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치근암과 구강암, 설암 환자를 몇 사람 고친 적이 있다.
치아뿌리에 생기는 치근암, 혀에 생기는 설암, 입 안에 생기는 구강암, 입 천정 안쪽에 생기는 상악동암 등은 고치기가 가장 어려운 암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운림한테는 가장 고치기가 쉬운 암 종류에 든다.
물론 모든 암은 고치기가 어렵다.
어떤 암이든지 암이 낫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조기에 발견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기라고 해서 반드시 죽는 것도 아니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암 치료를 가장 어렵게 만든다.
쉽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낫지 않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고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 거짓말처럼 회생하여 수십 년을 더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전에 한 사람이 치근암으로 찾아왔다.
40대 후반의 남자였다.
치근에 큰 밤톨만한 암이 생겨서 자라는 것을 방사선 치료를 했더니 치근에 생긴 암 덩어리는 줄어들었으니 상악동으로 전이하여 코뼈가 이미 암에 먹혀버린 상태였다.
음식을 씹을 수가 없고 삼킬 수도 없어서 희멀건 죽만을 간신히 먹는다고 했다.
몸무게는 20킬로그램이 줄어들었고 뼈로 전이한 암 때문에 통증이 심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몰핀 진통제를 네 시간 간격으로 먹지만 통증이 멎지 않으므로 통증만이라도 멎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애원을 했다.
그는 정신 수도자였다.
깨달음을 위해 안데스의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있는 한 동굴에서 5년 동안을 혼자 명상수행을 했다고 하였다. 수행하는 동안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도 수행법을 제대로 몰라서 몸이 망가진 것 같다고 하였다.
전에 단전호흡 같은 것을 오래 하다가 몸이 망가져서 운림을 찾아오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상기증을 심하게 앓고 있거나 지식을 오래 해서 혈액이 모두 응고되어버려서 회생불가의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이었다.
산 속에서 고행을 하며 깨달음을 얻거나 도를 얻으려는 이들 중에 제대로 깨우침을 얻은 이는 찾아보기 어렵고 몸과 마음이 망가져서 폐인이 되거나 미쳐 버린 사람이 대부분이다.
치근암 환자는 통증 때문에 말을 제대로 못 했다.
입 안에서 살과 피가 썩는 악취가 심하게 났다.
그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수행을 잘 못하여 저헌테 큰 병이 온 것 같습니다.
호흡을 바로 하지 못한 때문이지요.
호흡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더군요.
잘못된 호흡을 호흡으로 바로잡으려 무진 애를 썼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저를 좀 살려 주십시오.
꼭 살아서 도를 이루고 싶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수행이 어떻고 도를 이루겠다니...
이 정도면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이 정신병부터 고쳐야 마땅하나 그것은 목숨부터 살려놓고 볼 일이다.
나는 그에게 생기액을 몇 병 주었다.
몇 방울을 5-10분 동안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지 말고 삼키게 하였다.
빨리 나으려면 하루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하여 늘 생기액을 입에 물고 있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생기액을 받아서 가져갔다.
한 달쯤 뒤에 그는 다시 나타났다.
얼굴에 살이 좀 붙은 듯하고 표정이 밝아 보였다.
'많이 나았습니다.
통증도 거의 없습니다.
음식도 아무 것이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이제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나는 입을 벌리게 하여 입 안을 들여다보았다.
입 안에서 나던 썩은 냄새가 나지 않았고 치근 부위의 암은 다 녹아서 흐물흐물해져 있었고 상악동 쪽에서는 아직 피와 고름이 흐르고 있긴 했으나 종양 덩어리는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암 덩어리는 끈적끈적한 코처럼 녹아서 허물 벗겨지듯 한 거풀씩 벗겨져 나왔는데 더러 밤톨만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온 적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생기액을 몇 병 더 주면서 음식을 잘 먹어서 체력을 늘리도록 하라고 하였다.
4개월쯤 뒤에 치근암이 완전히 나았다.
상악동과 구강으로 전이한 암도 거의 없어졌다.
벌이가 없어서 생활이 몹시 쪼달린다고 하여 생기액을 여러 병 무료로 주어 보냈다.
두 달이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다 나은 것 같으므로 다시 동굴에서 수행을 하러 히말라야로 간다는 것이다.
나는 수행을 하다가 병을 얻었으므로 다시 수행을 하러 고산지방으로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그는 수행을 하러 네팔 희말라야 어딘가로 떠났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그토록 열망하던 깨우침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구강암 환자가 다녀갔다.
일흔 셋 된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의 큰 딸이 내가 예전에 히말라야에 갈 때 같이 갔던 친구와 잘 아는 사이다.
히말라야에 같이 갔던 친구가 치근암 환자의 딸과 함께 운림동천으로 나를 찾아왔다.
환자의 상태를 볼 필요도 없이 구강암이라면 생기액으로 고칠 수가 있을 것이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치료가 더 쉬울 것이다.
나는 생기액의 효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나서 생기액을 몇 병 주었다.
일주일쯤 뒤에 환자의 딸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버님이 많이 좋아졌는데 생기액이 곁에 많이 없으면 몹시 불안해 하시므로 생기액을 몇 병 더 달라고 하였다.
나는 마침 서울에 올라와 있었으므로 디미방으로 오게 하여 생기액을 몇 병 주었다.
그런 뒤 어제 환자의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님이 몹시 불안해 하고 계십니다."
"아니, 왜요?"
"아버님께서 수지침을 맞고 계시는데 맞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수지침으로 암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군요.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입 안 왼쪽 볼쪽에 있는 암 덩어리는 녹아서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것 말고 옆에 두 개가 더 생겼고 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혹 명현반응 같은 것이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명현반응으로 종양이나 염증이 더 생기지는 않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일 겁니다.
제가 서울에 있으니 아버님을 모시고 한 번 오셔야겠습니다.
제가 살펴 보고 나서 판단을 하겟습니다.
아마 특별히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암 덩어리가 한 개가 없어졌는데 두 개가 더 생기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아마 뭘 잘못 알고 있는 것일 테지.
나는 저으기 걱정이 되었다.
오후 다섯 시에 환자가 딸,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왔다.
환자는 언뜻 보기에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었다.
내가 말했다.
"어르신네께선 본시 천하장사군요.
두뇌도 명석하시고...
참 아깝습니다.
몸 관리를 제대로 하셨더라면 한 평생을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사셨을 터인데."
곁에 있던 할머니가 대답했다.
"지금도 힘은 장사라우.
암병만 나으면 아무 걱정도 부러운 것이 없으신 분이라오."
환자의 입을 벌리게 하여 입 안을 들여다 보았다.
왼쪽 볼 쪽 종양이 있던 부위가 하얗게 패이고 종양이 녹아 떨어져 나온 하얗고 끈적거리는 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새끼손가락 반만한 종양 덩어리가 붙어 있긴 했으나 물렁물렁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 떨어져 나올 것이다.
이런 정도면 오래 안 가서 완전히 나을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다만 빠지고 부러진 치아에 아말감으로 땜질을 한 것이 크게 마음에 걸린다.
아밀감은 50퍼센트가 수은이 아닌가.
치아에 땜질한 아말감은 치매, 갖가지 암 등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
내가 말했다.
'즉시 치과에 가서 아말감을 긁어내고 아밀감 대신 세라믹이나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교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
선생님을 뵈니 제 병이 틀림없이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아까 따님이 전화로 입 안에 염증이 생기고 종양이 두 개가 더 생겼다고 해서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염증도 없고 종양이 더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아마 착오를 하신 모양입니다."
"제가 빨리 낫겠다는 욕심에 수지침을 맞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몹시 피곤하더군요.
지금은 안 맞습니다.
생기액을 하루에도 수십 번 입에 물고 있다 보니 입 안이 약간 부르튼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 그게 암이 번진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곧 가라앉아서 없어지더군요.
괜한 걱정을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환자는 생기액을 몇 병 가지고 돌아갔다.
이 분이 하루 빨리 완전한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운림(wun1234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