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칠보면의 칠보산 사자봉 석탄사.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절집이지만 세간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천년 고찰이다. 석탄사는 깎아지른 산비탈에 선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차로 구절제 못 미쳐 허궁실로 접어들어 자동차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를 곡예를 하듯 들어가야 하는 절집이다. 낯선 길을 여러 번 물어 찾아 들어간 석탄사. 겨우겨우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찾아간 석탄사는 절로 탄성이 나오게 만든다.
순창에서 정읍 칠보면을 향해 가다가 보니 좌측에 석탄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석탄사라, 이름이 하도 해괴하단 생각에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길을 잡았다. 입구에서 4km 정도라고 하니 그리 먼 곳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 마을을 들어서면서부터 그냥 4km 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좁은 시골 마을길을 이리저리 돌아 겨우 찾아간 석탄사는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다. 절집을 찾아가면서 길 아래를 보니 천 길 낭떠러지다. 절에 오르니 저만큼 까마득히 아래에 마을이 보인다.
석탄사를 오르다가 아래를 보니 저 밑 까마득히 마을이 보이고
석탄사 입구에 홀로 서 있는 부도
대웅전 앞에는 탑과 종각이 벼랑위에 서 있다
석탄사에는 「탄사복설」이라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전해진다. 조선조 헌종 때 석탄사 아래 원촌마을에 이안복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남의 집 머슴을 살면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며 살았는데, 하루는 주인집 소를 끌고 가다가 사서삼경을 팔러 다니는 책장사를 만났다. 책장사는 사서삼경을 보이면서 “이 속에 정승판서가 다 있다.”고 외쳐대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들은 이안복은 서슴없이 주인집 소와 그 책을 바꾸어 버렸다. 그 대신 주인집에 와서는 소 값에 해당하는 만큼 몇 년 더 머슴을 살겠다고 자청을 했다. 이안복은 그렇게 해서 구한 책들을 아들 삼형제에게 주면서 석탄사로 가서 공부를 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아들들은 철이 없어 매일을 놀면서 소일을 했다.
석탄사 대웅전.
삼성각
석탄사의 식수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청정수를 이용한다.
종의 밑에 똟어놓은 공명통
아이들을 석탄사로 공부를 보낸 이안복은 아들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가를 볼 겸해서 석탄사에 올라가보니, 삼형제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퉁소를 불고 장구를 치며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목격한 이안복은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아들들이 놀고 있는 방문 앞에 밤새도록 엎드려 있었다. 아들 중의 하나가 화장실에 가려고 새벽에 방문을 열고 나와 보니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등에는 눈이 하얗게 쌓인 체 절 마당에 엎드려 있었다. 이를 본 아들들은 눈물을 흘리고 반성하였으며, 열심히 공부에만 정진을 해, 이 후로 삼형제가 모두 과거에 급제하게 되었다.
석탄사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까마득하고, 모든 산들은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대웅전과 삼성각, 종각 등 산비탈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석탄사는 그냥 암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고 뒤돌아 나오는 길에 좁은 산길을 아이들 4명이 올라온다. 어른들이 다녀도 힘든 길을 웃고, 떠들며 올라오는 아이들. 어디 사느냐고 물으니 석탄사에 산단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서 석탄사 조실 스님께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소리가 사실이었나 보다. 물론 스님의 아이들은 아니다. 누가 형이냐고 물으니 사내 아이 하나가 씩씩하게 저라고 대답한다. 형이 아우들을 인솔해 놀이를 하면서 그 힘든 석탄사 길을 매일 이렇게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니 대견해 보인다. 그래 너희들이 바로 이안복의 자식들처럼 이 다음에 다 과거에 급제를 할 아이들이로구나를 생각한다.
걸어서는 올라오기도 힘든 하늘 아래 걸린 절 석탄사. 그 조그마한 절집에 큰마음이 있음을 알고는, 뒤돌아 나오는 길이 편안하다. 자비는 바로 자신이 만들어간다는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자비행을 몸소 실천하는 작은 절집 석탄사.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석탄사를 다시 오르고 싶다.
출처 : | 누리의 취재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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