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력 질긴 만능의 약초
옛날 중국 한나라에 마무(馬武)라는 훌륭한 장수가 있었다.
마무 장군은 임금의 명령을 받아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갔다.
마무 장군의 군대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량한 사막을 지나게 되었다.
황야에서 여러 날을 지내다 보니 말도 사람도 지친 데다가 식량과 물이 부족하여 많은 병사들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 갔다.
“장군님, 양식이 떨어져서 군사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안 되겠다. 이러다간 모두 다 죽고 말겠다. 회군하자.” 마무 장군은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사막을 지나기에는 많은 시일이 걸렸고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는 병사들의 수도 점점 늘었다.
병사들은 몸에 수분이 부족하여 아랫배가 부어오르며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누게 되는 ‘습열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도 피오줌을 누면서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마무 장군 밑에서 말을 돌보는 병사가 있었다.
그는 말 세 마리와 마차 한 대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있었는데 그가 돌보는 말도 피오줌을 누고 있었다.
“말들이 지쳐 있는 데다가 먹이도 없고 피오줌을 누고 있으니 이러다간 이 말들도 곧 죽겠군.” 병사는 말이 굶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말이 스스로 먹이를 찾도록 말고삐를 풀어 주어 마음대로 뛰어다니게 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자 말이 생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말의 병이 나았을까?” 병사는 말 주변을 서성대면서 말이 무엇을 먹는지를 살폈다.
말은 마차 앞에 있는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맞아! 이 풀이 피오줌을 멎게 한 것이 틀림없어.” 병사는 곧 그 풀을 뜯어서 국을 끓여 먹였다.
첫날은 별 변화가 없었으나 계속해서 며칠 먹었더니 오줌이 맑아지고 퉁퉁 부었던 아랫배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병사는 곧 마무 장군한테 달려가 보고했다.
“장군님, 병사들과 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발견했습니다.” 마무 장군은 모든 병사와 말에게 그 풀을 뜯어먹게 하였다.
과연 며칠 뒤에 병사와 말의 병이 모두 나았다.
장군은 몹시 기뻐하며 말을 돌보는 병사를 불렀다.
“과연 신통한 약초로구나. 그런데 그 풀의 이름이 무엇이냐?”
“처음 보는 풀이라 이름을 모릅니다.”
"그러면 그 풀을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하니 이름을 차전초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 그 뒤로 그 풀은 차전초로 불리게 되었다.
차전초를 우리나라에서는 질경이라고 부른다. 질경이는 흔한 풀이다.
사람과 우마의 통행이 잦은 길 옆이나 길 가운데 무리 지어 자란다. 그
러나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이 풀이 인삼·녹용에 못지않은 훌륭한 약초이며 제일 맛있는 산나물의 하나임을 누가 알랴.
질경이는 생명력이 대단히 강하다.
심한 가뭄과 뜨거운 뙤약볕에도 죽지 않으며, 차바퀴와 사람의 발에 짓밟힐수록 오히려 강인하게 살아난다.
얼마나 질긴 목숨이기에 이름조차 질경이라 하였을까.
질경이는 민들레처럼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는 로제트 식물이다.
원줄기는 없고 많은 잎이 뿌리에서 나와 옆으로 넓게 퍼진다.
6∼8월에 이삭 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서 흑갈색의 자잘한 씨앗이 10월에 익는다.
이 씨를 차전자(車前子)라고 한다.
질경이 씨를 물에 불리면 끈끈한 점액이 나오는데 예부터 한방에서 신장염·방광염·요도염 등에 약으로 쓴다.
민간요법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부를 만큼 질경이는 그 활용 범위가 넓고 약효도 뛰어나다.
질경이를 민간에서는 기침·안질·임질·심장병·태독·난산·출혈·요혈·금창(金滄)·종독(腫毒) 등에 다양하게 치료약으로 써 왔다.
이뇨작용과 완화작용·진해작용·해독작용이 뛰어나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데·변비·천식·백일해 등에 효과가 크다.
천식·각기·관절통·눈충혈·위장병·부인병·산후복통·심장병·신경쇠약·두통·뇌질환·축농증 같은 질병들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다.
옛 글에는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며 언덕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생기며 무병장수하게 된다고 하였다.
질경이에 대해서 임상실험한 것을 보면, 기관지염 환자에게 한번에 40그램씩 하루 세 번씩 먹여 1∼2주 만에 77퍼센트의 치료 효과를 보았으며,
질경이 침출액을 피하주사하였더니 열흘 안에 해소와 객담이 현저하게 줄고 30일 지나자 완전히 나았다고 나와 있다.
급·만성 세균성 이질에는 질경이를 달여 한번에 60∼2백 그램씩 하루 3∼4번 일 주일쯤 먹으면 대개 낫는다.
또 질경이는 피부 진균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어서 피부궤양이나 상처에 찧어 붙이면 고름이 멎고 새살이 빨리 돋아나온다.
질경이 씨앗은 간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황달에 효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질경이 씨앗이 암세포의 진행을 80퍼센트 억제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옛날 차력약으로 구리가루를 먹다가 구리에 중독되어 피오줌이나 피똥을 누는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그럴 때는 반드시 질경이를 먹어서 해독하였다.
질경이는 기침·위궤양·십이지장궤양·동맥경화·당뇨병·백일기침·신장염·신장결석·이질·장염·암 등 갖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
질경이는 훌륭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단백질·비타민·당분 등이 많이 들어 있는 나물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봄철에 나물로 즐겨 먹고,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도 먹었다.
소금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고, 기름에 볶거나, 국을 끓여도 맛이 괜찮다.
튀김으로도 먹을 수 있고 잎을 날로 쌈을 싸 먹을 수도 있으며, 질경이로 김치를 담그면 그 맛이 각별하다.
흉년에는 질경이 죽이 중요한 구황식품의 하나였다.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모밀국수를 반죽할 때 넣으면 국수가 잘 끊어지지 않는다.
질경이 잎과 줄기, 씨앗 등 어느 것이나 차로 마실 수 있다.
질경이 씨앗에는 신통력이 있어 저승에 있는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 어떤 효자가 아버지를 여의고는 몹시 슬퍼하여 다시 한 번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를 소원하여 백일 동안 기도를 드렸더니, 그 마지막 날 밤에 비몽사몽 간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서 질경이 씨로 기름 짜서 불을 켜면 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효자는 질경이 씨를 열심히 따모아 기름을 짜서 제삿상을 차리고 질경이 기름으로 불을 켰더니 과연 죽은 아버지가 퉁퉁 부어서 썩어 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제삿상 머리에 앉는 것이었다. 이를 본 아들은 기겁을 하고는 두 번 다시 죽은 아버지 보기를 원치 않았다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참 가치를 모르고 있지만 질경이는 약초로도 매우 훌륭하고 무, 배추처럼 채소로도 한번 활용해 볼 만한 식물이다.
갖가지 공해와 질병으로 찌든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질경이를 약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만성간염
질경이 씨 한 숟가락에 물 200밀리리터를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그물을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고혈압
그늘에서 말린 질경이 10~2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기침, 가래
질경이 씨 10~20그램이나 말린 질경이 10~2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수시로 차 대신 마신다.
어린아이의 기침에 잘 듣는다.
설사, 변비, 구토
질경이를 날것으로 생즙을 내어 마신다.
미나리를 같이 넣어도 좋다.
늑막염
말린 질경이와 창포 각 10~15그램에 물 반 되를 넣고 달여서 마신다.
질경이 생잎에 소금을 약간 넣고 짓찧어 즙을 내어 밥먹기 전에 먹어도 좋다.
급·만성 신장염
질경이 뿌리와 오이 뿌리를 3:1의 비율로 섞은 다음 물을 반 되쯤 붓고 물이 반쯤 줄 때까지 달여서 체로 걸러 찌꺼기는 버리고 한번에 한잔씩 하루 세 번 빈 속에 먹는다.
부종
질경이 씨와 삽주 뿌리 각각 5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 밥먹고 나서 30분 뒤에 마신다.
두통, 감기
질경이를 진하게 달여서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마신다.
하루 20~30그램을 쓴다. 2~3일 마시면 대개 낫는다.
관절염
무릎관절에 물이 고이고 퉁퉁 부어 오르며 아플 때 질경이 20~30그램에 물 1되를 붓고 달여서 차 대신 수시로 마시면 좋은 효험이 있다.
숙취나 알코올 중독
질경이 뿌리와 이질풀 각 1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달여서 마신다.
(글/ 한국토종약초연구소 회장 최진규)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서는 질경이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차전초를 길짱구, 질경이, 우설초, 처전이라고도 한다.
질경이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 질경이의 전초를 말린 것이다.
각지의 들판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여름에 전초를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린다.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소장경, 대장경, 비경, 간경에 작용한다.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열을 내리며 가래를 삭인다.
또한 기침을 멈추고 눈을 밝게 하며 출혈을 멈춘다. 약리실험에서 거담작용, 진해작용, 위액분비조절작용, 항궤양작용, 소염작용, 항종양작용, 억균작용 등이 밝혀졌다.
부종, 소변불리, 황달, 해소, 목적종통, 코피, 요혈 등에 쓴다. 만성기관지염, 후두염, 만성위염, 위궤양, 설사, 세균성이질, 피부궤양 등에도 쓸 수 있다.
하루 10~20그램, 신선한 것은 30~60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만성간염으로 소화가 안되고 간이 붓거나 몸이 붓는 증상이 있는데는 질경이 생것 40그램(마른 것은 10그램), 인진쑥, 백출, 산사 각 4그램, 대추 3그램, 감초 2그램을 한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하루 3번 식간에 먹는다.
하루 2첩을 쓴다.
질경이는 봄철에 채취하여 국을 끓여 먹거나 나물로 먹는다.
산골의 길가나 밭둑길에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에 흔히 자라는 풀이 질경이이다.
사람이 밟아도 죽지 않고 우마차가 그 위를 지나가도 죽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나 우마차가 밝아줄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다.
흔하게 자생하는 질경이를 모두가 잘 이용하도록 한다면 건강증진에 대단히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글/ 약초연구가 전동명)