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잉카 최후의 왕국 쿠스코를 출발해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Machu Picchu)로 향하는 두 칸짜리 열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으로 정겹고 변화무쌍했다. 안데스 산맥의 험준한 산과 열대 우림을 연상케 하는 무성한 숲, 아마존을 향해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까지. 수시로 변하는 풍광 탓일까, 네 시간 남짓 이어지는 기차 여행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을 거슬러 잉카제국으로
더 이상 철마가 달릴 수 없는 종착지 마추픽추역의 아담한 광장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은 타임머신을 타고 잉카제국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파른 산자락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작은 집들과 계곡인지 길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골목의 풍경, 전통복장을 입고 물건을 파는 아낙네의 표정에 이방인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원주민어로 ‘늙은 봉우리’란 의미의 마추픽추를 좀더 체계적으로 둘러보기 위해 전문 가이드 안나 마리아를 소개받았다. 길이 먼 탓인지 가이드는 통성명을 하자마자 유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 나이보다 다섯 살이나 아래임에도 사촌누이만큼이나 나이들어 보이는 그녀의 본업은 쿠스코 고등학교의 영어선생님. 부업인 가이드 수입이 본업보다 더 많다고 한다.
오직 하늘에서만 그 완벽한 형태를 볼 수 있다는 마추픽추 탐험은 오두막 전망대에서 시작된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유적지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자리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는 사이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빗소리와 함께 산마루에는 무지개가 떠올랐다.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동안 옆에 있던 가이드 안나는 “원더풀!”을 외쳐댄다. 20∼30분이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먹구름을 밀치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선뜻 다가선다.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날씨다.
독특한 모양새 ‘독사의 통로’
수백 개의 계단을 내려와 능묘(陵墓) 앞에 마주섰다. 잉카인들은 작은 궁전을 연상케 하는 이 능묘의 벽에 미라를 안치시켰다고 안나가 설명해준다. 미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능묘 주변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샘과 관개수로 등 시신을 보관한 흔적이 남아 있지만 정작 능묘에서는 단 한 구의 미라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마추픽추 유적의 중심지는 단연 ‘태양의 신전’과 ‘신성한 광장’이다. 자연석을 가공해 건설한 신전에는 여러 개의 창문과 구멍이 뚫려 있는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다. 그 중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곳이 ‘독사의 통로’. 마추픽추 유적지를 세상에 알린 미국인 역사학자 하이람 빙엄이 이름을 지었다는 이 통로는, 작은 물체를 넣으면 빙글빙글 돌아 모두 안쪽으로 떨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모양새가 뱀과 흡사해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신성한 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원 터와 그 뒤쪽에 위치한 왕가의 무덤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커다란 창이 세 개씩이나 나란히 뚫려 있는데 이런 양식은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잉카 유적지 중 마추픽추에서만 볼 수 있다. 아마도 특별한 의식을 주관할 때 쓰였던 의식용 구조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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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울리는 소년의 작별인사
또 커다란 바위 뒤쪽에 위치한 왕가의 무덤은, 잘 다듬어진 좁은 입구와는 다르게 내부는 반원형에 가까운 꽤 큰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다른 유적지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개념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도시의 가장 높은 지점에 설치해 놓은 해시계 인티와타나를 비롯해 태양의 문, 콘도르 신전, 계단식 경작지 등, 모퉁이마다 박혀 있는 옛 사람들의 진한 흔적은 연신 여행객의 발길을 이끈다.
무려 1만여 명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과 경작지를 갖추고 있지만, 언제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 유적을 뒤로하고 하산하는 버스에 올라 차창 너머로 멀어져 가는 공중도시를 바라보는 나그네의 귓가에, 멀리서 “굿 바이∼”하고 외치는 소리가 내려앉는다.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을 눈여겨보았던 것일까. 한 순박한 잉카 소년이 산마루에 서서 필자에게 보낸 작별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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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숭배한 잉카인의 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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