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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B형간염 관리의 함정

영지니 2011. 9. 19. 21:58

 

만성 B형간염 관리의 함정

 

전 세계인구 중 약 3억 명이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B형간염 바이러스 백신이 도입된 이후 소아에서 감염률이 많이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성인의 약 4-5%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이다. 또한 만성간염 및 간경변증, 간암 환자의 70-80%는 B형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십여년 전부터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국내에서도 B형간염 치료가 활발히 되고 있고 약물치료에 대한 인식도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높아진 인식과 달리 B형간염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더러 만날 수 있다.

바로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다.

보통 약제를 통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으면, B형간염 바이러스는 억제되고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B형간염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따라서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와 간효소수치가 감소하게된다. 이와 같은 치료반응이 오래 유지되면 약제를 중단할 수 있게 되고 약제 중단 후에도 치료반응이 지속되면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정의된다.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는 증상이 없고 간효소치가 정상이기 때문이 “건강보균자” 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치료 결과로 혹은 저절로 나았다 하더라도 B형간염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간세포나 혈액 내에 낮은 농도로 존재하게 된다. 이 상태의 환자는 후유증으로 간경변증이 있을 수 있고, 간암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간염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다시 간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건강보균자’로 잘못 알려져 있는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역시 다른 B형간염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리와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일례로 필자가 알고 있는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바로 ‘건강보균자’ 상태로 알고 있는 56세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가끔 진료를 받았으나 간기능이 거의 정상이었기 때문에 술을 상당히 마시는 등 별 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를 하기 어려울 만큼 진행된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바이러스 수치 검사 결과도 매우 높게 나왔다. 이처럼 B형간염 치료의 잘못된 이해는 진행된 간경변증이나 간암과 같은 무서운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도 30~40세 이상이면 간효소치에 관계없이 적어도 6개월마다 간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AFP)검사로 간암에 대한 감시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염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다시 간염을 일으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HBV DNA)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고 간효소치가 정상이며 몸에 느껴지는 증상이 없는 환자들도 “건강보균자”로 잘못 알고 관리를 등한시 하는 경우가 있다. B형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기가 어릴 적일 수록 만성감염상태로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다. 수직감염과 같이 갓 태어난 아이때 감염되면 90% 이상, 어린이일 때 감염된 경우에는 25-30%, 성인이 되어 감염되면 3% 이내에서 만성감염화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만성 감염은 대부분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서서히 혹은 갑자기 면역기능이 활성화되며 간염을 일으키는데,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염은 적당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수년 혹은 수십년간 지속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경변증이나 간암같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B헝간염의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치료 유무에 관계 없이 평생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바이러스를 관찰하는 것이다. 간염은 경과가 다양하고 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한 시점의 검사 결과로 장기간의 경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염이 발생하지 않은 젊은 연령층의 만성 감염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치료 시점을 파악해야하고, 치료 중인 환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치료의 반응을 파악하고 약제내성을 조기에 인지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간경변증 환자나 30~40세 이상의 만성간염환자는 적어도 6개월마다 간암의 감시검사를 해야한다. 자연적으로 혹은 치료에 의해 간염 바이러스가 비증식(비활동) 상태에 있는 환자도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거나 오르내리면서 간염 혹은 간경변증이 진행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혈액 바이러스 수치(HBV DNA) 검사를 병행해 야 하며 하고, 더불어 간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주, 흡연 등은 금해야 한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조몽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