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이야기

나를 이 산속에 혼자있게 놔두오

영지니 2008. 2. 3. 22:57

오늘  사람을 몇 만났다.

만나고 싶지 않았으나 만나서 말을 나누었다.

대개 육신의 병을 안고 찾아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치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중병환자다.

음의 병을 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들한테 나는 희망의 등불이다.

이들은 나한테 간절하게 도움을 구한다.

이들은 내가 자신들의 질병을 고쳐 줄 것으로 믿고 있다.

나는 이들을 고쳐 주어야 한다.

이 일은 내 몫이 아니다.

내 몫이 아닌데도 많은 이들이 나를 찾는다.

한 사람이 말했다.

"5년 전에 아홉 살 된 조카가 백혈병으로 다 죽게 되었는데 선생님이 약을 주셔서 살아났습니다.

이제 아버님이 위암과 간암에 걸렸습니다.

아버님이 나을 수 있도록 좋은 약을 주십시오."

내가 물었다.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 조카가 지금도 살아 있습니까?"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주 건강합니다.

며칠 못 넘길 것 같던 아이가 선생님의 약을 먹고 2-3일 만에 좋아져서 그 뒤로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늦었지만 제 조카를 살려주신 것에 감사도 드릴 겸 아버님 문제로 도움을 받고자 왔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 저 기억하시지요. 정말 오랫만에 왔습니다.

이제 다 괜찮습니다.

밖에 나가서 힘든 일도 합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면 의사 선생님이 저 같은 경우는 정말 특별하다고 하네요.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다리가 아파서 왔습니다.

좀 고쳐 주십시오."

이 사람은 전에 여러 번 왔으므로 얼굴은 기억이 나지만 무슨 병을 앓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물었다.

"전에 어디가 좋지 않았습니까?"

"말기 골수암으로 3개월도 못 산다고 했었지요.

방사선 치료도 많이 받고 항암 치료도 많이 했습니다.

선생님 약 먹고 다 나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매일마다 와서 청소라도 할까요?

은공을 갚을 방법을 좀 가르쳐 주십시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 제 동생이 한의사인데 남한테 보증을 잘못 서서 한의원도 날리고 선산까지 팔아먹고 알거지가 되었습니다.

그 동생을 좀 도와 주십시오."

 내가 말했다.

"나는 한의사도 아니고 가진 돈도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도와 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제 동생은 선생님을 신처럼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동생이 자립을 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의 명성을 듣고 멀리 프랑스에서 왔습니다.

선생님과 좋은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유럽 시장에 선생님이 개발한 제품을 널리 알리고 공급해서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좀 도와 주십시오."

 

"..........................."

 

 

이런 사람들로 인해 나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고 몹시 피곤하다.

나는 오늘도 파김치가 되었다.

죽게 되었던 사람이 내 도움으로 나았다고 해도 솔직히 나는 반갑지 않고 기쁘지 않다.

내 도움으로 거지였던 사람이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기쁘지 않다.

말로만 때우려거든 차라리 말을 하지 말라.

 

나는 오직 조용히 살고 싶다.

숨어 지내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사람을 많이 살린 죄로 나는 쫓기는 신세가 된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나는 사냥꾼한테 쫓기는 짐승처럼 늘 불안에 떨고 있다.

이 나라 정부의 썩은 관리들은 나를 과녁으로 삼아 마구잡이로 화살을 쏘아댄다.

눈 먼 의료인들도 죽창을 들고 거기에 가세하였다.

이미 그들은 내 손과 발을 모두 잘라 버렸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내 목이며 심장이다.

 

나는 큰 빚에 쪼달리고 사람에 쪼달리고 벌여 놓은 일에 쪼달린다.

친구도 없고 돈도 없고....

내가 보살펴야 할 식구는 많다.

나는 불쌍하다.

그래서 유령처럼 온 산을 배회한다.

 

나는 그대들의구세주가 아니며

어느 누구의 구세주도 아니다.

아니, 나를 구원해 줄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바라노니 나를 아는 병자들이여

제발 나한테서 떠나 다오.

 

아아! 제발 이 산 속에서 혼자 울게 나를 좀 내버려 다오.

 
운림(wun123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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