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주가 왔다.
간암에 걸렸다고 한다.
나이도 일흔이 넘었다.
먼저 교단의 핵심 간부한테서 전화로 연락이 오고 두 사람이 다녀 갔다.
그리고 나서 일주일 뒤에 교주가 간부 셋을 데리고 온 것이다.
이 종교는 계급도 많고 조직도 복잡하다.
조직과 조직의 핵심간부들에 대해서는 장막에 가리워져 있어서 독실한 신도들도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신도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이 종교가 소유한 재산 역시 어마어마하다.
교주는 살아있는 신이며 ****로 추앙받는다.
교주는 예수, 공자, 석가, 노자, 공자보다도 더 높다고 한다.
전지전능한 자가 간암에는 왜 걸렸고 제 병은 왜 못 고치나?
이 어마어마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두렵구나.
"간이 좋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을 좀 받으려고 왔습니다."
지금 어떤 치료를 받고 계시나요?"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말기라고 하는데 나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정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혹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 밖에는 더 드릴 말이 없습니다."
간암 환자를 여럿 고친 경험이 있으므로 치료법과 식이요법, 보조요법에 대해 한참 설명했다.
교주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열심히 듣고 있으나 간부들은 미심쩍어하는 눈치다.
"약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일주일쯤 걸립니다."
"값은 얼마나 됩니까?"
"제법 많이 듭니다.
값비싸고 귀한 재료를 써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백 오십만원쯤 들고 6개월 넘게 복용해야 합니다."
"일주일 뒤에 오겠습니다.
돈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을 만들어 주십시오."
돌아가기 전에 교주는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한참을 있다가 말했다.
"선생님이 제 병을 꼭 고쳐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선생님은 醫通을 이룬 분입니다.
제 몸을 선생님한테 맡기겠습니다.
꼭 저를 살려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나는 약을 만들어 놓고 기다렸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교주도 교단의 간부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도 없었다.
아마 다른 좋은 치료법을 찾은 모양이지.
그렇다면 그렇다고 연락이라도 해 줘야 할 것이 아닌가.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한 달쯤 뒤에 교단의 핵심 간부 한 사람이 왔다.
"그 때 부탁한 간암 치료약을 좀 주십시오."
"그러지요.
약을 먹으면서 나타나는 증상과 경과에 대해 자주 연락을 주십시오."
나는 순순히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약을 내어주었다.
늦게라도 약을 먹기로 해서 다행이군.
그런데 다시 20여일 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연락을 해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약을 잘 먹고 있으며 아직은 별다른 반응이 안 나타나는 모양이군.
25일쯤 지났을 때 먼저 왔던 간부가 찾아왔다.
약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작은 보자기에 싸서 들고 왔다.
"약을 돌려 드리러 왔습니다."
"약을 한 번도 안 드셨군요?
약이 잘못 되었습니까?"
"그것이 아닙니다.
**님은 ****님이십니다.
온 천지를 관할하는 분이 사람이 만든 약을 드실 수 있겟습니까?
****님이 고쳐 주실 것입니다.
이 약은 다른 환자를 위해 쓰십시오.
약값은 돌려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지전능한 자여서 사람이 만든 약을 먹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몇 달 뒤에 그 교주가 죽었다는 아니 **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았다.
그 교주가 약을 열심히 먹었더라면 지금까지 살았을까.
사람의 목숨은 하늘만이 안다.
벌써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일이다.
믿든지 말든지 상관 없으나 진짜 잊어먹기 전에 기억을 되살려 기록하노라.
밝힐 수 없는 부분이 많으니 이를 용서하시라.
운림(wun1234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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