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볏짚으로사람살린이야기

영지니 2008. 2. 3. 22:30


오래 전에

그러니까 한 십 년쯤 전에

나는 볏짚을 찾아 온 나라를 다 뒤졌다네.

그런데 볏짚이 보이지 않았다오.

쌀이 주식인 나라,

이 나라 경작지의 80퍼센트가 벼를 키우는 논인 나라,

사천 오백만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배터지게 먹어도 쌀이 남아돌아 썩어가는 나라,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그런 쌀의 천지 쌀의 왕국에서

볏짚 한 줌 구할 수 없었다네.

 

썩은 볏짚 한 단 구하지 못해

사발통문을 보내어 온 나라를 이잡듯 뒤졌더니

마침내 민통선 안쪽 어느 곳에서

볏짚보다도 피짚이 더 많이 섞인

거름 한 줌 먹어 두어 뼘 밖에 못 자란

냉해 입어 시퍼렇게 덜 익은 나락 쭉정이가 붙어 있는

소여물로도 쓸 수 없는 볏짚  한 달구지 있다 하네.

농약 안 주고 비료 안 준 볏짚은 온 나라에 이것밖에 없었네.

이 청정 볏짚 애지 중지 실어와서

1센티미터 길이로 잘게 썰고 맑은 물로 거듭 씻어내어

가마솥에 가득 넣고 우물물 길어 부어

쇠죽 끓이듯 삼일 밤낮 지극정성 달였더니

온 천지간에 구수한 여물 냄새 진동하네.

 

볏짚 우린 물 체로 받쳐 곱게 걸러

한 잔을 마셔 보니 이것이 정녕 곡차인가.

네맛 내맛 없고 오직 여물맛이라

검은 설탕 한 숟갈 넣고 맛을 보니 오호라 그 맛이 기이하다

시금털털, 달콤새콤, 아리달쏭 뭔 맛인지 모르겠네. 

됐다 됐어, 천하명약 드디어 완성하였도다.

보약 담는 비낼 팩에 넣어 보니 그 빛깔 또한 인삼녹용 가득 넣어 만든 보약 같네.

 

남쪽 끝 섬에서 찾아온 간염환자,

심심산골에서 묻고 물어 찾아 온 간경화환자,

황달로 온 몸이 노랗게 된 어린 아이,

밥 못 먹고 죽도 못 먹고 기운 없어 죽겠다는 사람,

오줌 못 누고 똥도 못 눠서 얼굴이 똥색인 여자,

30년 동안 술을 퍼 먹어서 간덩이 부은 남자,

가진 것 돈 뿐이라 간병 고치러 세계 병원을 일주했으나 병은 못 고치고 죽게 된 사람,
일곱 식구 모두가 간이 퉁퉁 부은 집안 사람,

간 나빠서 홧병 나고 홧병으로 간이 더 망가진 환자

이 모든 사람한테 神藥 중의 神藥, 聖藥 중의 聖藥은

이름하여 여물탕! 다른 이름으론 쇠죽탕! 고상한 이름으론 牛蜜湯!

 

모든 간덩이 부은 사람들한테

여물탕을 데워서 먹고, 꿀을 타서 먹고,

여물탕 국물로 밥을 지어 먹고, 국을 끓여 먹고, 죽을 쑤어 먹게 하니

황달 흑달 다 없어지고, 기운 나고, 똥 오줌 잘 누고

시체 같은 얼굴들이 하나같이 선풍도골로 바뀌었네.

 

 여기까지만 하자. 볏짚으로 사기쳐서 돈 벌 때가 좋았는데....

웃자고 쓴 글이지만 예전에 소생이 예전에 수많은 간병 환자를 구료한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외다.

약이 뭐 별건가. 아는 자에겐 더럽고 지저분하고 쓸모없는 것이 다 귀중한 약이고

모르는 자에겐 모든 것이 독약일 뿐이로다.

볏짚은 진짜로 해독, 이뇨, 통변, 기생충 구제, 그리고 간염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운림(wun123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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