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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군 무기 64] 명품 국산 항공기 ‘KT-1 웅비’

영지니 2010. 10. 30. 15:42

 

 

[기획 한국군 무기 64] 명품 국산 항공기 ‘KT-1 웅비’

 

 [서울신문 M & M]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만든 무기들이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것들과 경쟁을 하고,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군에서 국산 무기를 찾아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국의 것을 우리나라에서 면허생산한 적은 많았지만 '진짜 국산'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율곡사업 같은 대규모 국방사업이 추진되면서 육군이나 해군은 사정이 나아졌으나, 공군은 여전히 거의 모든 항공기와 폭탄, 미사일 등이 외제로 채워졌다.

 

 

 

 

 

 

이러한 점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도 당당히 국산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무기가 있으니, 바로 'KT-1 웅비'(雄飛)다.

KT-1은 개발 도중 사출좌석 오작동으로 시제기가 추락하고, 보다 빠른 전력화를 원했던 공군이 국내개발이 아닌 해외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뻔한 위기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비를 무사히 넘기며 웅비란 이름그대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었다.

◆ 10대 명품 무기, KT-1 웅비

공군은 1999년 당시 대우중공업(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과 85대의 KT-1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2000년 11월 공군에 인도된 KT-1은 노후한 'T-37C'를 대신해 공군의 차기 중등훈련기로 활약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은 'T-103'을 이용한 초등훈련과 KT-1을 이용한 중등훈련, 마지막으로 'T-50'을 이용한 고등훈련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에선 제트엔진을 장착한 T-37C를 프로펠러 엔진(터보프롭)을 장착한 KT-1이 대체하는 것에 의문을 갖기도 했으나 비행성능만 본다면 KT-1이 T-37C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KT-1은 최신 사출좌석(Ejection Seat)을 장착해 조종사의 생존성이 월등히 향상됐으며, 양력을 잃어버리고 조종불능에 빠지는 실속(失速)에 들어가더라도 자동으로 자세를 회복하는 등 훈련기로써 안전성도 매우 뛰어나다.

1998년에는 KT-1을 시승해 본 영국의 항공전문지 '플라이트인터내셔널'에 의해 성능과 안전성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2001년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에 7대, 금액으로 6000만 달러(약 670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5대를 더 주문해 모두 12대의 KT-1을 도입했다.

2007년에는 터키와 40대의 KT-1수출계약을 맺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군형은 KT-1B, 터키 공군형은 KT-1T로 불린다. 국산 항공기가 해외에 수출된 것은 KT-1이 최초로 이러한 성능과 실적을 바탕으로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선정한 10대 명품 무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 최초의 국산 항공기(?), KT-1

'KT-1'은 '최초의 국산 항공기'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최초'는 아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0월, 공군은 기존의 항공기 부품을 이용해 길이 6.6m, 날개폭 12.7m의 소형 경비행기를 자체 제작해 운용한 바 있다.

시속 180㎞로 비행이 가능했던 이 경비행기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전쟁의 상처를 딛고 부활한다는 뜻으로 '부활호'란 휘호를 받기도 했다.

다소 허술했던 외관과 달리 비행성능은 준수했던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55년 대구의 한국항공대학이 인수해 1960년까지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항공기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미국이 가져갔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으나, 2004년 1월 한국항공대학이 옮겨간 자리에 들어선 경상공업고등학교의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공군은 부활호를 수거해 그해 10월까지 복원을 마치고 공군사관학교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다만 공개된 부활호는 실제 비행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현재 경상남도와 사천시최초의 국산 항공기인 부활호를 개량,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2월 첫 비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부활호는 생산기반이 전무했던 전쟁직후에 등장한 까닭에 양산에 이르지 못했으며, 운용기간도 길지 않았다. 운용에 대한 기록도 사진 몇 장이 전부였을 만큼 최초의 국산 항공기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부활호 이후 대한항공이 자체 개발한 '창공91' 경비행기도 있었으나 이 역시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설계부터 양산까지 모두 성공한 국산 항공기는 KT-1이 최초라 할 수 있다.

◆ 이제는 공격기다! KA-1

공군은 KT-1을 개발하면서 경공격기로의 전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운용 중이던 'O-2A' 전선항공통제기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선항공통제기란 아군과 적군이 근접한 상황에서 공군의 폭격을 정확히 유도하기 위해 기관총이나 연막로켓 등을 통해 적군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항공기를 말한다.

지상군의 폭격 요청이 접수되면 전선항공통제기가 적군의 위치를 표시한 후 폭탄을 매달고 기다리는 전투기가 해당 지역을 폭격하는 식이다.

전선항공통제기는 저공을 비행하면서 적의 위치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린 항공기를 이용하는게 일반적이었고, 적의 대공사격을 고려해 기동성 역시 뛰어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공군은 KT-1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이후, 이를 전선항공통제기로 개량한 'KO-1'의 개발에 착수해 2005년 첫 번째 기체를 실전에 배치했다.

KO-1은 원형인 KT-1과 비교해 항공전자장비가 강화됐으며 주날개 아래 보조연료탱크와 로켓발사기, 폭탄 등을 매달 수 있는 파일런을 설치해 항속거리를 늘리고 공격력을 갖췄다.

이후 KO-1은 기관총 포드(POD)와 표적획득장비인 'TADS', 유도로켓 등이 차례로 도입, 개발되면서 보다 다양한 임무를 맡게 돼 명칭을 'KA-1'으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기존의 KO-1이 전선항공통제기의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면, 지금의 KA-1은 공격기의 임무가 강조됐음을 뜻한다.

실제로 KA-1은 전시에 전선항공통제임무 외에도 북한이 대량으로 보유한 침투용 공기부양식 상륙정을 저지하는 임무도 담당하고 있다.

◆ KT-1 웅비 제원

길이 : 약 10.26m

높이 : 약 3.67m

날개 폭 : 10.60m

중량 : 약 1.87t

최대 이륙중량 : 약 2.5t

엔진 : 플랫 앤 휘트니 PT6A-62(950마력)

최고속도 : 약 650㎞/h

순항속도 : 약 490㎞/h

최대 항속거리 : 약 1680㎞

최대 상승고도 : 약 1만 1580m

탑승인원 : 2명

서울신문 M & 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