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란 자신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남도 즐겁게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입춘(立春)이라고 하니 옛 풍습에 따라 해 뜨기 전에 일어나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고 입춘시가 되면 <立春大吉>이라고 쓴 입춘축 한 장 거나하게 붙여보아야겠다. 그런데 눈 뜨고 일어났는데 어째 갑자기 ‘꾼’이란 말이 생각이 날까. 살아가면서 꾼 돈이 많아서인가? 아님 꾼 꿈이 많아서인가? 아무튼 국어사전에서 ‘꾼’이란 말을 찾아보았다.
'(명사)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이라... 그래서 ’누리꾼‘이라고 하는구만. 즐기는 사람이란 뜻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꾼이란 즐기는 사람이란 말인데 요기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띵하다. <즐긴다>라는 말에 가시가 돋쳐있기 때문이다.
기실 꾼이란 자신이 즐기면서도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공유를 한다는 뜻으로 많이 쓰였다고 늘 생각을 해 오던 나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주변에 환경이 주로 나보다는 좋은 사람들만 만났기 때문인가도 모른다.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왜 남과 공유를 하고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 꾼들을 호명해 보자.
농사꾼 / 농사를 지어 나만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니다. 예전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농사소리에 보면 ‘이 농사를 얼른 지어 나라님께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선영봉제 마친후에 처자권속 배불리세’라는 사설이 있다. 즉 농사꾼이란 단순히 나만 잘 먹는 것이 아니고 나와 이웃, 그리고 나라까지 걱정을 했다.
장사꾼 / 장사를 한다는 것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한다. 하지만 그 이문을 그냥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도 이문을 남겨 생활에 보탬을 주지만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날라다 주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니 서로 상부상조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풍물꾼 / 풍장을 치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 전문적인 기예를 펼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도 자신의 기예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즐김이라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신이 노력을 하여 갖게 된 예인으로서의 능력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써 함께 공유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춤꾼, 소리꾼 등 다양한 예능의 전문가 집단이 있다고 하겠다.
상여꾼 / 출상을 할 때 상여를 메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날에는 영구차로 씽~ 하고 장지로 가는 것이 아니고 꽃상여를 만들어 여러 사람이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에 발을 맞추어 장지로 향하고는 했다. 이 안에 발을 못 맞추는 짝발이라도 있으면 곤란을 당한다. 그러니 자연 발맞추고, 소리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좋은 꾼들은 오랜시간 한가지 일에 정진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꾼이란 참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정말 알 수 없는 한 가지가 자꾸만 날 괴롭힌다. 꾼이란 다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꾼도 있기 때문이다. 사기꾼도 있고 훼방꾼도 노름꾼도 있기 때문이다. 사기꾼을 찾아보니 '(명사)사기를 임삼는 사람. 사기사(詐欺師). 사기한(詐欺漢)'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사기란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사람이란 뜻이다. 훼방꾼이란 남의 일에 훼방을 놓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 좋은 꾼이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노름꾼이야 노름에 미쳐 가정을 돌보지 않는 사람이니 오죽하리오. 왜 같은 꾼인데 좋은 꾼과 나쁜 꾼이 있는 것일까? 여기까지는 ‘세상사가 그렇지 머’하고 위안을 했다. 내가 무슨 철학자도 아니니 꼭두새벽부터 이것을 갖고 머리 깨지기 싫어서다. 그래서 나는 평생 제대로 된 꾼은 못해볼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꾼’은 좋은 꾼과 나쁜 꾼으로 구별이 된다. 좋고 나쁘고의 기준은 본인들 스스로가 구분을 하면 되겠지만, 단 하나 정말 구분을 할 수 없는 꾼이 있어 뒷머리만 복잡하게 만든다. 할 수 없이 글을 올려 요 꾼이 좋은 꾼인지, 나쁜 꾼인지 판단을 해보아야겠다. 바로 <정치꾼>이다. 왜냐하면 사전에 정치꾼이란 단어가 나오지를 않아서다. 내가 생각할 때는 정치꾼이란 ‘정치를 해서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민들의 권익보호와 복지를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런 전문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아무리 보아도 국민을 위해 노력을 하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저 혼자 잘 먹고, 국민들을 내동댕이친 것처럼 보여 하는 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입춘 날 이른 시간 내가 잘못된 것이니 머리부터 찬물에 감아야겠다.
그런데 요 정치꾼이란 것 참 희한하기도 하다. 요즘 가만히 보면 먼가, 심상치가 않은데 이걸 잘 모르겠다. 머 국민들을 위해서 잘하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이 대목에서는 코미디에서 하는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버전으로 한마디 해보니 재미있다. 그래서 이왕 재미있는 김에 안어벙님인가의 버전으로 ‘요거 놀이 됩니다. 지들끼리 재미있게 잘 놉니다. 요거 아주 재미있습니다. 머 국민들이야 알아서 살 테고 요거 새 판짜기도 할 수 있고 대선놀음도 아주 재미있게 됩니다.’라고 해보니 정말 재미있다.
입춘 날 아침부터 객소리를 한 이유는 이러하다. 꾼 중에는 좋은 꾼과 나쁜 꾼이 있는데 이왕이면 선을 확실히 긋고, 자신의 이익과 명성만을 쫒는 그런 나쁜 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들을 생각하는 그런 전문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아침부터 또 뉴스에서 애매모호한 사람들 얼굴이 보인다. 얼른 채널 돌려버려야지.
출처 : | 누리의 취재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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