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관리' 다르면 사망까지 초래
B형간염의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은 수 많은 전문가들을 통하여 그 동안 널리 알려져왔다. 그러나 200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간 질환은 여전히 우리나라 40대의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다. 이는 간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B형간염 분야에 몸담으며 수 많은 환자를 진료했던 지난 20년의 내과의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환자들이 제 각기 다른 길을 걸었음을 알 수 있다.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환자도 있지만, 이미 고인이 되어 다시 찾을 수 없는 이도 있다. 같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다른 경과를 보이는 것은 ‘관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 하나다. 우리가 쉽게 망각한 채로 살고 있지만, 지구는 우리 인간들 외에도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하고 있다. 간염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도 인간을 숙주로 선택하여, 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어가는 것이다. 환자가 간염 바이러스와 잘 공존하면 간염 없이도 보유자인 상태로 살게 되지만, 이렇지 못할 경우에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바이러스의 싸움이 시작되고, 간은 전쟁터가 되어 파괴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며, 간 세포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간염이다.
오랜 시간 동안 간의 손상이 반복되고, 제대로 복구되지 않으면 간경변증이나 간암과 같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간염이 되는지 혹은 더 진행되어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다.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인체의 면역체계가 언제 어느 정도로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간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시점이 1년 뒤가 될 수도 있고 10년이 넘을 수도 있다. 이렇게 악화되는 시점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증상이 없다하여 안심할 수 없다. 간염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간이 파괴되기 전에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간이 나빠지면 증상이 나타날텐데, 그때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서서히 악화되는 간염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 다른 증상이나 이상, 통증 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에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소리없이 간을 파괴하는 B형간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정기검진’이다. 간단한 혈액검사와 간초음파검사 만으로도 지금의 간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혈액검사 한 번으로 간효소수치 검사와 바이러스 활동성 수치 검사를 모두 알 수 있어 편리하다. 이렇게 작은 검사 만으로도 간과 바이러스가 휴전 상황인지, 국지전 혹은 전면적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받으면 된다. 검진의 간격은 최소 6개월이 권장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더 자주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기도 하다.
검진 결과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본인의 판단에 따라 함부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 상태로 약을 처방받거나 하는 등의 조치 없이 반복적으로 검진만 받는 상황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방심하며 검진을 중단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예로 수년 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며 착실하게 진료를 받던 50대 환자가 오랜만에 내원한 경우가 해당된다. 그는 4개월 전에 직장 관계로 다른 지역으로 전근하여 그 곳 병원에서 검사를 하였는데 간기능 수치가 정상이었고 별다른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약을 끊은 지 3개월이 지났다고 했다. 하지만 약 1개월 전부터 점차 악화되는 전신쇄약과 피로감 및 황달이 발생하여 다시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환자의 상태는 이미 간단하게 해결될 상황을 넘어서 있었고 즉시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간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간 이식 수술을 받던 중에 사망하고 말았다. 만일 이 환자가 과거와 같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치료제를 잘 복용했더라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해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겁이 나서 검사를 못하겠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 너무 심한 상태로 진단되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그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진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금이라도 이른 상태에서 발견되어야 더 많은 치료 방법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약은 없다. 그러나 더 확실한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는 간염으로 인하여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그것은 의사와 환자의 긴밀한 만남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자신이 간염보균자 혹은 간염환자이거나 가족 중에 간염환자가 있을 경우에는 혼자서 짐작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검사를 받고나서야 비로소 할 일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전문의의 진찰을 받은 후에 그냥 지켜볼 것인지, 얼마 만에 한번 씩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 먹는다면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또 어떤 약이나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는지 등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워서 혹은 무관심해서 외면하고 지내다가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 그런 일이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일어날 수 있다. 다가올 비극을 막는데 그리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인천 속편한내과 박현철 원장
'간,지방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궁금한 B형간염 질문 7가지 (0) | 2011.09.19 |
---|---|
간질환 주범은 'B형간염 바이러스' (0) | 2011.09.19 |
만성 B형간염 관리의 함정 (0) | 2011.09.19 |
간암 위험인자 'B형 간염' 치료하려면… (0) | 2011.09.19 |
간암의 증상과 예후 (0) | 201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