는 것을 보십시오. 그것이 타버리면 궁전은 허물어질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아틀라스 신까지도 쇠약해지고, 그의 짐을 감당 못할 정도입니다. 하늘이 바다와 지구를 사멸시킨다면 우리는 옛날과 같은 카오스로 떨어질 것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이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화염으로부터 구출해 주십시오. 이 무서운 순간에 우리의 구제책을 강구해 주십시오."


루벤스 Peter Paul Rubens(1577-1640),
[파에톤의 추락] The Fall of Phaeton,
1605, oil on canvas,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이와 같이 대지의 여신이 호소했는데, 뜨겁고 목이 말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다. 전능한 제우스는 이 광경을 보이려고 모든 신들(그 가운데는 파에톤에게 이륜차를 빌려 준 아폴론도 있었다)을 소집하여, 긴급 구제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멸망하리라는 것을 설명하고 높은 탑으로 올라갔는데, 이 탑은 항상 제우스가 그 위에서 구름을 지상에 퍼뜨리고 갈라진 모양의 번갯불을 던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지상을 가릴 구름이 한 점도 없었고, 빗방울도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았다. 제우스는 우뢰 소리를 내고, 번쩍이는 전광을 오른손에 쥐고 흔들다가 이륜차를 몰던 파에톤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파에톤은 그의 좌석에서 떨어지면서 절명하고 말았다. 파에톤은 머리털에 불이 붙고, 공중에 빛나는 줄을 그으면서 추락하는 유성과 같이 거꾸로 떨어졌다. 강의 신인 에리다노스는 그를 받아들여, 불이 붙은 그의 시체를 식혀 주었다. 이탈리아의 나이아스들은 그의 분묘를 세우고, 다음과 같은 비문을 묘석에 새겼다.

아폴론의 이륜차를 몰던 파에톤
제우스의 번갯불에 맞아 이 돌 밑에 담들다.
그의 아버지의 화차를
뜻대로 부리지는 못했지만
그의 뜻만은 고매하였다.

파에톤의 자매들은 오빠의 운명을 탄식하고 있는 동안에 강가의 포플라나무로 변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흐른 그녀들의 눈물은 강에 떨어져 호박(호박)이 되었다.

출처 : 아름다운 미술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